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술로 여성 유혹, 준비된 맨션서 벌주 먹여 범행…원장과 수강생들 줄줄이 체포
준강간 혐의로 체포된 헌팅학원 원장 와타나베 다이스케. 연행되는 순간 카메라를 향해 중지를 치켜들기도 했다. JNN뉴스·아메바TV뉴스 캡처.
지난 10월 19일, 체포된 와타나베 용의자는 행동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는 경찰에 연행되는 순간 “여성의 증언만으로 체포한다”면서 보도진의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 중지를 치켜들었다. 경찰에 의하면 “와타나베는 준강간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함께 체포된 니시카와는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와타나베 용의자는 소위 ‘여자 꼬시는 법’을 알려주는 ‘리얼난파아카데미(RNA)’를 운영해왔다. 자신의 헌팅 기술을 매뉴얼로 만들어 수강생들에게 교육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니시카와는 이 학원의 학생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17일 오사카의 한 클럽 앞에서 지나가는 여성들을 기다렸다. 지도 담당인 와타나베가 “헌팅해보라”고 시키자, 니시카와는 한 여성에게 다가가 “무료로 술 마시는 곳을 알고 있다. 다트 게임기가 있으며 경치도 아주 끝내준다”며 말을 걸었다. 이후 니시카와는 학원 측이 미리 빌려놓은 맨션으로 여성을 데리고 갔다.
와타나베도 다른 여성에게 말을 걸어 총 4명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수법은 다소 상투적이었다. 게임 벌주로 여성들에게 보드카 등 다량의 술을 마시게 한 것이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한 여성은 도망쳤지만, 다른 여성은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했다. 결국 남겨진 여성은 두 사람에게 차례로 성폭행을 당하고 말았다.
일본 매체 ‘일간겐다이’에 따르면, 헌팅 학원 RNA의 수강생 구속은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다. 올해 5월 첫 체포자가 나왔으며 3명의 수강생이 준간강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그러나 수강생들은 자숙하지 않고 만행을 거듭해왔다. 이들은 누가 더 많이 여성을 헌팅해 성관계를 맺는지 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처음 체포자가 나왔을 때 와타나베 원장은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는 증거를 꼭 남기라고 지도하고 있다”면서 “모든 성행위 과정을 찍은 동영상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한때 RNA 홈페이지에서는 ‘헌팅에 관한 법률’ 게시판을 운영한 적 있다(현재 관련 홈페이지는 삭제됐다). 예를 들어 “체포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위법행위를 하지 않은 증거를 남기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와타나베는 “체포되면 인생은 엉망이 된다. 회사를 퇴직해야 한다거나 이혼을 당할 수도 있다. 계속 헌팅을 통해 많은 여성들과 섹스하고 싶다면, 리스크 관리를 확실히 하라. 혹시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수사’로 구속되더라도 위법행위를 하지 않은 증거만 있으면 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도쿄스포츠’는 피해자 여성 A의 근황을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A는 당시의 충격으로 식사와 목욕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체중은 무려 12kg이나 줄었다. 재판과정에서 A는 “문제의 학원은 사람의 몸에 상처 내는 법, 사람의 마음을 죽이는 법, 움직이지 못하는 여성을 상대로 성행위를 하는 법을 가르치는 곳”이라며 통렬히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리얼난파아카데미(RNA)’ 홈페이지. 지금은 삭제돼 접속되지 않는다.
헌팅 학원 RNA는 10년 전 설립됐다. 학원생은 전국에 1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학원장 와타나베의 ‘헌팅 기술’을 매뉴얼로 만들어 수강생들에게 교육해왔다. 가령 수강 교재에는 다음과 같은 ‘혈액형별 여성 공략법’이 실렸다. “A형의 경우 신중한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정보공유를 많이 하라. 또 직접적인 전화보다 문자나 메일을 이용하는 편이 유리하다. 전화는 받지 않아도 문자 답장이 올 확률은 다른 혈액형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외에 “B형은 메일 내용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타입, O형은 사교적이며 의리가 강한 혈액형이라 전화와 문자 양쪽 모두 답신률이 높음, AB형은 빈번하게 연락을 취하는 대신 방치하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적어뒀다.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을 담은 이 교재는 무려 1만 4800엔(약 14만 원)에 판매됐다.
수강료를 들으면 더욱 놀랍다. 일반 코스는 5만 4800엔(약 54만 원). 와타나베 원장으로부터 일대일 지도를 받는 ‘스페셜 코스’는 우리 돈으로 300만 원이 넘는 수강료를 받았다. 그럼에도 “인기가 높아 의사나 일류기업 직원들까지 스페셜 코스를 신청했다”고 한다.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은 “와타나베가 화술이 좋아 여성을 설득하는 일에 능했다”면서 “상당수의 학원생들이 그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봤다”고 전했다. 다만 “화술만 가르쳤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더 많은 수강생 확보를 위해서인지 독한 술을 마시게 하고 성행위 장면을 촬영해 ‘합의를 봤다’는 증거를 만드는 등 수법이 날로 비열해져갔다”고 덧붙였다.
신주쿠경찰서가 RNA 학원생을 최초로 체포한 5월 이후에도 와타나베는 ‘헌팅 기술’을 계속 가르쳤다. 그 배경에는 ‘동영상을 찍어두면 교묘히 피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수법은 결과적으로 제 무덤을 파는 격이 됐다. 신주쿠경찰서는 “지난 6월 실시한 와타나베의 가택수색에서 동영상 및 음성파일 등 대량의 데이터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와타나베는 합의 성관계 증거라고 여겼을지 모르지만, 대량의 데이터는 피해 여성을 찾아내는 단서가 됐다. 자업자득, 결국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경찰 관계자는 “여죄 가능성은 충분하다.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체포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헌팅학원 교재에 실린 ‘황당 내용’ 톱스타와 인증샷으로 유혹하라고? 일본 주간지 ‘여성세븐’은 헌팅 학원 RNA의 교재를 입수해 일부 소개했다. 교재는 초급, 중급, 상급 편으로 나눠졌으며 총 450페이지나 되는 제법 두꺼운 책자였다. 이에 대해, 여성세븐은 “14만 원짜리 교재치고는 내용이 너무 진부한 데다 황당한 것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가령 초급편은 여성과 대화가 서툰 남성을 위해 ‘만남을 만드는 테크닉’을 전수한다. 길거리 헌팅의 포인트는 ‘여성이 흥미를 가지는 분야를 화젯거리로 삼으라’는 것. 교재에서는 톱가수 하마사키 아유미의 팬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하마사키와 투샷으로 찍은 휴대폰 사진을 보여주며 “아유(하마사키 애칭) 좋아해? 나 어제도 아유랑 만나 놀았지”라며 말을 걸라고 제시한다. 매체는 “경박한 말투도 문제지만, 애초 하마사키와 투샷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일본인 남성이 몇이나 되겠냐”며 일침을 가했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