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6개의 번호를 고르게 분산해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로또 번호는 1부터 시작해서 45에 끝나는 단절된 숫자라고 생각하는 함정에 흔히 빠져들기 쉽다. 그러나 1부터 45의 공은 1과 45가 앞뒤로 단절된 숫자가 아니다.
추첨기 안의 공들은 제한된 공간 속에서 멋대로 움직이는 45개의 공에 불과하며 숫자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적어놓은 것일 뿐이다. 이를테면 숫자 대신 각각의 상형문자를 적어놓고 6개의 모양을 맞추는 것과 같다는 발상의 전환을 해볼 필요가 있다.
로또전문가 장찬규씨(<그림자로또 6/45> 저자)는 이를 위해 1과 45가 연결되는 하나의 순환고리로 파악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의 원을 부채꼴로 45등분 한 뒤 각각의 구간에 1부터 45까지 숫자를 부여하면 1과 45는 연속된 숫자로 볼 수 있다.
여기서 거의 똑같은 간격을 두고 6개의 번호를 뽑아 보자. 5, 13, 19, 26, 35, 42. 이 번호들만 봤을 때 홀짝의 비율은 3:3, 숫자의 총합은 140, 끝자리 숫자의 종류는 5가지로 골고루 잘 분산되어 좋은 번호로 보인다.
그러나 이 숫자들 사이의 간격을 보면 7-5-6-8-6-7(마지막 7은 42와 5 사이 숫자의 갯수)로 거의 5∼8개의 일정한 간격으로 분산되어 있다. 이러한 기계적인 분산은 45개 고무공들의 자유로움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의 번호를 매주 구매하고 있다.
이러한 발상에서 ‘탈락구간’이라는 것이 나왔다. 당첨된 숫자들 사이의 구간 중 가장 큰 것을 탈락구간이라고 한다. 위 조합의 탈락구간은 8이다. 간격이 최대로 벌어진 것이 8이라는 것이다. 탈락구간이 8인 조합수의 당첨률은 8,145,060개의 조합 중 14,550개로 약 0.18%이다. 탈락구간이 9인 경우도 당첨률이 2%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탈락구간이 적어도 11 이상은 되어야 당첨 확률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64회차까지의 번호를 살펴보면 탈락구간 중 가장 작았던 것은 44회차의 9이고 최대 탈락구간은 42회차의 29이다. 64회 동안의 탈락구간의 평균은 17, 18이었고 16의 탈락구간을 가진 조합이 가장 많은 9회가 나왔다. 대부분의 탈락구간은 12∼18 사이에 속했는데 이는 64회차 중 41회가 속해 비율로는 62%에 달한다.
로또의 공은 기계적인 규칙을 거부한다. 매회 번호조합을 달리 하더라도 탈락구간은 11 이상으로 하고 12∼18 사이가 되도록 번호를 분산하는 것이 당첨 확률을 높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