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구 구암동 고분군 1호분 발굴조사 현장. 사진=대구시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 대구 북구 함지산 서쪽 능선에 360기의 봉분으로 구성된 삼국시대 대규모 고분군인 ‘구암동 고분군’이 7일 사적 제544호로 지정됐다.
대구 구암동 고분군은 팔거평야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대구 북구의 함지산 서쪽 능선에 대규모로 조성돼 있다. 고분군이 분포하는 능선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고 경사가 심한 편으로 360기의 봉분이 있다.
구릉의 능선 위에는 대형분이 있는데 총 3개 능선에 지름 15~25m의 무덤 34기, 25m 이상의 대형 무덤 7기를 포함하고 있으며 경사면에는 나머지 소형분이 자리하고 있다.
1975년(56호분)과 2015년(1호분) 두 차례 발굴조사를 통해 2기의 고분이 ‘구덩식 돌덧널’ 위에 봉분을 돌로 쌓은 적석석곽분이란 독특한 축조양식을 확인했다.
구덩식 돌덧널무덤(수혈식석곽, 竪穴式石槨)은 돌로 곽을 만들어 그 내부에 관과 부장품을 수납하도록 만든 구조로 관을 수직으로 내려놓아 안치하는 무덤이다.
적석석곽분(積石石槨墳)은 구덩식 돌덧널 위에 원형으로 돌무지 무덤(적석봉분)을 쌓은 것으로, 일반적인 신라·가야의 무덤이 석곽 위에 흙으로 봉분을 덮은 것과는 다른 특이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금관총, 천마총 등과 같은 5~6세기 신라 무덤이 나무덧널(목곽) 위에 돌을 쌓고 흙을 덮어 만든 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이란 점에서도 차별성을 보인다.
구암동 56호분 단면도(적석석곽분). 자료=대구시
2015년 발굴한 1호분은 여러 매장주체부(시신이나 관을 비롯해 부장품을 넣는 곳을 통칭)가 축조되는 연접분(하나의 무덤을 축조한 다음 이어서 다른 무덤을 축조해 봉분을 이어 나간 무덤 방식)을 보여준다.
1-2호분은 1-1호분의 북동쪽에, 1-3호분은 1-1호분의 남서쪽에 이어 쌓고 그 사이는 돌을 쌓아 연결했으며, 매장주체부는 주곽(主槨)과 부곽(副槨)을 11자 형태로 나란히 배치했다.
1호분에서는 긴목항아리(장경호, 長頸壺), 굽다리접시(고배, 高杯) 등 삼국시대 토기 230여 점과 은제 관모장식, 은제 허리띠, 귀걸이 등 신라 지방 최고 수장급 묘에서 확인되는 유물들이 출토돼 고분 축조 시기가 5세기 후반∼6세기 전반임을 짐작할 수 있다.
1호분 출토유물(장신구류). 사진=대구시
대구 구암동 고분은 5∼6세기 팔거평야를 중심으로 성장했던 신라 지역세력의 수장층 무덤으로 봉분을 돌로 채운 방식·연접분·주부곽식 구조 등 신라고분의 특징을 보이면서도 다른 신라·가야고분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적석석곽분의 축조 방식을 보여주고 있어 한반도 고대사와 고분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서 가치가 높다.
대구 구암동 고분군이 사적으로 지정되면서 대구에는 달성(達城), 불로동 고분군, 계산동성당, 진천동 입석, 구 대구의학전문학교 본관, 구 도립대구병원, 달성 도동서원, 경상감영지(慶尙監營址)와 함께 사적이 모두 9개로 늘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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