-처음 밝히는 야생벌의 생태…분류와 계통ㆍ성의 결정ㆍ먹이 등
-잘 몰랐던 벌의 다양한 세계, 잘못 알고 있던 정보 등 제공
정계준 교수와 ‘야생벌의 세계’ 표지
[경남=일요신문] 정동욱 기자 = 국립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생물교육과 정계준 교수는 야생벌에 대한 연구가 희박한 이러한 현실에서 야생벌의 생태에 관한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야생벌의 세계’(경상대학교출판부, 450쪽, 2만 원)라는 책을 처음으로 출간했다.
벌은 동물계, 절지동물문, 곤충강, 벌목에 속한다. 전 세계에 약 15만 종이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매우 많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에는 약 2000여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아 앞으로 상당히 많은 종이 추가로 발견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는 먼저 벌에 대한 기본 정의부터 그 분류와 계통, 성의 결정, 먹이 등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벌의 이름을 살피는 부분은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벌목 곤충을 ‘-벌’ 식으로 이름을 부른다. 벌의 생태나 분류를 따지지 않고 ‘무슨 벌’이라는 한 가지 이름으로만 부른다. 그런데 벌의 영어 이름은 매우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흔히 벌을 영어로 ‘bee’로 알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wasp’라 부른다. 예를 들어 바다리는 ‘paper wasp’, 대모벌은 ‘spider wasp’, 호리병벌은 ‘potter wasp’, 땅굴을 파고 둥지를 트는 나나니벌 등은 ‘sand wasp’로 부른다.
물론 ‘bee’도 아니고 ‘wasp’도 아닌 벌 이름도 많다. 말벌을 ‘hornet’, 땅벌은 ‘yellowjacket’, 송곳벌 종류는 ‘sawfly’ 또는 ‘horntail’, 가위벌을 ‘leafcutter’로 부르는 등 ‘bee’나 ‘wasp’를 붙이지 않는다.
다음으로 책에선 야생벌 60여 종의 다양한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꿀벌이나 말벌처럼 사회생활을 하는 종류, 대모벌이나 조롱박벌처럼 단독생활을 하는 종류, 다른 곤충의 알이나 애벌레에 기생하는 종류, 사냥한 동물에 알을 낳는 종류 등을 소개하고 있다.
게다가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200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곤충인 마이크로총채벌, 5센티미터가 넘는 대형종이자 최강의 전투군단인 장수말벌, 꽃을 암컷으로 착각해 사랑에 빠지는 얼간이난초벌, 주인을 배신해 그 가족을 노예로 삼는 검정말벌, 다세대주택을 짓는 노란점나나니 등 유별나거나 흥미로운 벌들을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람들은 대개 꿀벌과 말벌을 벌의 전부로 생각한다. 게다가 벌이라고 하면 그저 무섭다거나 해를 끼치는 곤충으로 여기기 쉽지만 사실 대다수의 벌들은 우리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이로운 곤충이다.
‘야생벌의 세계’는 이제까지 잘 몰랐던 벌의 다양한 세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잘못 알고 있었던 벌에 대한 정보와 위험성에 대해 정확하고 적절한 대책까지 제공하고 있다.
저자인 정계준 교수는 1953년 4월 경남 진주 출생으로 1980년 2월 경상대학교 생물교육과 졸업했다.
1991년 8월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85년 4월부터 현재까지 경상대 사범대학에서 생물교육과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