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영화로 실현된다는 건 중독성이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죠.”
김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TV에서 본 드라마나 영화, 재미있게 들은 이야기들을 혼자 줄거리를 정리해보곤 했는데, 어느 순간 그 내용들을 ‘이렇게 바꾸면 좋지 않을까’ 하고 새롭게 써본 것이 작가로서의 출발점이었다. 시나 소설처럼 글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현실처럼 눈앞에 펼쳐진다는 점 때문에 시나리오 작가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씨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실제로 영화사에 들어가 2년 동안 일을 배웠다. 영화 <이중간첩>에도 참여해 체코와 프라하의 작업 현장을 경험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영화 제작 시스템을 익힌 후 김씨는 지난해 초 과감히 회사를 나와서 ‘나홀로’ 걷는 길을 선택했다. 부모님이 계신 철원으로 들어간 것이다. 김씨는 지금의 생활에 대해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겨울엔 너무 춥지만 공기가 너무 맑아요. 생각이 저절로 맑아지죠. 생각할 여유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스물여덟 ‘꽉 찬 나이’인 그녀가 아직 솔로인 까닭은 무얼까.
“지금은 뭔가 내세울 정도로 해놓은 것이 없으니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런 나의 꿈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일본 영화 <포스트맨 블루스>처럼 현실의 진지함을 유머로 풀어나가는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는 김씨. 때 묻지 않은 자연 때문일까. 그녀가 그려낼 영화는 왠지 맑고 투명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