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똥 튄 검찰, 공 넘겨받은 법원
지난 6.13지방선거에 앞선 4월 22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현직 시장 신분으로 대구 동구 한 초등학교 총동창회 체육대회에서 참석, 당시 자유한국당 서호영 대구시의원 예비후보(동구 제4선거구, 주황색 점퍼)와 함께 체육대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된 사진을 일요신문이 입수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같은 정황 증거가 담긴 사진을 160여장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혔다. 서 후보는 대구시의원으로 당선됐다. (사진=독자 제공)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영진 대구시장의 지난 22일 첫 공판에서의 검찰 구형을 두고 이른바 ‘약골 검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관련 판결 사례와 증거를 세밀히 살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의 엄정한 수사와 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촉구해 온 시민단체는 이날 검찰 구형을 두고 ‘주먹구구식 수사’, ‘면피성 구형’이라며 검찰 구형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권 시장에 대한 검찰의 시장직 상실 이상의 구형에도 시민단체의 반응이 싸늘했던 것은 법원의 이른바 ‘반타작 선고’ 관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법원의 80만원 전후 선고를 관측하는 일부 언론보도가 잇따르면서 이같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검찰이 구형에 앞서 유사 판결사례와 관련 증거들을 세밀히 살폈다고 밝힌 가운데, 검찰과 변호인측의 핵심 쟁점이 됐던 동구 한 초등학교 총동창회 체육대회에서의 지지호소 혐의 여부에 대한 유의미한 정황을 <일요신문>이 입수했다.
권 시장은 6·13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4월 22일과 5월 5일 현직 단체장 신분으로 자신과 자유한국당 대구시의원에 출마한 고교 후배 등에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은 권 시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증인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만큼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면서“권 시장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해 달라”며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손현찬)에 요청했다. 현직 단체장 신분으로 같은 당 소속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던 김생기 전 정읍시장(징역 1년 구형, 200만원 선고)에 비해서도 솜방망이 구형이란 지적이다(본보 檢, 선거법 위반사례 어디까지 들여다 봤나?”…권영진 시장 150만원 구형 제하의 기사) . 권 시장은 자신에 대한 지지를 부탁한 혐의와 함께 공소사실이 2건으로 가중처벌 가능성도 대두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고려’란 의혹까지 제기됐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자유한국당이 유일하게 수성한 지역이 대구·경북이다. 권 시장이 시장직을 잃게 되면 한국당 광역단체장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유일하다. 권 시장은 앞서 지방선거를 전후해 ‘대권도전’ 발언 등도 시사하면서 당시 한국당 홍준표 대표로부터 ‘블러핑(자신의 패가 약하다고 판단될 때 상대를 기권하게 할 목적으로 오히려 더 강한 베팅을 하는 것)’ 금지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시 홍 대표는 “요즘 일각에서는 선거에 나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개헌을 얘기하고 또 ‘대선’을 얘기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앞서 검찰의 두가지 공소사실 중 권 시장 측 변호인이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지난 4월 22일 대구 동구 한 초등학교 총동창회 체육대회에서 권 시장이 자신과 타 후보에 대한 지지호소를 한 혐의다. 검찰 측 증인신문에서 한 참고인은 당시 권 시장이 체육대회에서 “시장은 권영진, 구청장은 강대식, 시의원은 서호영”이라고 호소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두고 권 시장 측 변호인은 산발적인 얘기를 나눈적은 있지만 구호성 발언을 한 적은 없다며 맞섰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아래 사진에는 구호성 발언과 관계없이 지지 의혹을 받을 만한 정황이 담겨있다.
(사진=독자 제공)
이와 관련한 사진은 앞서 공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자료이기도 하다. 당시 체육대회에서 권 시장과 함께 찍힌 한국당 소속 서호영 대구시의원 예비후보(동구 4선거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의원으로 당선됐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같은 사진이 160여장이 확보돼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구형에 앞서 유사 판결사례를 면밀히 살폈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일요신문>이 앞서 보도한 김생기 전 정읍시장과 김선교 전 양평군수 사례 중 김 전 시장의 구형·판결 사례다. 당시 항소심 판결 사례를 보면(아래 사진) 재판부는 피고인 측의 정상 참작을 고려했음에도 시장직 상실형인 200만원을 선고했다.
김생기 전 정읍시장 항소심 판결 사례
당시 검찰은 김 전 시장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했지만 대법원은 김 전 시장의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권 시장의 경우 쟁점이 된 ‘구호성’, ‘고의성’ 여부 외 ‘정상 참작’이 고려되는 부분이 없는 점을 들어 시민단체의 이같은 검찰의 ‘면피성 구형’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정부가 고강도 검찰·법원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이번 검찰 구형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권 시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은 내달 14일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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