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가장 싼 인천 검암 1조원·서울시 추가택지에 10조원 이상 보상금 지출…부동산 투자자금으로 바뀔 가능성 높아
정부는 지난 9월 21일 서울 경계 인근에 위치하면서 교통접근성이 우수한 경기도 광명·의왕시 외에 성남시, 시흥시, 의정부시 등 5곳(1만 7160호)과 인천 검암 역세권 1곳(7800호)을 공공택지로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까지 지구계획 수립과 보상에 착수하기로 했다.
국토부가 지난 9월 21일 ‘3기 신도시’ 조성 등의 내용을 담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도심의 모습. 연합뉴스
공공택지로 지정될 경우 사업시행자인 현장 조사와 감정평가사의 평가를 통해 보상금을 산정해 보상이 게시된다. 경기지역은 LH, 인천지역은 인천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 나선다. 토지보상액은 보통 인근에 위치한 표준지의 공시지가와 위치, 이용 상황, 토지형상 등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평가한다.
21일 발표된 1차 후보지 5곳의 면적은 311.2만㎡이다. 땅값이 가장 싼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검암의 시세가 3.3㎡당 165만~170만 원이다. 규정대로 표준지 공시지가 ㎡당 22만 원의 150%를 계산하면 수용금은 ㎡당 33만 원이다. 이렇게만 계산해도 1차 후보지에만 1조 원이다. 다른 4곳은 땅값이 더 비싼 점을 감안하면 숫자는 훨씬 더 늘어난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서울에만 300만㎡ 이상의 대규모 택지 4~5곳을 추가로 조성할 방침이다. 1~2곳은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토지보상비만도 10조 원 이상이 지출될 수 있다. 국토부는 현 정부 내에 부지 조성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따라서 토지 보상은 늦어도 2020년까지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공택지는 후분양을 원칙으로 하기로 한 만큼 실제 공급이 이뤄지는 것은 2022년에야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른바 3기 신도시 후보지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지정에 반대하는 것도 변수다. 공급 확대는 기존 주택가격에 부담 요인인 데다 개발에 따라 도로 등 도시 인프라 혼잡이 발생하는 등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실제 광명시는 미흡한 교통대책, 광명 뉴타운 침체, 하안동 기존 시가지 슬럼화 우려, 신혼부부·청년 일자리 창출 대안 부족 등을 이유로 하안2지구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도 주택공급이 많은 상태에서 추가 공급이 이뤄질 경우 집값 하락과 교통 혼잡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국토부 발표에 앞서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공공주택 공급 방안에 대한 저항도 거세다. 서울 송파구는 옛 성동구치소 부지에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서울시 계획에 대해 당초 주민과 약속대로 성동구치소 부지에 복합문화시설과 청년 일자리 지원시설 등을 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3기 신도시보다 서울에서 더 먼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도 크다. 입지 여건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곳이다 보니 집값 하락, 미분양 증가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3기 신도시 조성 반대와 2기 신도시 대중교통 확충을 요구하는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정부가 재정을 들여 해당 지역 인프라를 개선시켜줄 가능성이 크다. 택지 보상비 외에도 엄청난 재정이 풀릴 수 있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혁신도시와 2기 신도시 개발 등으로 5년간 103조 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렸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도 뉴스테이와 행복주택 등의 공급을 위해 각각 117조 원, 68조 원의 토지보상이 이뤄졌다.
토지보상금은 토지 등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땅에서 번 돈은 결국 부동산으로 갈 확률이 높아서다. 3기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풀린 보상금은 결국 남북경협 등 각종 개발 호재를 노린 부동산 투자자금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3기 신도시는 면적은 1기(1989~1990년, 분당·평촌·일산 등), 2기(2003~2008년, 판교·위례·동탄 등)의 10분에 1에도 못 미치지만 서울에서 가깝고, 물가상승에 따른 상승률 등까지 감안할 때 보상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올해에도 이미 지난 정부에서 개발이 결정된 땅을 사들이기 위해 15조 원 가까운 토지보상금이 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이후 최대다. 올 상반기 땅값 상승률은 2008년 이후 가장 높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