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폭행’ 1차 수사 무혐의 처분되고 ‘이혼 소송’ 최유정이 변호 맡아 승소
부하 직원을 상대로 한 ‘갑질폭행’ 동영상 공개로 국민적 공분을 산 파일 공유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실소유주 양진호 회장이 결국 체포됐다. 11월 7일 오후 경찰은 경기도 판교의 한 오피스텔에서 양진호 회장을 긴급 체포했다. 국민들은 양 회장의 상식 밖 갑질에 분노하고 있지만, 법조계는 조금 시선이 다르다. 과거 사건 때 고용했던 변호사들 때문이다. 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가 등장한 게 한몫했는데, 일각에서는 자연스럽게 법조 비리로의 확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은 단호하다.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 “최유정 변호사가 양진호를 변호했다”
이번 사건을 폭로한 탐사언론 매체 셜록의 박상규 기자에 따르면, 양진호 회장은 법무법인 강남과 전관 변호사 등을 동원해 그동안 사건을 무마해왔다. 특히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건을 통해 재판 과정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아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은 최유정 변호사도 양 회장의 이혼 사건을 맡아 승소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대학교수 폭행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이 수상하다는 게 피해 교수 측의 주장이다. 양진호 회장에게 아내와의 불륜을 의심받아 3시간가량 감금된 상태로 폭행 및 가혹행위를 당했던 대학교수 A 씨는 양진호 회장 등 폭행에 참여했던 인물들을 고소했다. 하지만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1차 수사 끝에 양 회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함께 있던 인물들이 “양 회장은 폭행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일관된 진술을 했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설명’을 내놨다.
11월 7일 오후 폭행과 강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연합뉴스
하지만 양진호 회장 논란이 불거진 직후 검찰의 수사 흐름은 바뀌었다. 서울고등검찰청은 “양 회장도 폭행에 가담했다”고 번복한 참고인의 증언을 토대로 재수사 명령을 내렸고, 성남지청 관계자 역시 “최근 공개된 폭행 영상 등을 봐서는 양 회장이 A 교수 집단폭행 사건에 가담했을 거라는 심증이 커졌다”며 “A 교수와 참고인 등을 상대로 진술을 다시 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양 회장을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1차 수사 과정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 양 회장은 아내와의 이혼 소송에서도 승소했는데, 이때 최유정 변호사가 등장한다. A 교수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혼 소송의) 변호사 이름이 최유정이더라”며 “그래서 그때 굉장히 놀라고 공포감이 들었다. 왜냐하면 최유정이라는 사람을 신문지상에서 (봐서)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있었는데 이런 일에까지 최유정을 쓸 정도면 과연 양진호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하는 공포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말 그 법원 관계자들이 최유정과 관계가 과연 없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며 법조 비리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건을 폭로한 박상규 기자 역시 자신의 SNS 등을 통해 “회사 직원들이 말하기를 여러 직원들이 이제 이런 저런 의견을 내면 최유정이 딱 끊는다고 하더라. 귀찮게 그런 말 하지도 말고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의견서 내지 말라”고 하며, 최 변호사가 전관예우 관행을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박 기자에 따르면, 최 변호사가 2015년에만 1억 원 이상의 수임료를 위디스크로부터 받았다.
# 검찰, 법원 반응은? “법조 비리 문제될 부분 없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은 “앞선 사건들에서 문제될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양 회장이 대학교수를 폭행했던 사건 처리 과정에서 기록을 다시 살펴봤는데, 일관된 진술 등이 있어서 양 회장 동생만 기소하고 넘어갔던 사건”이라며 “사건 발생 3년 뒤 고소된 사건이라 증거자료도 넉넉하지 않았다.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최유정 변호사 이름도 등장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최유정 변호사
# 체포된 양진호 회장, 처벌은 어떻게 되나?
한편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양 회장을 ▲폭행(상해) ▲강요 ▲동물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7일 오후 12시쯤 긴급 체포했다.
마약 투약 혐의가 추가된 게 주효했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양 회장이 상습적으로 필로폰 등을 투약한 전과가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같은 핵심 진술은 양 회장의 전 부인인 박 아무개 씨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양 회장과 박 씨는 소송을 거친 끝에 2016년 이혼했는데, 경찰은 박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양 회장의 마약 혐의와 관련된 결정적인 정황을 확보했다.
오후 3시쯤 수갑을 찬 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호송된 양 회장은 “공분을 자아낸 것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잘못을 인정합니다. 죄송합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찰과 검찰은 그동안 언론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전부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양 회장이 운영하는 웹하드 업체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이들 웹하드 업체와 불법 영상물을 많이 올리는 이른바 헤비 업로더들 사이의 유착관계도 확인하고 있다. 특히 불법 영상물을 차단해주는 필터링 업체를 직접 운영해, 필터링을 고의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할 방침이다.
이미 필터링 업체를 양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고, 이를 통해 제대로 된 필터링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영상으로 공개된 폭행뿐 아니라, 양 회장이 운영해 온 위디스크 등의 불법 성인 영상물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