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 연기금이 주가부양을 위해 계속 ‘봉’ 노릇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와 걱정 때문이다. 사실 연기금은 투기성이 높은 주식시장 등에 투자되기보다는 안전상품 위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게 일반론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정부는 연기금을 불확실성이 높은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았고, 이로 인해 상당부분 투자손실도 입었다. 지난해에는 재경부가 연기금 주식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연기금 자체를 주식시장 부양의 봉으로 여기는 정책을 밝혀 파문이 일었다.
정부가 최근 다시 한번 내년도에 연기금을 주식시장에 투입키로 밝히면서 새삼 연기금의 현주소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42조8천1백57억원으로 전체 기금 운용규모 1백59조8천억원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한동안 운용 과실 등으로 재정이 바닥날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공단측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정부는 일단 내년도 연기금 운용에서 11조6천억원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 5조3천억원보다 6조3천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치는 국민연금 수지를 제외하면 모두 적자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국민연금이 17조9천억 원 흑자를 차지, 결국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금은 내년에 6조3천억원 적자를 낸다는 얘기인 셈이다.
이는 올해의 적자인 8조1천억원보다는 줄어든 것이지만, 적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도에 총 4조원 가량의 자금을 주식매입에 투입키로 방침을 정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3조4천억원에서 4조6천억원 정도에 이른다.내년도 전체 연기금의 주식투자 규모 4조8천6백52억원 중 국민연금의 비중은 최대 90%에 이른다. 이는 국민연금이 주식시장에서 잘못 운용될 경우 막대한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국민연금의 미래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현재는 국민연금이 흑자를 보이고 자금 운용규모도 당분간 불어날 것이지만, 향후 연금수입이 줄어드는 대신 연금지출이 늘어나는 시점부터는 기금 성격상 장기적인 지출부담을 감당키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도 이같은 우려를 인식하고 내년 중에 국민연금의 전체적인 기본틀을 재검토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이상조짐이 생길 경우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공단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연금을 운용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전세계 경제가 침체된 상황이어서 마땅한 수익처를 찾아내기란 현실적으로 제약조건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주식시장에 자금을 투입하는 등 위험성이 높은 투자처까지 집적거리지만, 결국 안정성 면에서는 언제 어떤 사태가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마저 주가부양 차원에서 국민연금을 이리저리 손대고 있어 공단의 걱정은 더욱 깊어갈 수밖에 없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경우 장기 투자를 위주로 하는 데다, 향후 주식시장이 당분간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여 수익을 내기란 수월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