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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00년 3월 노조원들이 주주총회장 앞에서 주가 폭락 에 의혹을 제기하며 시위하는 모습. | ||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8월22일 정 의원의 대선출마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조가 낸 성명서의 제목은 ‘또다시 국민당 망령인가?’였다. 국민당은 지난 92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대선에 출마하면서 급조해 만든 정당. 당시 정 회장은 국민당에 5백여 명의 현대그룹 임직원을 차출했고, 전체 그룹 임직원의 90%를 당원으로 가입시켰다. 그러나 정 회장이 대선에 패하면서 국민당은 와해됐고, 정당으로 옮겼던 임직원들이 그룹에 복귀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마찰이 발생하는 등 후유증이 심각했다.
노조가 정면으로 MJ의 대선 출마를 가로막고 나섬에 따라 그의 대선 가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성명에서 “지난 92년 국민당 망령을 잊지 않고 있다”며 정 의원이 대주주 신분을 유지한 채 대선에 출마할 경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투쟁을 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특히 “성명서 발표는 대선출마 반대투쟁의 봇물을 터뜨리기 위한 첫 번째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며 향후 반대캠페인과 지역순회 투쟁, 그리고 최악의 경우 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노조가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자 MJ측은 “임단협 재개를 앞두고 노조가 자기 몫을 챙기려는 전략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대선 출마 반대를 선언한 노조와 MJ는 감정적으로 대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의원의 안방격인 현대중공업 노조가 어떤 목적으로든 반대투쟁을 펼칠 경우 그의 대선가도는 물론 향후 회사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조의 성명이 나온 지난 22일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2만원대를 기록, 연중 고점인 지난 3월15일의 3만5천8백원에 비해 43%가 추락했다. 이는 3월 대비 주가지수가 10%가량 빠진 것을 감안하면 급락한 것이다. 노조는 “상반기에 3조7천9백87억원의 매출을 올려 1천34억원의 순익을 달성했음에도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은 MJ의 대선 출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문민정부 하에서 현대그룹이 겪어야만 했던 핍박을 잊지 않고 있다”며 “MJ가 대선 출마를 강행할 경우 이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투쟁은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일터를 지키기 위한 생존권보호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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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몽준 의원 | ||
노조는 MJ가 대선 출마를 강행한다면 현대중공업 대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MJ의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1%이지만, 올 들어 7~8% 추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노조의 요구에 대해 재계에서는 “MJ가 지분을 포기한다면 현대중공업의 경영권이 바뀌게 되는 것이어서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반응이다. 노조의 강공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일단 노조는 투쟁방향에 대해 출마반대 캠페인과 지역별 순회투쟁, 파업 등을 들고 있다. 이번 성명서 발표는 향후 전개할 투쟁의 전초전이라는 것. 그러나 MJ측과 정•재계 일각에서는 이들이 MJ의 정치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선 시기가 대선출마 선언이 임박한 시점이라는 점을 들어 미묘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오는 9월부터 시작될 임금단체협상의 재개 시점과 맞물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들어 MJ측은 임단협을 앞둔 시점에 오너의 아킬레스건을 걸고넘어져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김해윤 노조 기획부장은 “임단협에서는 MJ의 대선출마 문제를 비롯한 모든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협상 결과 방향이 정해지면 MJ 개인에 대한 검증작업과 강도높은 반대운동이 가시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노조가 표면상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출마 반대투쟁이 노조의 공언대로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로 보고 있다.
임단협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야 하는 노조 입장에서는 이 카드를 압박용 이상으로는 꺼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오는 9월11일로 예정돼 있는 현대중공업의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도 향후 노조의 MJ에 대한 투쟁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 위원장의 자진 사퇴에 따라 다음달 2일까지 후보자를 접수받은 뒤 위원장을 뽑을 예정이다. 김해윤 부장은 “대선출마 문제를 계속해서 이슈화한다는 게 현 집행부의 방침이지만 차기 집행부로 누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향후 반대투쟁의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조합원들 사이에는 MJ의 대선출마를 지지하는 움직임도 적지 않은 점도 강경투쟁을 고수하기 힘든 부분이라는 게 노조 일각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측은 최대한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측이 입장을 공식적으로 통보해오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