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학원 “교장 자격 조건 못 갖춰”…동구여중 교장 공백 장기화...조희연 서울교육감 상대론 행정소송 제기
서울 동구여중의 교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박혜리 기자
2012년 동구마케팅고등학교 소속 안 아무개 교사는 사학재단 동구학원 행정실장 A 씨의 횡령·배임 내용을 서울시 교육청에 고발했다. 이에 서울시 교육청이 재단에 대한 특별감사를 했고 회계·시설 분야 등에서 17건의 비리를 적발했다. 하지만 이후 재단은 폭행·상여금 재분배 등을 문제 삼으며 내부고발자 역할을 한 안 교사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후 교원소청심사를 통해 파면취소 결정이 내려지며 안 교사가 학교에 복귀했지만, 갈등은 계속됐다. 서울시 교육청은 동구학원에 안 교사에 대한 불이익 중단, 행정실장 A 씨의 당연 퇴직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2016년 서울시 교육청은 동구학원 이사 전원에 대한 승인을 취소했고, 이후 관선 이사를 파견했다. 서울시 교육청이 파견한 이사들에 의해 학교가 운영됐고, 지난해 5월 교장 공모제를 통해 평교사였던 오환태 교사가 동구여중의 새로운 교장으로 임용됐다.
하지만 동구학원이 낸 기존 임원 해임 취소 소송에서 재단 임원 전원을 해임한 서울시 교육청의 처분은 과도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결국 기존 재단 이사진들이 복귀했고, 돌아온 이사진에 의해 공모를 통해 자리에 오른 오 전 교장에 대한 교장임용 취소가 결정됐다.
동구학원의 주장은 교장 임용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오 전 교장은 교원소청심사를 제기했고, ‘임용 취소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동구학원은 이러한 결정에 꿈쩍도 하지 않고, 오 전 교장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했다.
오 전 교장은 “재단의 교장임용 취소 결정에 대해 교원소청심사를 제기했고, 심사 결과 ‘무자격자에 의한 처분은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재단은 몇 가지 사유로 중징계가 결정되었다며 직위해제를 통보했다”며 “9월 5일 직위해제에 대한 1차 소청심사에서도 무효처분을 받았지만 또 다시 직위해제 통보를 받았다. 여전히 감정적인 보복성 징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학원 측에서 주장하는 교장 임용 과정의 문제란 교장 자격 연수 미비를 의미한다. 사립학교법상 교장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6개월 이내에 해당 학교에 임명되고 자격연수에 참여해야 한다.
동구학원 사무국장이자 행장실장 A 씨는 “조희연 교육감이 설정한 부관에 의하면 교장 연수를 1년 이내에서 유예해줄 수 있긴 하지만 유예가 불가피하다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유예 사유를 문서로 제출해야 하지만 (오 전 교장은) 그러지 않았고 추후 재단의 소명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은 재단이 주장하는 내용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에서는 교장 자격연수를 1년에 한 번만 진행하고 늦어도 4월까지 신청을 받지만 오 전 교장 선생님은 지난해 5월 임명되셨기 때문에 해당 연도에 참여할 수 없었다”며 “이 경우 다음연도 연수 참여자 명단에 올라가게 되며 예외적일 때 1년의 범위에서 연장이 가능하다는 부관 관련 규정이 있다. 이러한 내용을 경찰·감사원 등에서도 해명을 했고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동구학원은 오 전 교장이 동구마케팅고등학교 직원을 탄압했다고도 주장한다. 앞의 A 씨는 “(오 전 교장은) 교장연수를 다녀와야 할 시기에 동구마케팅고등학교 직원을 징계해 고통에 빠뜨렸다”며 “(오 교장은) 자신은 임시이사가 선임한 교장으로 최길자 이사장과 재단 이사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 교장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교장은 교사와 달리 임기제이고 직장인”이라고 말했다.
부당징계라는 재단의 주장에 대해 오 전 교장은 “사립학교는 법인 산하에 징계위원회를 설치한다. 당시 일반직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과거 동구마케팅고등학교에서 불거졌던 일들과 연관이 있던 행정실 직원이 징계 되었다”고 설명했다.
동구학원은 현재 오 전 동구여중 교장, 권대익 전 동구마케팅고등학교 교장, 동구여중 이 아무개 교사를 고발한 상태다. 또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고발 조치했다. 일단 다음 달 내로 동구학원이 조희연 교육감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 대해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A 씨는 “조희연 교육감이 먼저 동구학원을 상대로 수 차례의 고발조치를 했다. 조 교육감은 직권남용을 멈추고 법의 판결에 따라 달라”고 말했다.
교육청 내부에서도 대법원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앞서의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를 위해서 빨리 이 상황을 해결되어야 하는데 현행 사립학교법상 더는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교장 선생님을 다시 복귀시킬 것을 안내하고 있지만, 임용권자인 학원 측에서 받지 않으면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며 “사립학교법상 회계적인 부분에서는 고소·고발이 가능하지만, 그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강제하지 못하니 참 답답하다. 이번 사건으로 사립학교법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누구보다 동구여중의 정상화를 바라는 사람은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지난 8월 동구여중 학생 200명은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는 현장학습에 나섰고, 최근에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합심해 오 전 교장의 복귀를 요구하는 현수막 100여 개를 학교 언덕길에 내걸었다.
‘동구여중 졍상화를 위한 졸업생 연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 중인 동구여중 졸업생 남주혜 씨는 “2014년에 동구여중을 졸업했고 현재 동생이 동구여중에 재학 중이다. 재단에서는 학생들의 활동이 선동되었다고 하지만 그건 자유의지로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을 무시하는 태도다. 현장학습도 자율적으로 신청했다”며 “(오 전 교장 선생님은) 우리한테는 ‘환타 쌤’이라고 불리는 친근한 선생님이셨다. 현재 재학생 중 2·3학년 학생들만 오 선생님을 알기 때문에 모두가 졸업하면 이 사건이 잊힐까 걱정되는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