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은퇴후 50년 똑바로 살기3(비교학습 편)-일본 실버인재센터 살펴보니
일본은 실버인재센터라는 중앙기관을 통해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출처=일본 라이브도어뉴스(http://news.livedoor.com/article/detail/9424326/)
노인 일자리는 은퇴한 노인층들을 위한 생계대책 수단이면서, 또 제2의 자아실현 수단이기도 하다. 일자리를 통해 부족한 은퇴 이후의 생활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은퇴 후 엄습하는 적막감과 소외감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과정이다.
이 때문에 노인 일자리는 흔히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시장에서의 ‘고용’적인 측면과 ‘복지’적인 측면이 그것이다. 기존 노동시장에 혼란과 특혜시비를 야기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는 참 어려운 문제다. 때론 두 마리 토끼가 충돌하기도 하는 이유다.
지난 2015년 통계청의 고령자통계에 의하면 고령층들은 근로 희망 사유의 첫손에 ‘생활비 보탬(57%)’을 꼽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일하는 즐거움(25.9%)을 뽑았다. 그 두 마리 토끼를 방증한다.
한국에서도 노인복지법을 통해 노인들의 노동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현재는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노인일자리사업’이 시행됐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지원 속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특정한 공공일자리에만 한정되는 한편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는 등 아직 체계화되지 못하고 있다.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국내 장년 및 노년들은 여전히 노동 참여에 대한 욕구는 충만하지만, 아직 사회적 뒷받침 면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같은 고민을 해왔다. 일본은 우리보다 24년이나 먼저 노인 일자리사업을 시작했다. 일본 역시 노인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 ‘고용’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고, 또 그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 핵심은 바로 ‘실버인재센터’다. 실버인재센터는 일본의 단일화된 노인 일자리 지원 창구이자 기관이다. 센터는 1975년 일본 도쿄도 에도가와구의 지역기관에서 시작해, 점차 중앙기관으로 확대 성장했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그 운영 형태가 짐짓 흥미롭다. 무엇보다 센터는 앞서 언급했듯이 ‘고용’과 ‘복지’라는 두 가지 과제를 잘 융합하고자 노력한다. 애초 센터의 모태를 낳았던 에도가와구는 이를 ‘복지 노동’이란 말로 규정했다.
센터는 후생노동성의 재정지원을 받아 노인 일자리를 위한 단일 창구 기관으로 운영된다. 기본적으로 센터는 65세 이상의 은퇴한 일본 노인들을 회원으로 받는다. 이와 함께 공공, 민간, 개인을 포함해 일손이 필요한 곳의 일감을 의뢰 받는다.
센터는 중간에서 의뢰 받은 일감을 회원들에게 알선해 준다. 일감을 의뢰한 곳은 노동력을 대가로 센터에 비용을 지불하고, 노인들은 그중 일부를 배분금이란 명목으로 임금을 받게 된다. 현재 70만 명이 넘는 노인들이 센터의 회원으로 일감을 제공받고 있다. 만에 하나 상해가 발생하면 실버인재센터에서 가입한 ‘단체상해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일본의 실버인재센터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허브이자 아웃소싱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 일감들 대부분은 단기적이며 시간적 구속도 경미한 종류들이다. 청소, 서빙, 주방보조, 계산원 등 서비스 분야부터 조경, 사무보조 등 다양하다. 애초 일본은 ‘고연령자고용안전법’에서 주 20시간의 가볍고 쉬운 노동 일감들을 노인들을 위한 취업기회로 규정하고 있다. 단, 노동력 확보가 절대로 필요한 농어촌 벽지에선 주 40시간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즉 일본에선 일감을 원하는 노인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한편, 그 일감은 되도록 자유롭고 가벼운 것에 한정한다. 이는 노인들에 대한 배려의 측면도 있고, 기존 고용시장을 위협하지 않기 위한 목적도 있다. 종합적으로 보자면, 노인 일자리의 ‘고용’과 ‘복지’ 두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인 일자리 제공과 연계를 위한 중앙의 단일 창구 기관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 입장에선 부러운 대목이다.
다만 일본의 고민 또한 현재 진행형이다. 노년층의 수명 연장과 함께 이른바 ‘건강수명’도 늘어남에 따라 보다 많은 시간 강도 높은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요건 완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0년 이후 센터의 회원 수는 다소 감소 추세에 있다는 후문이다. 이 점은 한국도 참조할 만하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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