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지난 1999년 두루넷의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식 장면. | ||
이홍순 삼보컴퓨터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자사가 갖고 있던 두루넷 회사채 5백92억원어치를 지분 출자키로 결정했다. 이 부회장은 또 자회사인 나래앤컴퍼니가 보유중이던 2백96억원어치의 두루넷 회사채도 출자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보의 두루넷 지분은 출자전환 전의 14.3%에서 31.9%로 높아졌고, 나래앤컴퍼니의 두루넷 지분도 9.3%에서 17.4%로 늘어났다. 이 같은 출자전환으로 그동안 두루넷의 지분 30.6%를 보유, 최대주주였던 소프트뱅크의 지분은 20.3%로 낮아져 삼보에 이어 2대주주로 추락했다.
이번 출자전환으로 두루넷은 지난 2001년 말 현재 1조3천억원대에 달하던 부채가 1조2천억원대로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그러나 삼보의 이번 출자에 대해 금융 관계자들과 주주들은 출자전환 가격이 시장가격을 크게 웃돈다는 점을 들어 부실한 형제기업에 대한 부당지원 의혹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주주들의 이 같은 주장은 삼보가 산정한 두루넷 회사채 전환가격이 주당 1천1백36원(액면가 5백원)으로 지난 8월 말 현재 나스닥시장에서의 거래가격인 주당 56센트(6백72원)보다 무려 40% 이상 높다는 점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두루넷 출자를 공식 발표한 당일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의 삼보 주가는 4백만 주가 넘는 대량 매도주문이 폭주하면서 하룻만에 2.2%나 떨어졌다. 주식시장에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자 삼보는 “최근 두루넷이 전용회선, 사옥 매각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4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 경영이 크게 호전되고 있어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회사채를 출자전환했다”고 설명했다.
|
||
| ▲ 이홍순 삼보컴퓨터 부회장 | ||
삼보측은 “이번 출자전환은 추가적인 자금투입이 아니고 기존에 투자한 회사채를 출자 전환한 것이며, 두루넷의 독자생존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미 두루넷은 SK글로벌 등에 매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고,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청산까지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수백억원을 출자전환 형태로 지원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주주들은 특히 그동안 이홍순 부회장이 “두루넷에 대한 추가 투자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온 데다, 지난 4월 이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는 점을 들어 ‘독단적인 경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주주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핵심은 삼보의 이번 출자전환 금액이 시가보다 무려 40%나 높게 책정된 부분이다. 이홍순 부회장은 지난 4월 소프트뱅크가 두루넷 지분을 제3자에게 청산하려하자 “소프트뱅크로부터 두루넷 지분을 인수하지 않을 것이며, 두루넷에 대한 추가 투자도 하지 않겠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삼보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4천만달러어치와 7천만달러어치의 두루넷 BW(전환사채)에 대해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당시에도 삼보측은 추가 출자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했다. 결국 삼보의 두루넷에 대한 출자전환 결정은 최고경영인이 주주들에게 약속했던 부분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경영투명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인 것이다. 통신업계와 금융계 관계자들도 “두루넷에 대한 출자전환으로는 삼보는 막대한 지분평가손이 예상돼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
||
| ▲ 이홍선 두루넷 부회장 | ||
특히 증권 관계자들은 “삼보가 주주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채 그동안의 입장을 뒤집었기 때문에 경영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증권사의 통신 애널리스트는 “삼보가 9월부터 휴렛패커드에 대량의 컴퓨터 물량을 공급함에 따라 주가 상승이 예상됐으나 두루넷에 대한 출자전환 결정으로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널리스트들은 삼보의 두루넷 출자에 따른 올 하반기 지분평가손을 1백39억원으로 추정하는 한편, 3분기에는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예상 주당 순익 역시연초에 예상했던 3백76원에서 1백16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증권기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자들과 금융 전문가들의 따가운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홍순 부회장이 출자전환을 강행한 가장 큰 이유는 1조3천억원대에 이르는 부채로 위기에 몰린 두루넷의 경영난 해소를 위한 목적. 두루넷은 그동안 부채해소를 위해 일본 소프트뱅크, 마이크로소프트, 메릴린치 등 외국 투자기업들의 투자를 물색해왔으나 성사되지 않은 상태이다. 투자유치가 완전히 실패할 경우 두루넷의 부채는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날 뿐 아니라 경영적자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두루넷은 늘어나는 부채 때문에 회사를 청산하거나 사업자체를 완전 매각하는 등의 극단적인 회사 정리방안이 극비리에 논의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기업격이나 마찬가지인 이홍순 삼보 부회장은 부채규모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긴 하지만 회사채를 지분으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출자전환 결정에도 불구하고 두루넷이 재기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최소 1조원 이상의 거액이 투자형태로 긴급 수혈되지 않을 경우 불안한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