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도 충전소 절대부족…아직까진 전기차에 시장성 밀려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파리 도심에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를 타고 수소충전소를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지난 14일 수소 전지를 이용한 ‘넥쏘 택시’를 타고 파리 시내를 돌고 나서 “수소차에 대해 정부도 충전소 구축 등 지원을 하고, 수소경제 생태계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서울시는 오는 2021년까지 수소 충전소를 6곳으로 늘리고, 2022년까지 수소차 3000대 보급을 목표로 하는 ‘수소차 선도 도시, 서울’ 정책을 발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광화문에서 공회전하는 경찰버스를 수소버스로 교체해 가자”며 “도심 미세먼지도 줄이고 수소차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 높여 내수를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복잡하고 까다로운 규제가 많아 수소차 시장이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파리 시내 수소차 충전소에서 ‘셀프충전’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나 국내에선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수소충전소에 고용된 직원만 직접 충전할 수 있어 ‘셀프충전’은 불법이다.
수소충전소 설치 기준도 엄격한 탓에 부지 확보가 쉽지 않다. ‘교육환경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유치원과 대학교 등 학교 부지에서 200m 이내 지역에는 수소충전소 설치가 제한된다. 전용주거지역 및 상업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에서는 아예 건설 자체가 불가능하다. 수소충전소 운영 역시 현행법에 따라 가스기능사 자격증을 딴 사람만 할 수 있어 액화석유가스(LPG)나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보다 엄격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 수소충전소는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 울산, 광주 등 총 15곳이지만 그마저도 6곳은 연구시설이라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9곳에 불과하다.
충전소와 인프라 부족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다. 친환경에너지에 관심이 많은 외국에서도 수소차 시장과 인프라 구축은 아직 시작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수소충전소가 많은 국가로 꼽히는 일본에서는 수소충전소 92개가 운영 중인데, 전기차충전소 4만여 곳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도 전기차충전소는 4만 7000여 곳인 데 비해 수소충전소는 71곳에 불과하다. 영국은 수소충전소 65곳에 전기차충전소 1만 4200여 곳, 독일은 수소충전소 50곳에 전기차충전소 2만 5200곳으로, 모두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 유럽 국가들에서는 수소차를 일반 시민들의 자가용보다 택시나 관용차 등으로 사용하면서 실험해보는 단계다.
결국 충전소·인프라 부족 문제는 규제에서 비롯한 것이라기보다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데 기인한다. 시장성이 떨어지는 만큼 수소차 확산이 늦어지는 것이다. 당분간 수소차보다 전기차 위주의 시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유명 자동차 회사들도 아직까지는 수소차보다 전기차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세계 최초 수소충전소 설치 덴마크는 지금? “수소차 아직은 실험단계” 유럽 국가 중 수소차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나라 중 하나인 덴마크에서도 아직까지 수소차에 대한 인식은 그리 확고하지 않다. 수소차 충전소를 세계 최초로 설치한 덴마크는 오는 2050년까지 화석연료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이산화탄소(CO2) 배출 제로 사회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는 등 세계에서 선도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덴마크 수도인 코펜하겐 시청은 2013년 당시 막 양산에 들어간 현대차의 투싼ix 수소차를 수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까지 수소차 정책엔 큰 진전이 없다. 덴마크 전역의 전기차와 수소차 대수도 각각 9146대와 78대로 100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코펜하겐 시청에서 친환경 차량을 담당하는 기술·환경관리 도시운영과의 데이비드 마크 구레위시 씨는 “전기차는 이미 상용화된 반면 수소차는 아직 실험단계”라며 “수소차는 비용도 많이 들고, 인프라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 짧은 기간에 크게 발전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건은 인프라 구축와 정부의 지원이라고 꼽았다. 덴마크 에너지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량이 화석연료 차량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며 ”결국 국가 지원에 시장 성장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 정부의 경우 전기차에 집중했던 정책을 수소차 보급을 위한 지원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수소차 보급을 위해 내년 1월부터 부가세·등록세 등을 면제해주는 대신 그동안 면제해준 전기차 등록세는 차차 부과하는 쪽으로 바꿔나갈 예정이다. [웅] |
‘수소차가 미래먹거리’ 낙점한 현대차 우리나라의 수소차 관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심에는 현대차가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전기차보다 수소차 개발에 더 무게를 둬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만약 전기차와 수소차 중 하나를 고르라면 한번 충전으로 일주일을 주행할 수 있는 수소차를 타겠다”고 말하며 수소차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지난 1월 세계 최대규모 가전·IT 박람회 ‘CES 2018’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정의선 부회장(오른쪽)이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오로라의 그리스 엄슨 사장과 수소전기차 ‘넥쏘(NEXO)’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현대차의 수소차 관련 기술력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코펜하겐 시청 기술·환경관리 도시운영과의 데이비드 마크 구레위시 씨는 “도요타 등 다른 자동차 회사의 수소차도 이용해 봤는데 너무 크고 불편했다”며 “현대차가 수소차 중 에너지 효율이 가장 좋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일본 자동차 기업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현대차가 앞서 수소차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면서 시장을 이끌어 왔지만 최근 도요타가 미라이를 내놓고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판매량이 늘었다“며 ”이러다 일본 기업에 시장 선점 효과를 뺏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당분간 수소차보다는 전기차가 친환경차량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현대차가 수소차 개발에 매달려 있다가 자칫 미래성장 동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 2889억 원을 기록, 최악의 ‘어닝쇼크’를 맞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각에서 현대차가 전기차 사업은 소홀히 하고 수소차에 올인한다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대차 역시 아이오닉, 코나EV 등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출시,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상위권에 꼽히히는 등 외국 유수의 브랜드에 비해 오히려 앞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소차와 관련해서는 궁극적으로 친환경차량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투자와 개발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