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 고객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지 몰라도 매너와 교양이 몸에 밴 모습. 한치의 빈틈도 없어 보였다. 본인도 일할 때의 자세가 생활화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이따금씩 놀랄 때가 있다고 한다. 병원진료를 받다가도 담당 의사에게 “차 뭐 타세요”라며 영업을 시도할 정도면 직업병이 아니겠냐고 웃으며 말한다.
민씨의 전공은 조경학. 유학까지 결심할 정도로 공부에 한참 빠져 있던 어느 날 이스라엘에서 키부츠(집단농장) 생활을 체험한 것을 계기로 공부보다는 세상에 발을 내딛을 결심을 했다고 한다.
언젠가는 자기만의 사업체를 꾸려보고 싶어하는 민씨는 사업의 기본은 영업이라고 여기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무작정 기업체나 골프연습장 등을 찾아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실수도 하고 많이 혼나는 등 혹독한 견습기간을 거쳤다. 처음 5일간 교육을 받은 뒤 무작정 밖으로 ‘내던져진’ 날, 거리의 빌딩들이 빙글빙글 도는 듯 느껴졌던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운이 좋았는지 첫달부터 계약을 딸 수가 있었다. 풋내기 영업사원으로 대기업에 임원용 차량을 단체로 팔아 주위를 놀라게 한 적도 있었다.
자동차 영업 분야는 아직도 여성들에게는 불모지. 특히 고가의 수입차인 경우 고객이 판매자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으면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민씨는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부드러움을 무기로 고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죽어도 다른 메이커 차를 사겠다는 사람에게 차를 팔았을 때, 까다로운 손님을 만족시켰을 때, ‘지원씨에게 차를 사서 기쁘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민씨가 말하는 일의 매력이다.
반면 조그만 실수 하나가 수개월간 쌓아온 고객의 신뢰를 일순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어 항상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게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 샤워할 때조차 휴대폰을 곁에 둘 정도.
일에서는 완벽한 프로페셔널을 추구하는 민씨지만 의외로 소탈한 면도 많다. 왠지 ‘럭셔리’한 것만 좋아할 것처럼 보이지만 옷이나 화장품에 그다지 욕심이 없고 취향도 무난한 편이라고 한다. 그다지 까다롭게 고르는 것도 아닌데 아직 남자 친구가 없는 것은 일에 너무 빠져 있었기 때문. 자신의 일을 이해해줄 수 있는 가슴 넓은 남자라면 언제든 ‘오케이’라고.
‘미래의 CEO’를 꿈꾸는 민씨는 앞으로 마케팅과 회계도 공부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전에 영업으로 ‘톱’이 되는 것이 먼저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자신의 일에서 먼저 최고가 되어야 최고의 CEO도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민씨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면 그 꿈을 이룰 날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