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내국인용 카지노업체인 강원랜드의 요즘 상황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지난 2000년 문을 연 이후 강원랜드는 밀려드는 대박족들로 떼돈을 벌고 있지만, 내부는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니다.
강원랜드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영업개시 3년 이래 최대였다. 전국에서 모여든 한탕의 꿈을 가진 카지노 마니아들이 올려준 실적이었다. 별다른 영업활동 없이도 매년 전년 실적을 웃돌고 있으니, 웬만한 기업 같으면 턱이 빠질 정도로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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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랜드 | ||
그러나 강원랜드의 요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김광식 사장의 사임, 회계장부 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추락하는 주가 등의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강원랜드는 올해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2천4백77억8천2백만원, 영업이익 1천5백83억3천4백만원을 올려 1천1백89억7천5백만원의 순익을 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매출액은 9.7%, 순익은 6.3%나 증가한 것.
그러나 이 같은 실적에도 불구, 강원랜드의 주가는 지난 3월 이후 5개월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강원랜드의 주가는 지난 3월18일 종가기준으로 주당 22만4천5백원이었으나, 지난 16일 현재 13만7천5백원으로 무려 40% 가까이 폭락했다. 외국인들도 올 초 5%대에서 지난 3월에는 14%대까지 지분율을 급상승시켰다가 8월 들어 연일 수만주씩 매도해 한 달 사이에 지분율이 13%대로 추락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추가 매도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되자 증권가에서는 ‘강원랜드에 말 못할 초대형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등의 루머가 유포되고 있다. 강원랜드측은 “최근의 주식시장 장세로 볼 때 하락폭이 크지는 않다”며 항간의 추측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강원랜드가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고 자랑을 늘어놓은 뒤에도 주가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지금 강원랜드에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이달 초 강원랜드에서는 뜻밖의 사건이 벌어졌다. 회사 출범 이후 경영을 이끌어왔던 김광식 사장이 지난 3일 열린 임시 이사회(신규 이사 선임건)에서 돌연 사표를 내고 물러난 것이다.
그의 공식 사장 재임 기간은 지난 12일이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지난 7월 말 개최된 이사회에서 재신임을 받아 이달 초 열릴 예정이던 임시주총을 통해 연임을 추인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주총을 1주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돌연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 것이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김 사장은 “나름대로 보람있는 3년이었다”고 회고한 뒤 “몸과 마음이 지쳤고, 최근에는 혈압이 많이 올랐다”며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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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식 전 강원랜드 사장 | ||
그러나 이 자리에서 몇몇 이사들은 “진짜 본인 의사냐”며 의심스런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실제로 김 사장의 연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이사회와 주주들로서는 뜻밖의 일이었다는 것.
이렇게 되자 김 사장의 사임을 두고 강원랜드 주변에서는 갖가지 얘기들이 오르내렸다. 일부에서는 경영진 내분설을 제기하고 있다. 또 최대 주주인 산업자원부가 김 사장의 연임을 사실상 인정했음에도 청와대가 ‘불가’ 의사를 전했다는 등 ‘외압설’도 제기됐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경영주도권을 둘러싼 임원 간의 내분설. 이 같은 추측의 이면에는 강원랜드의 복잡한 지분관계가 작용하고 있다. 강원랜드의 주주는 전체의 36%를 가진 산자부 산하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를 비롯해 지자체 소속인 강원도개발공사 6.6%, 외국인 13%, 문화관광부와 소액주주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경영에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사공’들이 지나치게 많은 것. 실제 이 대주주들이 추천한 임원들이 경영에 속속 입성하면서 경영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암투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동안 파문을 일으켰던 임직원 비리 폭로 역시 정부파, 경영진파, 지자체파 등으로 내부 사람들이 4분5열돼 티격태격하면서 빚어진 결과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을 정도.
내년 개장을 앞둔 메인카지노 시설기준을 두고 문광부와 다툼을 벌이는 것도 내부알력설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말부터 시작된 강원랜드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뚜렷한 결론 없이 이어지는 것도 강원랜드를 옥죄고 있는 악재 중 하나. 회계부정 의혹에서 시작된 이 수사는 5개월동안 설만 무성했지만,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져 강원랜드뿐 아니라 증권가도 긴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