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X무죄 무X유죄?’ 워마드 수사에 ‘남녀차별’ 주장 타당한가

“일베는 놔두고 왜 우리만…” VS “수사 요청 불응 체포 불가피”…워마드 측 “문재인 탄핵” 목소리까지

[일요신문] 결국 경찰이 칼을 꺼내들었다. 극단적인 여성우월주의와 남성혐오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운영자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것. 현재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운영자는 홈페이지 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경찰은 영장 발부 사유로 아동음란물 전시 방조를 가장 결정적인 혐의로 지목했다. 어린 남자아이들의 나체 사진을 게시한 회원들을 방조했다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경찰의 수사 요청에 전혀 협조를 하지 않은 것도 체포 영장 발부에 힘을 보탰다. 
 

극단적인 여성우월주의와 남성혐오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의 운영자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 사진=워마드 홈페이지

그런데 일부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는 이번 워마드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가 이뤄진 것이 “여자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은 SNS에서 ‘내가 워마드다’ ‘내가 워마드 운영자다’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경찰의 수사를 비판하는 한편, 워마드 운영자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5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를 앞두고 “편파 수사를 지시하고 자정할 의사를 보이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워마드 운영자의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부산지방경찰청이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8일 미국 거주 중인 워마드 운영자 A 씨에 대해 지난 5월 체포 영장을 발부 받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지방경찰청이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지난해 2월부터 워마드에 올라온 ‘남자 목욕탕 불법 촬영 사진’ 사건을 신고 받아 수사해 왔기 때문이다. 워마드는 지난해 2월 7일, 9일, 11일 세 차례에 걸쳐 남자 목욕탕 탈의실에서 촬영한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 가운데는 10대 청소년으로 보이는 피해자의 사진도 포함됐다.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아동 청소년의 음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릴 경우 아동·청소년 성 보호법상 아동 음란물 전시 및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전시 등의 혐의가 적용된다”라며 “워마드 운영자는 이런 음란 사진을 커뮤니티에 게시되게 놔둠으로써 범죄를 방조한 혐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번 체포 영장 발부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혐의이기도 하다. 

8월 10일자 워마드 사이트에서 ‘목욕탕’으로 검색했을 때 확인할 수 있는 게시글. 성기 사진 등이 그대로 나온 몰카가 여전히 게시돼 있다. 사진=워마드

이와 더불어 워마드의 모금 활동도 국내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워마드 전현직 운영진은 모두 두 차례에 걸쳐 홈페이지 개설과 서버 증설 목적으로 모금을 진행해 왔는데, 이 전체 모금 총액이 1000만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법상 1000만 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할 경우 모집·사용 계획서를 작성해 행정안전부 또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야 한다. 워마드의 서버가 해외에 있는 것과는 관계없이 모금 주체가 한국인이므로 등록하지 않은 모금 활동은 불법의 소지가 있다는 것.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에 전혀 응하지 않은 채 해외로 출국한 것도 영장 발부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2월 경찰이 A 씨 이전에 워마드를 운영하고 있던 전 운영자에게 목욕탕 몰카 게시자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자 전 운영자는 A 씨에게 해당 게시자의 IP 주소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 씨가 이를 제공하지 않았고, 오히려 경찰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경찰이 오면 급하게 (사이트를) 폭파할 것”이라는 공지를 게시해 범죄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A 씨는 약 10개월간 경찰의 내사를 받아오다가 수사망을 피해 지난해 12월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을 정리하자면, 워마드 운영자 A 씨에게 체포 영장이 발부된 것에는 ▲음란물 유포 방조 ▲수사 비협조 ▲기부금품법 위반 ▲도피가 의심되는 해외 출국 등이 종합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단순히 ‘여성이기 때문에 엄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라고 주장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체포 영장 발부에 반발한 여성들은 “음란물을 유포하고 이를 방조하는 일간베스트(일베)와 같은 커뮤니티는 여전히 존속되고 있는데 왜 워마드만 편파 수사하나”라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워마드 편파 수사하지 말라”는 청원으로 10일 현재 6만 7561명의 동의를 얻어 냈다. 

이처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경찰은 직접 보도자료까지 내고 “편파 수사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워마드와 관련한 신고는 총 32건이 접수됐지만 운영자의 협조 불응 등으로 인해 피의자 검거까지 이뤄진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반면 워마드가 지목한 일베의 경우는 운영자가 직접 불법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경찰에 제출해 자발적인 협조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운영자와 사무실, 서버가 모두 한국에 위치해 있으므로 워마드 운영자와 같은 강제 수사가 불필요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경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5차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민감한 ‘편파 수사’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정부에 대한 비판도 더욱 거세졌다. 이들은 “워마드에 대한 탄압과 여성 혐오적인 편파 수사를 멈추지 않는다면 오는 5차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서 문재인 탄핵을 외칠 것”이라고 주장하며 시위 참가자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 “15일 예정된 보수단체의 문재인 대통령 탄핵 시위에도 참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김태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