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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전경 | ||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기존 백화점업을 포함한 점포건물 등을 묶은 (주)현대백화점과, 여행업, 건물임대업 등 비백화점 사업을 축으로 하는 (주)현대백화점GF(가칭)로 출범할 예정이다. 기업분할 배경에 대해 현대백화점측은 “중복투자를 피하고 기업의 전문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회사를 분할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두 회사의 분할비율을 기존 현대백화점이 자산의 80%를, 신설법인인 (주)현대백화점GF가 20%를 각각 갖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분할 작업이 끝나는 11월1일 이후부터 현대백화점의 주주는 두 회사의 주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된다. 가령 현재 현대백화점 주식 1백주를 갖고 있는 주주의 경우 분할 이후에는 현대백화점GF 주식 20주와 현대백화점 주식 80주로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와 증권가는 술렁거렸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 분할 결정은 전혀 소리소문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데다, 갑자기 왜 그 같은 결정을 하게 됐는지 선뜻 납득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문에 대해 현대백화점은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것이며,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은 아니다”며 “사업부문별 경영의 전문성을 확보해 성장잠재력을 늘리고, 현재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는 백화점의 주가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분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단순히 전문성과 주가관리 차원에서 기업분할에 나서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여러가지 추측을 하고 있다.
경쟁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현대백화점이 분할을 결의한 배경과 관련해 유통업계에서 첩보전이 벌어질 정도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현대백화점측은 여간 곤혹스러운 모습이 아니다. 더구나 분할발표 직후 증권 애널리스트들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는 장밋빛 보고서를 내놓았음에도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분할을 발표한 직후 외국인 주주들은 연일 매도공세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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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선 현대백화점 부사장 | ||
외국인의 지분은 분할 발표 당일인 지난 8월19일 35.97%였다가, 5일 만인 지난 8월23일에는 31.68%로 무려 4% 이상이나 줄었다. 이에 따라 주가도 3만5천원(8월19일 종가기준)에서 3만2천7백원(8월23일 종가기준)으로 6.6% 가량 떨어졌다. 이 기간 동안 다른 유통업체의 주가는 미국 증시의 상승 분위기에 힘입어 오히려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종업계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은 현대백화점이 분할하는 또다른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신설되는 알짜배기 부문인 백화점 사업부문의 대표이사가 누가 될 것이냐 하는 부분과도 맞물리는 얘기. 이와 관련 재계와 업계에서는 세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첫 번째는 이번 백화점 분할이 후계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한 초석 다지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현대백화점 오너인 정몽근 회장-우경숙 고문 부부의 2세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부사장과 교선씨(미국 유학중) 등 두 사람. 올해로 만 서른살인 정 부사장은 그동안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다, 올초 정기 임원인사에서 현대가 3세 중 처음으로 부사장에 올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초 현대백화점 내부에서는 정 부사장의 초고속 승진을 두고 기존 임원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 부사장은 기획전략본부의 팀장을 맡아 경영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정 부사장은 현재 현대백화점의 주식 34만6천주를 보유, 현대백화점의 3대 주주. 그러나 그는 이번 기업 분할을 통해 지분율에는 전혀 변동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현재로서는 오는 9월 말로 예정된 주총에서 정 부사장이 ‘대표이사’ 직함을 달 확률은 극히 낮아 보인다.
그러나 오너 3세이자 대주주로서 향후 대표이사에 오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기업분할 역시 후계자에게 우량기업을 물려주기 위한 전초전이 아니겠냐는 추측이다. 또다른 추측은 이번 기업분할이 현재 현대백화점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병규 사장 등 핵심 경영인의 거취와 관계가 있다는 것. 현대백화점측은 이 사장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거론하는 것 자체를 꺼려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항간에 떠돌고 있는 이병규 사장과 우경숙 고문의 갈등설, 이병규 사장의 퇴임설 등에 대해 “전혀 근거없는 루머로 음해세력이 있는 것 같다”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사장에 대한 거취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시선을 모으고 있다. 그 배경의 하나가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의 대선출마 가능성이다. 이 사장은 지난 77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이후 그 해부터 16년 동안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비서로 분신처럼 일했다. 그는 지난 92년 정 회장이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에는 최측근으로서 보좌했다. 때문에 정 고문 역시 대선에 출마한다면 이 사장을 영입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현대백화점 한 고위 관계자도 “이 사장이 최근 정몽준 의원으로부터 여러차례 영입 제안을 받았으나, 본인이 완곡하게 고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이 사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된 불확실한 상황들이 현대백화점의 분할을 앞당겼을 수도 있다는 추측인 것이다. 또다른 추측은 정몽근 회장의 차남 교선씨(28)의 경영 진입이 임박함에 따라 지선-교선 형제간의 재산분할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교선씨는 외국어대 무역학과 93학번으로, 지난 2000년 미국에 경영수업차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선씨가 돌아올 시점이 거의 임박하면서 두 명의 후계자에게 회사를 고루 나눠준다는 차원에서 분할했다는 해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