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레이터 모델 박정은씨(26)가 요즘 꾸고 있는 야무진 꿈이다.
“어느 날 강남, 선릉, 역삼 일대를 몇 시간 동안 달렸는데, 저 멀리서 타워팰리스가 보이더라구요.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지더라구요. ‘저기에 살려면 얼마나 벌어야 할까.’ 그래서 세운 목표예요.”
언뜻 듣기에 20대의 철없는 꿈이려니 하다가도 박씨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도 같다. “친구들이 나보고 도우미계의 갑부래요.” 실제로 박씨는 이미 월 5백만원을 벌어본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노력한 만큼의 대가라고. 행사도우미들에게 주어지는 일당은 보통 10만원. 박씨는 잠이 별로 없어 낮 행사를 끝낸 뒤 야간이벤트에서 내레이터로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단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목돈이 모이더라는 것.
박씨는 최근에 매니지먼트 쪽에도 발을 내딛은 상태다. 맡겨지는 일만 해서는 ‘꿈’을 이루기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 때문. 스스로 일감을 찾고 사업 경험도 쌓기 위해 현재 매니지먼트 업체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많지 않은 나이에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녀의 이력이 궁금해졌다. 박씨는 대학시절 ‘백의의 천사’가 되기 위해 간호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부모님들이 장래가 보장되는 직업을 원하셨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연히 주변의 권유로 웨딩모델을 시작한 것이 내레이터 모델계에 입문하는 계기가 됐다. 그렇지만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한 가전업체의 전시회를 하려면 그 회사 제품에 대한 모든 정보를 확실히 알아야 해요. 대기업의 경우에는 합숙을 시키면서 임원들이 일일이 테스트를 해보기도 해요.”
그래서인지 박씨는 자동차의 경우만 해도 전문가 뺨칠 정도로 박식했다. 예쁘게 꾸미고 장식품 역할을 하는 것만이 도우미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돈을 많이 번 뒤에는 세계의 구석구석을 밟아보고 싶어요.” 박씨의 또 다른 꿈이다. 몇 년 뒤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는 과연 타워팰리스로 찾아가야 할까, 아니면 해외로 떠나야 할까. 벌써부터 즐거운 호기심이 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