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제씨(29)는 바로 이 대학로에서 연극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배우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연극 <누가 누구?>에 출연중이다. 극중에서 박씨는 평범한 요리사였다가 화려한 모델로 변신하는데 굵은 퍼머 머리에 진한 분장을 한다. 그러나 공연을 마치고 나온 박씨는 노메이크업에 뒤로 묶은 머리 위로 모자를 써 무대 위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공연을 막 끝낸 심정은 어떨까. 박씨의 대답을 들어보면 단순히 ‘홀가분한 상태’는 아닌 듯하다. “대사가 많은 연극이라 쉬지 않고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끝나면 기운이 다 빠져버려요.”
보통 공연 한두 달 전부터 연습이 시작되는데, 하루에 10시간이 넘는 강행군이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면 저녁 공연 외에 연습을 따로 하지는 않는다. 그 덕에 시간적 여유는 생기지만 관객 앞이라는 긴장감 때문에 짧은 시간에 에너지는 더 많이 소모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박씨는 그런 긴장감이 있어야 비로소 연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제가 한 행동과 대사가 의도대로 관객을 웃기고 울릴 때, 그렇게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밌어요.”
흔히들 ‘배고픈 직업’이라고 말하는 연극배우 생활이지만, 이런 무대에서의 남다른 느낌이 그녀로 하여금 연기를 계속 고집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저에게 연기는 ‘일상’이자 ‘일탈’이에요.” 박씨는 자신의 연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일상’으로서의 연기는 배우로서의 삶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이고, ‘일탈’로서의 연기는 무대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산다는 뜻이다. 쉼없이 현실과 무대 위를 오가는 그녀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말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