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패션의 도시 밀라노에서 열린 베르사체의 2004년 봄/여름 컬렉션 패션쇼에는 예정에 없었던 특별무대가 마련됐다.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슈퍼모델들보다 더 많은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무대에 등장한 이는 다름 아닌 팝의 여왕 머라이어 캐리. 그녀는 옆선이 깊게 파져 가슴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서른세 살의 성숙한 여성으로서 발산한 육감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섹시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요즘 섹시 팝스타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비욘세 놀즈 역시 패션쇼를 화사하게 장식했지만, 대선배 머라이어의 관록에는 머리를 숙여야만 했다.
이번 패션쇼 나들이는 오랫동안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머라이어가 용기를 내어 다시 대중 앞에 당당히 나섰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머라이어는 또한 최근 자서전 출간을 위해 뉴욕의 한 출판사와 접촉하기도 했다. 그녀는 무려 30장이 넘는 책 기획서를 통해 어린 시절의 어려움을 극복한 뒤 가수로 성공한 경험을 책에 담아 불우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또한 ‘남의 지저분한 과거나 흥미위주의 사건을 들먹이며 돈을 벌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단호하게 입장을 표명했다.
“아마 제 전 남편에 대한 가십과 파탄으로 끝나버린 결혼 생활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을 거예요. 그분들에게는 실망을 줄 것 같아 미안하네요.”
책의 사이사이에 머라이어가 심혈을 기울여 써온 시들을 끼워넣는다는 전략에 반한 출판사는 이미 머라이어를 도와 책을 함께 집필할 작가까지도 물색해 놓은 상태다. 아레사 프랭클린과 마빈 게이 등 팝음악계의 굵직한 스타들의 얘기를 써온 음악평론가 데이빗 리츠가 그 인물이다.
1990년 갓 스무 살의 나이에 데뷔한 머라이어는 단번에 휘트니 휴스턴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가창력의 여왕’으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10여 년 동안 인기 정상의 여가수로서 발표한 빌보드 차트 1위곡만 해도 무려 15곡. 하지만 화려한 가수로서의 모습과는 다르게 가슴 아픈 개인사를 간직하고 있다. 흑백 혼혈아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던 어린 시절, 팝음악계의 절대 권력가 토미 모톨라와의 불행한 결혼 생활 등이 대표적이다.
잿빛투성이의 아가씨에서 신데렐라로 탄생하는 굴곡이 진실하게 그려질 그녀의 책에 팬들은 벌써부터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사진은 베르사체 패션쇼에 등장한 머라이어 캐리. 옆은 디자이너 도나텔라 베르사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