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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상부 포스코 회장. | ||
이 기간 동안 최고의 블루칩으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15%, SK텔레콤 12%, KT 10% 등 빅5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포스코의 하락률보다 적은 편이었다. 미국 증시의 불안,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시장 불안 등의 요인으로 대부분의 주식들이 폭락세를 경험하고는 있지만 유독 포스코의 주가가 더 떨어진 것이다.
문제는 포스코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경영 상황임에도 불구, 다른 우량기업에 비해 주가 낙폭이 더 크다는 부분. 포스코는 지난 7월 발표한 상반기 경영 실적에서 순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소폭 늘어난 3천5백87억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국내외의 철강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 철강경기가 살아나면서 가격이 급등세를 보여 포스코의 하반기 실적은 크게 호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지난 7월 초에는 세계적인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한 단계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 국내 경제의 최대 이슈였던 환율 하락도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포스코에게는 오히려 호재다. 수입 비중이 큰 포스코로서는 환율 하락이 반가운 일이었던 것.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의 주가는 연일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것도 악재에 노출된 다른 기업보다 더 심하게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포스코의 주가가 오르기는 커녕 오히려 하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증권가는 ‘포스코에 무슨 일이 있느냐’며 악재거리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이 같은 주가 하락의 원인 제공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포스코에 대한 장기 전망을 양호한 것으로 발표한 뒤, 연일 대규모로 팔아치우고 있다.
실제 포스코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6월 초 60.34%까지 올랐다가 8월 초 현재 58%로 무려 2%포인트 이상 줄어들었다. 포스코의 총 주식수가 9천3백여만 주임을 감안하면, 외국인들은 2개월 동안 무려 2백만 주 이상을 시장에 내다팔았다는 얘기다.이처럼 외국인들이 포스코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 몇 가지 배경을 꼽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포스코를 파는 이유 중 하나는 펀더멘털상에 철강산업에 대한 매력 자체가 약화됐기 때문이라는 해석. 한때 과포화 상태에 이르러 전 세계 철강산업을 위험으로 내몰았던 철강시장은 지난해부터 점차 감산추세에 들어갔다. 덕분에 과거 소비자들이 주도권을 쥐었던 철강시장은 현재 공급자가 주도권을 쥔 시장으로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 것.
그러나 이 같은 철강의 적정 공급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지난 5월부터 일본의 철강업체들이 대규모의 증산체제를 갖추며 국제 철강시장을 압박해왔고, 설상가상으로 파산했던 미국 철강 업체들도 공장 재가동의 움직임을 보였다. 세계시장이 예전의 ‘과포화’상태로 다시 돌아감에 따라 포스코 주식에 대한 매력 역시 크게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 7월 초 과장급 이상 간부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감원을 단행키로 하는 등 갑작스레 강도높은 몸집줄이기에 나서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외환위기 당시에도 인위적인 감원을 하지 않았던 포스코가 최근 권고사직 형태를 빌어 인원감축에 들어간 것은 철강산업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포스코의 주가 추락은 단순히 철강산업의 성장 한계론에서만 근거를 찾을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유상부 회장이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되는 사건이 터진 부분도 크게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해석이 그것.포스코는 지난달 22일 이사회를 긴급 소집해 유 회장을 재신임하는 등 파문의 조기 수습에 나섰지만, 이번 일로 포스코 자체의 투명성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시각이 많다.
일단 이사회의 재신임 결의로 유 회장은 내년 4월 임기 만료 때까지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을 수 있게 됐으나, 이와는 상관없이 포스코 내부는 물론 포스코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비판적이다. 실제로 포스코 내부에서는 박태준 전 회장이 ‘CEO 자질론’을 거론하며 유 회장을 공격하고 나섰는가 하면, 외부 시각도 따갑다.
유 회장의 타이거풀스 개입 의혹은 지난 2000년 9월에 민영화된 포스코가 아직도 권력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 단면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하다. 물론 이 같은 견해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시각도 있다. 포스코 담당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포스코가 제조업체인 만큼 주가가 전문경영인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유 회장의 소환, 불구속, 재신임 등의 사건이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포스코는 유 회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경영투명성, 스톡옵션제 도입 등 강력한 주가관리에 나서 투자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철강가격의 오름폭이 둔화되리라는 전망도 외국인들로 하여금 포스코의 주식을 팔아치우게 하는 또다른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증권 관계자들은 “핫코일 가격이 올초 t당 1백90달러였으나, 최근 2백70달러까지 올라 더이상 가격상승에 따른 주가메리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국제시장에서는 핫코일 가격이 당초 현재보다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으나, 최근 약보합세로 돌아서 향후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