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수담’(手談)이라고도 하죠. 아무 말 없이 바둑을 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두 사람은 무수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셈이죠. 또 바둑은 전쟁이기도 해요.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죠. 마치 우리 삶의 모습을 닮은 것 같은 바둑은 가장 원시적인 게임이자 가장 매력적인 게임이에요.”
유씨는 바둑이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아이들과 여성들에게도 좋은 두뇌스포츠라고 말한다. 남자들은 바둑을 두면 그 속에 빠져들어 바둑만 생각하는데 반해 여자들은 바둑을 타인과의 소통수단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설명.
그렇다면 유씨는 어떻게 바둑에 빠지게 되었을까. 프로기사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바둑교실에서 친구들과 바둑을 두면서 놀았던 것이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정도. 대학도 명지대 바둑학과를 나올 정도로 바둑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유씨는 아마 5단의 실력만큼이나 다양한 재능과 ‘끼’를 인정받기도 했다. 대학교 때는 스카이바둑 방송에서 진행자를 맡은 적도 있었고, 졸업 후 바둑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바둑기자로 유명 기사들을 인터뷰한 경험도 많았다.
유씨의 꿈은 놀이와 바둑이 혼합된 ‘바둑유치원’을 국내 최초로 설립하는 것이다. 담배연기 가득한 기원의 이미지를 탈피해 바둑을 새로운 놀이문화로 바꿔보고 싶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원두커피 마시며 수담 한판 어때요?’ 그녀에게 어울리는 데이트 신청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