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2년이 지난 뒤 우연히 사석에서 마주친 엄씨는 이번엔 너무나 예쁜 모습으로 변해 있어 기자를 놀라게 했다. “남자를 만나면 예뻐져요.” 엄씨는 미인이 된 이유를 농담 삼아 이렇게 설명했다. 정작 만나는 남자에 대해 물어보자 “남자 끊었어요”라는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답변에 ‘변덕쟁이’라고 얘기했더니 본인도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며 맞장구를 친다. 엄씨가 ‘나도 나를 모르겠다’고 표현한 것은 진로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가 털어놓은 지난 4년간의 방황 얘기를 들어보면 이유를 알 수 있을 법도 하다.
엄씨가 연기자의 길을 택하게 된 데엔 좀 엉뚱한 연유가 있다. 고등학교 때 자율학습을 하기가 싫어서 ‘야자’(야간 자율학습)를 빼주는 예술계 진학을 선택하다 보니 연기를 전공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기가 점점 좋아져 1, 2학년 때는 열심히 무대를 오르내렸다. 그렇지만 때로 스스로 열등감을 느껴 심각한 고민에 빠지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3학년 때는 연기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교직과목을 이수하고 신문방송학을 부전공하면서 학업에 열중했다고 한다.
그러다 4학년 때 우연히 무대 위에 다시 오를 기회가 생겼는데 오히려 새로운 연기의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연기를 1년 쉬면 감각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잘 되는 거예요.” 아마도 좌절과 방황을 겪으면서 더 성숙해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번은 순수한 연변처녀 역을 했는데, 다음 작품 때 연출하신 선생님이 제가 그 배우였다는 걸 알고 너무 놀랐다고 하시더라고요.”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게 큰 자산일 터. 하지만 엄씨는 “뚜렷한 제 색깔을 찾지 못하는 것이 불만스럽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기자가 보기에 엄씨는 ‘괜한 고민’을 하는 듯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연기자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가 아직 깨닫지 못했을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