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사고 발생 우려” 불허…인천은 ‘승인’…HWPL “종교 행사 아니다”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이 개최하는 행사가 경기장 대관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개최된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회식’ 모습. 사진=온통인천 홈페이지
일방적인 대관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HWPL의 주장과 달리 안산와스타디움을 위탁 관리하는 안산도시공사는 “애초에 대관을 승인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체육시설 운영조례 6조에 따르면 안전 위험의 우려가 있는 경우 불허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으므로 정확히 말하자면 취소가 아니라 불허한 것”이라며 “안산도시공사가 임의로 결정한 사안이 아니라 최종 결정 주체인 안산시에서 불허 방침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안산도시공사가 제기하고 있는 ‘안전문제’는 시위·집회 등에 따른 외부 충돌을 의미한다. 개신교 단체들은 이번 만국회의가 사실상 신천지에서 진행하는 위장행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는 HWPL의 대표이사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라는 점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HWPL의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은 대표이사로, 신천지 산하 교육기관인 ‘시온기독교선교센터’의 탄영진 총원장은 이사로 등록되어 있다. HWPL 관계자에 따르면 이만희 총회장은 18일 만국회의에도 대표이사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안산도시공사 관계자는 “기독교 연합회와 신천지에 반대하는 모임 등에서 행사 당일 경기장 근처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며 “사고 발생 우려가 뻔히 있었기 때문에 애초에 승인이 나지 않았고 허가서가 발급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HWPL은 만국회의가 신천지와 관련된 종교적인 행사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개최되는 평화행사라고 반박한다. 또 안산와스타디움에서의 행사는 무산됐지만 안산 지역의 다른 장소에서 대체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HWPL 관계자는 “이만희 총회장 등이 임원으로 있는 건 사실이지만 종교와는 전혀 무관한 평화행사다. 만약 종교적 행사라고 하면 행사 도중에 대관을 취소를 한다고 해도 할 얘기가 없다”면서 “만국회의는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등 해외 15개국의 전직 대통령도 참여하는 세계적인 행사다.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안전 사고도 발생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대관 불허 방침을 내세운 안산시와 달리 인천시설공사는 “예정대로 행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시설공사는 인천시로부터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의 관리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인천시설공사 관계자는 “대관 관련 조례에 따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에 18일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안전상의 문제는 우리가 판단할 수 없으며 집회 신고를 했기 때문에 경찰에서 알아서 잘 관리를 할 것으로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두 경기장 모두 유사한 지자체 조례에 따라 관리되는 공공체육시설임에도 이렇게 다른 결정이 난 것은 결국 지자체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의견이 나온다. 안산시와 인천시의 체육시설 관리 조례에 따르면 두 경기장 사용의 최종 허가자는 시장이며, 시장은 시설 개방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사용 허가를 제한할 수 있다.
이미 인천에서의 만국회의 개최가 확정되었지만, 대관을 둘러싼 논란은 점점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9월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공공시설(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신천지의 위장행사장 대관 취소 요청’이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 왔다. 청원인은 “경기장 대관임대료 4500만 원 행사를 취소하면 수억을 물어줘야 한다고 말하는 인천시 관계자의 황당한 답변이 올바른 답변인지 알고 싶다”며 “수많은 시민의 항의를 무시하고 전화조차 받지 않는 인천 시설관리공단 책임 또한 물어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에는 9월 12일 현재까지 6900여 명이 서명한 상태다.
한편, HWPL은 안산도시공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된다. 안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최근 HWPL에서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는 통보서를 보내왔다”면서 “(통보서에는) 행사 준비비용, 해외 내빈 초청 비용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HWPL 관계자는 “통보서는 보냈지만 당장 법적 대응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행사 진행 이후에 준비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