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방문 두고 ‘극문’ 공격…김부겸 측근 “대응할 가치 없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 온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를 요구하는 청원.
김 장관은 이 지사와의 연관성을 극구 부인했다. 김 장관 측 한 인사는 “김 지사의 일정은 한 달 전 이미 잡혀 있었다”며 “이재명 지사의 경찰 조사와 연관시키는 건 터무니 없는 추론”이라며 펄쩍 뛰었다. 김 장관은 단지 예정된 강연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지사와 연관됐다는 의혹 때문에 곤욕을 치른 이는 한두 명이 아니다. 극렬 문재인 지지자(극문)들은 먼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타깃으로 삼았다. 이들은 ‘추 전 대표 시절 박수현 전 충남도지사 예비후보,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의혹만 있을 때도 공천을 주지 않거나 당에서 퇴출시켰다’면서 ‘하지만 수많은 의혹이 나오는 이 지사에게만은 공천을 줬고 관대했다’고 주장한다.
극문들의 또 다른 공격 대상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였다. 지난 6·1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민주당 경선에서부터 출발한다. 민주당의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이해찬 대표가 도지사 경선에서 이재명 지사를 지지한다는 소문이 돌면서다. 상대적으로 이 지사에게 강경했고 전해철 후보와 가까웠던 김진표 당 대표 후보는 반이재명, 상대적으로 이 지사와 가까웠던 이 대표는 친이재명으로 분류됐다.
이 지사 당선 후에도 극문의 의심은 커져갔다. 이해찬 대표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화영 전 의원이 경기지사 총괄선대본부장을 거쳐 경기도지사 정무부지사를 맡으면서 둘 사이의 유대감이 확인됐다고 파악했다. 당 대표 선거에서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최재성 의원, 전해철 의원 등이 김진표 후보를 지지하면서 김진표 후보로 극문의 마음이 쏠리기 시작했다. 당 대표 TV토론에서 김진표 후보는 성폭력 폭로가 제기되자 바로 출당 조치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예를 들며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사안이라는 걸 방패 삼아서 이재명 지사를 감싸는 건 온정주의”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반면 이해찬 후보는 “이재명 지사는 많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예단해버리면 그때부터 내분이 생긴다”고 반박했다.
극문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해찬 대표를 두고 ‘찢 묻었다’는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찢 묻었다’는 이 지사가 형수에게 했다는 욕설과 관련지어 만든 단어다. 흔히 찢 묻었다는 이 지사와 친하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외곽 극문 지지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찢 묻었다는 평이나 최근 김부겸 해임건의안까지 나오는 상황을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체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한 친문 인사 측근은 “당원이라면 좀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품격 있는 대응을 했으면 좋겠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민주당 내에서도 이재명 지사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해임건의안과 같은 비이성적 행동을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김부겸 지사 측도 별다른 대응 없이 곧 조용해지리라 보고 있었다. 앞서의 측근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호불호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사 이야기만 나오면, 특히 극문 지지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 민주당 당내 활동을 오래한 한 인사는 “일종의 정치혐오 정서가 있는 것 같다”며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당을 분리해서 본다. 문재인 대통령의 길에 당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문 대통령은 우리가 직접 지킨다’는 마음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 감정적 앙금이 남아 있을 수 있다”며 “민주당 지지자, 특히 친문 지지자들의 특징이 도덕적 우월감 과시다. 그런데 이 지사는 도덕적 흠결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과민반응을 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참여정부 열린우리당 당 의장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립했던 기억이 있다. 이 기억이 트라우마 수준이기 때문에 더욱 민감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