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인상·후분양제 전환 유도…부자들 ‘앉아서 떼돈 벌기’ 어려워진다
정부 정책에 부동산시장에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강남의 한 아파트단지. 고성준 기자
# 왜곡된 공시가격 혁신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 6억 원 초과분에 대해 공정가액비율인 0.8을 곱한 숫자에 법으로 정해진 세율을 적용해 결정한다. 공정가액비율은 0.6~1.0 사이의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으며, 현행 0.8이다. 결국 중요한 것이 공시가격이다. 재산세도 공정가액비율이 0.6으로 다소 낮고 세율이 다를 뿐 공시가격이 핵심기준이 되는 계산식은 같다.
현행 공시가격의 근거는 부동산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이다. 법적 정의는 ‘적정가격’이다.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이다. 이 법 시행령에서도 실제 주변 등에서 이뤄진 거래가격과 임대료가 기준이라고 정했다. 토지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시세를 측정하기 애매할 수 있다. 하지만 주택, 특히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거래가 활발하다. 국토교통부에서 확보한 실거래가 자료도 방대하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 시세의 50~60%, 적게는 40%대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법 취지에 크게 어긋나는 셈이다. 특히 고가주택일수록 반영률은 더 떨어지고, 서민들이 사는 저가주택일수록 실거래가에 가깝다. 반영률이 낮을수록 상속 증여에도 절대 유리하다.
# 보유세 인상으로 부자 ‘증세’
보유세에 해당하는 재산세와 종부세에 대해 전년 대비 납부세액을 1.5배로 제한하고 있지만, 해마다 50% 미만으로 높인다면 수년 내에 세액을 몇 배로 늘릴 수 있다.
올해 공시가격 13억 8400만 원인 서울 서초구 반포래미안퍼스티지 84.93㎡(전용면적)를 예로 들어보자. 공시가율이 시세의 60%라고 가정하면 올해 보유세는 497만 원이다. 하지만 공시가를 5% 올리면 보유세는 557만 원이 된다. 이런 식으로 공시가를 시세에 근접시키고, 공정가액비율도 높이면 보유세액은 수천만 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이 같은 작업은 법 개정 없이 정부 행정력으로만 가능하다. 장기보유공제 혜택을 받는 실거주자가 아니라면 결국 매년 보유세가 높아진다. 여기에 정부는 연말 세법개정 때 고가주택을 대상으로 적용 세율 인상도 추진 중이다.
법인세율 인상에 대한 보수진영과 기업들의 저항이 강한 가운데 공시가 조정은 실질적인 법인세율 인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개한 지자체별 공시지가 상위 100곳의 시세 반영률은 평균 37%에 불과하다. 특히 대기업이나 총수 일가 관련 부동산이 많다. 최근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의 일관성 없는 측정이 신뢰성 훼손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들의 공시가를 현실화하고 보유세 인상 기준을 적용한다면 상당한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
# 후분양제로 건설사 손쉬운 폭리 방지
현행 선분양제도는 시행사가 토지만 확보하면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팔아 공사대금을 마련할 수 있다. 수분양자는 집값의 10%만 계약금으로 내면 된다. 차입 효과가 크다. 입주 시점에 집값이 오르면 수분양자에게 귀속된다. ‘투자’에 유리한 시스템이다.
공사비는 계약자들이 은행에서 빌려 시행사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분양이 완료되는 시점에 이익이 확정된다. 자금 조달 부담이 적어 시행사의 신용도가 낮아도 사업이 가능하다. 지방에서 성공한 대부분 건설사가 주택시장 호황기에 이 방식을 활용해 ‘떼돈’을 벌었다.
문제는 상품가치다. 지은 아파트가 부실할 수도, 입주 시점 시세가 계약 당시의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선분양제에서는 이 같은 품질 및 가격 위험이 대부분 계약자들 몫이다. 물론 시행사도 위험이 있다. 분양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미 분양계약을 한 이들을 위해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다. 입주 시점까지 분양이 다 안 되면 준공 후 미분양, 즉 ‘빈집’이 된다.
정부는 6월 말 2018년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후분양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공공은 확대하고 민간은 독려하겠다는 취지다. 건설사들의 자금 부담이 커지는 만큼 민간 부문에 후분양을 당장 강제하지는 않기로 했다. 다만 부실시공 등으로 영업정지를 받았거나 벌점이 일정 기준을 넘은 건설사에는 선분양을 제한하기로 했다. 돈부터 받고 대충 지어 팔려는 건설업자들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은 후분양을 선택하는 건설사들이 적겠지만, 선분양의 분양가 통제는 엄격해지고, 후분양 인센티브는 점차 강화된다면 대형사를 중심으로 전략을 바꾸는 곳들이 나올 수 있다”면서 “가계대출이 한계에 봉착한 금융권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후분양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