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자신이 생각한 실험결과가 나왔을 때의 희열 때문에 실험실에서의 작업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재밌지만, 실패할 경우 다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것이 고역이죠.”
실험실이라는 공간이 주는 건조한 이미지와 언뜻 딱딱하게 들리는 분자유전학이라는 전공, 또 이씨의 날카로운 눈매는 왠지 쉽게 다가가기 힘들 것 같은 첫인상을 풍긴다. 그렇지만 이씨와 조금이라도 대화를 나눠보면 자상하면서도 사려 깊은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다.
“아무리 돌을 던져도 다 받아줄 수 있는 바다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씨가 스스로 밝히는 자화상이다. 상대방에게 편안한 사람, 힘들 때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씨의 바람이다. 아직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 부모님에게 많은 것을 해드리지 못하지만, ‘부모님이 원하실 때 늘 곁에 있기’를 행동의 우선순위로 삼을 만큼 효녀이기도 하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남자친구가 있다면 넓은 바다처럼 감싸안아줄 것만 같다. 상대가 잘못해도 서로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조용히 얘기하는 것이 이씨의 스타일. 그럴 때 말귀를 잘 알아들을 수 있는 ‘기본이 된 남자’가 애인의 조건이라고 한다.
연구원 이씨의 최종 목표는 생물 선생님이다. 이를 위해 교육학도 함께 공부하고 있다. 학부에서 생명과학뿐 아니라 영문학을 전공하기도 한 이씨는 이미 어린이 영어전문교사 자격증을 따 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학도 생각중인데 이런 최종 목표를 세워놓았기 때문이란다.
“외국에서 영어로 생물을 가르치면 딱인데,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