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부결된 감사위원 후보를 또 올려?”
사진=아트라스BX 홈페이지
차량용 축전지를 생산하는 아트라스BX가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안건은 중간배당을 위한 정관변경 및 감사위원 선임에 대한 내용이다. 이번 임시주총은 행동주의 펀드를 운영하는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등 소액주주들이 소집결의했다. 밸류파트너스 측은 경영진과 대주주를 견제할 감사위원 후보 1명을 주주제안했다. 아트라스BX도 이 아무개 씨와 주 아무개 씨 2명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그러나 아트라스BX 측이 내세운 후보들은 이미 한 차례 선임이 부결된 바 있다.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는 이 씨와 주 씨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려 했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표대결 끝에 부결됐다.
소액주주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전지방법원에 감사위원회가 본연의 역할인 경영진과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도록 소액주주가 추천하는 2명의 감사위원을 선임해 줄 것을 요청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소액주주가 주총에서 감사위원 선임을 부결시키고, 임시이사 선임을 법원에 신청한 것은 국내 최초 사례다. 소송 과정에서 소액주주 측은 임시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했다. 반면 아트라스BX 측은 선임에 실패한 이 씨와 주 씨를 다시 추천인으로 올렸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8월 이미 주총 결의에서 부결된 주 씨를 일시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당시 금융소비자원 등은 “대주주의 전횡에 맞선 소액주주가 최후의 보루인 법원에 일시이사 겸 감사위원을 선임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법원은 상법상 주식회사의 최고의결기관인 주총에서 부결된 대주주 측 감사위원 후보를 일시감사위원으로 승인했다. 이는 소액주주 보호를 통한 사회 정의의 수호보다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꼭두각시 역할을 자처해온 이사회의 편을 들어주는 비상식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탄력을 받은 아트라스BX 측은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이 씨와 주 씨를 다시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밸류파트너스 측은 “이미 한 차례 부결된 바 있는 감사위원들을 다시 선임하겠다고 안건에 올리는 것은 글로벌 자본시장 시각으로 보면 조롱거리이자 주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아트라스BX 측과 소액주주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빚어진 것은 자진상장폐지 때문이다. 아트라스BX는 2016년부터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상폐를 추진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측에서 제시한 공개매수가격인 주당 5만 원은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저가라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경영진과 이사회 이사들은 주주의 대리인으로서 자사주 소각, 배당 증액 등 전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신의성실의 의무를 이행해야 함에도 소수주주들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묵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들은 이로 인한 피해가 약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소액주주들의 손실은 결국 대주주에게 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트라스BX의 최대주주는 한국타이어그룹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로 31.1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조양래 회장이 23.59%,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19.32%, 차남 조현범 사장이 19.31% 등 오너 일가의 지분만 73.92%에 달한다. 조현범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사위다.
업계에서는 대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아트라스BX 상폐 후 합병을 통해 현금을 확보, 신사업을 확장해 경영권 승계 구도를 다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주당순이익 오르는데 배당액은 왜 줄어? 오는 31일 예정된 아트라스BX 임시주주총회 안건 중에는 중간배당에 관한 내용도 있다. “회사가 주주들에게 이사회 결의로 상법에 의해 중간배당을 할 수 있다”고 정관을 변경하자는 것이다. 아트라스BX는 2015년 매출액 5424억 원, 2016년 5548억 원, 2017년 6299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56억 원, 642억 원, 608억 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 등의 영향으로 주당순이익은 2015년 5972원에서 지난해 1만 1180원으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1주당 배당액은 오히려 700원에서 400원으로 줄었다고 소액주주 등은 지적했다. 사측이 자진상장폐지를 위해 배당을 일부러 줄였다는 것이 소액주주 쪽 주장이다. 소액주주 관계자는 “회사가 자진상폐를 위해 회사 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며 ”잔존 주주의 주당 가치는 상승하고 있는데, 배당 등을 실시하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주식 가치가 반영되지 못하게 막고 있다”고 밝혔다. [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