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은퇴후 50년 똑바로 살기1(입문편)
백세시대다. 은퇴를 앞둔 이들은 물론 젊은세대들도 노후대비를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하나, ‘나’를 파악하라!
사람이란 곁은 잘 알지언정, 정작 자신은 알지 못하는 존재다. 자기 객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기가 여간 어렵운 게 아니다. 그건 노후 대비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명한 노후대비를 위한 첫걸음은 자신의 자산 규모와 흐름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다. 이건 노후대비 이전에 보편적인 재무설계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너무나 당연한 대원칙이지만, 실상은 본인의 자산 규모와 흐름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본인의 수익은 알지만 지출 상황에 대해선 알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럴 경우 초과 지출이 이뤄진다. 수익 규모를 벗어난 무리한 저축도 문제가 된다.
은퇴설계의 첫걸음은 자신의 자산규모를 신속히 파악하고 수익과 지출의 흐름을 정확히 인지하며, 그것을 토대로 이른바 ‘계획’과 ‘조절’이 이뤄져야 한다.
감수=홍현동 포도재무설계 CFP
자신을 파악했다면, 그 다음은 은퇴설계를 위한 ‘재무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아무리 자산이 많은 부자라 할지라도 목적에 맞지 않는 금융상품이나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쉽게 생각해보자. 60세 은퇴 예정자가 보험회사 직원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퇴직금 등 잉여자산을 무작정 연금에 가입했다고 가정하자. 그 상황에서 돌연 자녀가 결혼한다면, 혹은 노후 자동차의 교체 시기가 됐다면 당장 목돈을 인출할 수 없는 처지가 될 수 있다. 자칫 연금자산을 해약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대단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노후대비 자산은 미래의 발생 가능한 일들을 세부적으로 염두에 두고 재무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러한 재무목표는 은퇴 생활비, 자녀 결혼자금, 주택 이전비, 노후 자동자 교체비용 등 구체적이고 세분화하여 세워야 한다.
#셋, 비상 예비자금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아무리 완벽한 은퇴 재무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웠다고 하여도 변수는 생기기 마련이다. 갑작스러운 가족의 사고나 질병, 자동차의 파손, 지인이나 친척의 급작스러운 경조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변수는 재무목표 설정 당시엔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결국 자산 배분 및 재무목표 설정과 별개로 별도의 비상 예비자금 마련이 필요하다. 그 규모는 생활비 지출 비용의 6개월분이면 충분하다.
비상 예비자금을 준비하지 못해, 은퇴 후 수입이 줄어드는 시점에 신용카드나 대출을 받아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빈번하다.
자료 : 통계청 2014년 가계금융조사.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넷, 보장성 보험은 되도록 빨리 준비하라!
노후를 위한 최고의 담보는 무엇일까. 건강이다. 하지만 은퇴 시점 이후 인체의 면역력은 저하된다. 질병에 걸릴 확률은 높아진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이 한 평생 살면서 지출한 의료비는 평균 1억 원 정도라고 한다. 남성은 그보다 약간 덜한 수준이다. 그런데 그 지출 의료비의 90%는 65세 이후에 발생한다고 한다. 사람의 지출 의료비 대부분이 은퇴 이후 시점에 발생하는 셈이다. 의료비나 간병비용은 훗날 자녀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아무리 화목한 가정일지라도, 평소 자산이 충분할지라도 예상치 못한 질병이나 사고를 겪는다면 위기가 도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후 준비에 있어서 반드시 실손 의료비, 3대 질병(암, 뇌졸중, 심근경색) 진단비 등 보장성 보험은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은퇴 시점 이전에 보험료 지출이 없도록 완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참고로 보장보험료 지출 비중은 가정 소득대비 5~8%가 적당하다.
#다섯, 내가 받을 연금은 미리미리 파악하자!
노후대비 중 당연히 연금설계가 중요하다. 그 대원칙은 우선 내가 은퇴 뒤 어느 정도 규모의 연금을 받게 되는지 체크하는 것부터다. 이와 관련해 꿀팁이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현재 국민연금 노후준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인인증서만 있다면 누구나 이 서비스에 접속해 내가 은퇴 뒤 받을 연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것도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까지 모두 합산해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친절한 서비스의 존재에 대해 잘 모른다.
자신의 적절한 노후 생활비에 비춰서 만약 은퇴 후 연금 비용이 부족하다면 그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퇴직연금, 국민연금에 추가 납입을 하거나 금융권의 연금 상품을 가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내가 어느 정도 규모의 연금을 받을지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연금 상품을 가입한다면 되레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한다면 미리미리 나의 연금 수령액을 파악하고 부족분을 메우는 방향으로 하자.
