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 매출 네이버와 비슷한 규모 추정 반면 법인세는 20분의 1 수준…“역차별·불공정” 지적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소재 구글 본사의 로고 모습. 연합뉴스
“페이스북, 구글은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데 얼마를 버는지 모르고, 세금도 안 내고, 트래픽 비용도 안 내고 있다.”
지난해 과기정통부 국감에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이 발언은 큰 화제가 됐다. 글로벌 ICT기업의 과세 문제를 언급하면서 국내 ICT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지적한 것이다. 당시 구글은 공식입장까지 내며 “구글은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국내 조세법의 한계 탓에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의 조세회피가 이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글로벌 ICT기업의 조세회피는 ‘유한회사’ 형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행 상법에는 회사 유형을 합명회사와 합자회사, 유한책임회사, 주식회사, 유한회사, 5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한회사는 2011년 상법 개정과 함께 각종 제한 규정이 철폐되면서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의 조세회피 꼼수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사원이 회사에 대한 출자금액에 한해 책임을 지는 유한회사의 경우 외부감사와 경영공시 의무가 없어 국내 매출 및 영업이익, 세금 등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 현행 ‘주식회사 등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따르면 유한회사는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글로벌 ICT기업은 신고한 매출이 실제보다 적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부가가치세를 소비지국에서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해 주요국이 공감하고 제도적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실질적으로 과세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 전문가들은 외국 기업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더라도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고, 세원 추적 및 소득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이태희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가 지난 9월 10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에서 발표한 ‘외국계 유한회사의 세원잠식 이슈’에 따르면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3조 2100억~4조 92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 교수팀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공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을 기반으로 지역별 매출 정보를 활용해 한국 매출을 역산했다.
이 교수팀의 분석이 맞다고 가정할 경우 구글의 국내 매출은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 4조 6785억 원과 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네이버가 4232억 원의 법인세를 납부한 반면 구글은 200억 원가량의 법인세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와 데미안 여관 야오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는 매출 관련 질문에 “민감한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 “영업기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일관했다.
이에 글로벌 ICT기업에 대해 디지털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디지털세’는 지난 3월 유럽연합(EU)이 도입키로 발표한 과세 방안이다. 글로벌 ICT기업을 대상으로 유럽에서 벌어들인 매출의 3% 세금을 걷겠다는 것. EU 등 주요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디지털세 도입이 논의되자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한창이다.
국회는 2015년 7월 1일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통해 해외 앱마켓 거래에 대한 세금을 부과했다. 또 지난해 9월 외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10월부터 유한회사도 외부감사를 받게 했으나 공시 의무는 여전히 없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구글세’ 관련 토론회를 개최해 전문가 의견을 듣고 법안을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구글세’ 도입이 외국계 글로벌 ICT기업의 조세회피뿐 아니라 공정경쟁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ICT기업들의 역차별 호소를 진지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 한 조세 전문가는 “세수를 떠나 국내 기업과 국외 기업 간 공정경쟁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과세정상화 또는 조세형평성을 위한 실무적 대응 및 제도가 필요하다”며 “디지털기업의 경우 시장구조가 독점화될 가능성이 크므로 조세에 의한 불공정이 궁극적으로 시장구조나 경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다른 시장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국감에 첫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외국 사업자는 망 사용료 부담이 없어 초고화질 서비스를 마음껏 제공한다”며 “단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경쟁을 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망 사용료는 콘텐츠 사업자(CP·Contents Provider)가 통신망을 사용한 대가로 통신사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 지급하는 비용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연 700억 원, 3000억 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등은 망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거나 적게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황창규 KT 회장은 외국계 기업의 망 사용료 관련 질문에 대해 “페이스북은 지난 7월 계약 종료 후 계약 연장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나 구글에 대해서는 “비밀유지 계약을 맺어 밝힐 수 없다”고만 말했다.
국내 ICT기업 관계자는 “우리는 정부의 각종 규제를 지키려 노력하는 반면 글로벌 ICT기업은 의지를 보이지 않고 망 사용료 등도 거의 내지 않는다”며 “경쟁관계에 있지만 국내 기업은 사업을 운영하며 받는 규제가 많은 반면 글로벌 기업은 그렇지 않아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푸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글로벌 ICT 과세, 해외 사례는? EU는 2020년부터 세계 주요국에서 ‘디지털세’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 ‘디지털경제의 주요 특징과 조세쟁점 연구’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 인도,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선제적으로 디지털 경제에 대한 매출액 기준 과세를 도입하고 있다. EU는 오는 2020년부터 ‘디지털 서비스세’를 도입키로 했다. 특정 기업이 제공하는 온라인 광고, 유저 데이터 판매 등과 같은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창출된 매출액의 3%를 부과하는 법인세 제도다. 다만 EU 지역 내에서 5000만 유로 이상 수익을 올리는 기업을 대상으로 적용할 방침이며, 국외·국내 기업 모두 과세 대상이 된다. 인도는 2016년부터 외국 법인이 제공하는 온라인 광고 서비스 등에 대해 6%의 과세를 부과하는 ‘균등부과금제’를 도입했다. 국내 고정 사업장이 없는 비거주자에게 1만 루피를 초과해 지급하는 경우 지급하는 자(서비스를 제공받는 자)가 6%의 균등부과금을 원천징수토록 한 것. 균등세는 B2B 거래에 한해 부과되며, 외국 기업만 대상으로 한다. 이탈리아는 2019년부터 전자적 수단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용역에 대해 거래가액의 3%를 ‘디지털거래세’로 부과키로 했다. 디지털거래세는 이탈리아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용역 계약 건수가 연간 3000건 이상인 내·외국 기업에 적용된다. 과세대상 거래는 B2B 거래로 한정한다. 아직 구체적 제도를 마련하지 못한 국가들도 글로벌 ICT기업이 고정사업장(서버) 여부를 악용해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과세 연계점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는 디지털 상 거래에서 발생한 국내 원천소득을 과세하기 위해 이용자를 기반으로 과세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OECD는 고정사업장이라는 물리적 실체를 기반으로 과세하는 현행 과세제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과세 연계점을 찾고자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