#여섯, 고위험군 투자는 젊어서 하는 거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투자는 젊어서 빨리하면 할수록 좋다. 특히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고위험군 투자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국은 반대다. 증권사나 은행PB센터에 가면 대부분 VIP고객들은 6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다. 축적한 은퇴자금을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상당수는 부족한 은퇴자금을 벌충하기 위해서다. 물론 그들의 바람은 안정성과 고수익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안정성과 고수익을 동시에 보장해주는 금융 상품은 절대 없다. 이렇게 금융 상품 투자를 위해 증권사나 은행에 찾아오는 고령자들 중 젊은 시절 투자 경험이 없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증권사나 은행에선 이들에게 연 30%에 달하는 고금리 배당과 만기 원금 수령을 동시에 보장한다는 ‘사탕발림’으로 은퇴 시점의 고령자들의 투자를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자산이 묶이거나 되레 돈을 허공에 날리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브라질 국채, 원자재 펀드 등이다. 증권사나 은행의 말만 믿고, 헤일화 가치 하락과 그에 따른 환차손 발생 등 원금 손실을 야기하는 변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고령 투자자들이 수두룩했다.
굳이 노후대비를 위해 이러한 고위험군 투자를 하겠다면, 되도록 젊어서 해야 한다. 피해가 발생해도 회복이 가능하며, 또 당장 피해를 봐도 그것을 통해 투자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곱, 은퇴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부동산 비중은 줄여라!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산 구성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부동산이다. 대략 자산의 80%가 부동산에 치중돼 있다.
미국의 40%와 비교한다면 두 배나 많은 숫자다. 과거부터 한국에선 부동산 하면 집값 상승을 통해 큰 수익이 난다며 투자처로 선호됐다.
하지만 은퇴 이후 많은 사람들이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곤 한다. 은퇴 이후 부동산 대출금의 이자 및 원금 상환에 힘겨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는 금리 인상 계획을 밝혔다. 한국의 금리 인상도 불가피한 시점이다. 주택담보 대출을 꾀한 은퇴자들은 금리 상승으로 이자 및 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다가 부동산 투매를 하게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은퇴시기가 가까워질수록 가격변동 리스크와 대출상환 리스크가 끼어있는 부동산의 비중은 되도록 줄이고 예금, 주식, 펀드, 연금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으로 배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여덟, 주택연금은 반드시 자녀들과 상의하라!
앞서 언급했듯, 한국의 경우 부동산이 차지하는 자산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많은 은퇴자들이 주택연금을 고려한다. 주택연금이란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혹은 일정 기간 동안 다달이 노후 생활자금을 받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대략 3억짜리 주택을 기준으로 한다면 나이 72세 가입자 경우 매달 100만 원 정도를 받게 된다.
보통 나이 만 60세 이상, 1주택자 혹은 1가구 다주택자의 집값 합산 액이 9억 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가입 가능하다.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 ‘주택연금 사전예약 보금자리론’ ‘우대형 주택연금’ 등이 있다.
하지만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수령하기에 가입자 사망 시 주택은 당연히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소유가 된다. 응당 상속을 기대했던 자녀들 입장에선 영 실망스러운 상품이다. 이 때문에 가입자와 자녀들 간 다툼과 갈등이 야기되는 경우가 꽤 많다. 만약 주택연금을 고려한다면, 꼭 가족들과 충분한 의논을 거친 후 실행하는 것을 권한다.
#아홉, 자녀들에게 자산 이전하려면 빨리 하라!
노후대비는 다른 의미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현명한 정리를 의미한다. 증여를 고민하는 은퇴자들이 그러하다. 상속 이전에 사전증여를 통해 ‘세 부담’을 낮추는 계획이 첫째다. 다른 말로 하면 결국 피상속인의 재산을 미리미리 줄여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배우자에겐 6억 원, 성인자녀에겐 5000만 원까지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또 피상속인 사망 10년 이전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으로 본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때문에 피상속인 입장에선 10년 단위로 미리미리 자녀와 배우자에게 간헐적으로 증여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다.
한편 나이가 어린 자녀의 경우 자녀 명의로 펀드나 부동산 투자를 꾀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증여 이후 자산가치 상승이나 추가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선 과세를 안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이 점 역시 고려할 만하다.
#열, 취미도 엄연한 투자다!
마지막 십계명 원칙은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은퇴설계의 목표는 결국 행복이다. 은퇴자들은 많은 경우, 밀려오는 무기력감과 허무함으로 고통 받는다. 이 때문에 은퇴 이후의 취미활동 계획은 반드시 필요하다.
은퇴 이후 세계여행을 계획한다든지, 평소 즐겼던 낚시나 등산을 위한 장비구입을 계획한다든지, 혹은 문화센터나 노인대학 입학을 계획한다든지 나름의 지출계획과 예산배정이 필요하다. 보다 건강한 은퇴 이후 삶을 위해선 취미생활 역시 꼭 필요한 ‘투자’라는 개념을 머릿속에 새겨둬야 할 것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감수=홍현동 포도재무설계 C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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