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로 교인 몰리면서 문닫는 소형교회 속출…교회 건물 전문 사이트에 전문 브로커까지 등장
언뜻 아파트나 주택 분양 광고문구 같지만, 실상은 교회 부동산 전문중개 사이트에 올라온 교회 건물 소개 글이다. 최근 경영난 등으로 교회를 폐업하거나 이전, 확충하는 곳이 늘면서 해당 사이트엔 수많은 교회 매물과 소개 글이 올라오고 있다. 교회만 취급하는 부동산 중개업자가 따로 존재할 정도다. 일명 교회 부동산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하지만 시장의 성장세만큼이나 부적절한 거래관행도 적지 않게 관측되고 있다.
교회 전문 부동산 시장이 성장하면서 그 부작용도 적지 않게 관측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일요신문DB
지난 10월 한 달 동안, 교회 부동산 전문 중개 사이트인 ‘기독정보넷’ 메인광고란엔 80여 개가 넘는 교회 매물이 등록됐다. 이미 거래를 마쳤거나 하단광고란에 등록된 매물까지 포함하면 한 달간 등록된 총 교회 매물은 100여 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교회의 소재지는 서울, 경기뿐만 아니라 충북·충남·전북·경남 등 다양하다. 대부분의 매물 광고는 교회 실내외 사진과 매매가, 대출현황, 건물시설, 주변입지, 교통 등 상세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교회 부동산 매매·임대 전문 사이트는 기독정보넷 외에도 ‘씨플레이스’, ‘아멘(Amen)365’ 등 다양하게 존재하며 거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일부 사이트는 별다른 연락 없이 교회 건물의 설명·사진만 보내면 언제든 매물 게시가 가능하다고까지 설명한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실제 업자들 중엔 교회 매물만 취급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며 “3년을 기점으로 문을 닫는 교회가 많지만 그만큼 교회 건물은 시장에서 돌고 돈다”고 설명했다. 일명 ‘교회 부동산 시장’이 일반 부동산 시장 못지않게 따로 존재·운용되고 있는 셈이다.
기독교계에선 이를 두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교회의 경영난이 교회 매물의 증대와 교회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불러왔다고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교회는 운영 재정의 상당부분을 교인들의 헌금으로 충당한다. 그러다보니 교인이 100명도 안 되는 소형교회의 경우 경영난을 맞닥뜨리기 쉽다. 소형교회는 국내 전체 교회 비율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자발적불편운동 본부장인 신동식 목사는 “사회복지가 개선되고 삶이 윤택해지면서 교회를 찾는 이들이 점점 줄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교회의 성장은 2000년대부터 멈췄다. 소형 교회들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더군다나 소형교회는 담보물을 잡기 어려워 제1금융권 대출이 어렵다. 제2·3금융권에서 자본을 마련하다보니 그 이자와 빚도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사이트 구인구직란엔 “교회를 시세 절반에 매매하겠다”며 교회 후임자를 구하는 글도 올라온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 소형교회보단 대형교회를 찾는 분위기가 교회 부동산 시장 확대에 한몫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헌주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과거엔 신앙이 주요 고려 대상이 됐지만 최근엔 교회에서 누릴 수 있는 서비스나 교인들과의 관계, 커뮤니티 형성 기회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형교회로 사람이 몰리면서 소형교회들은 문을 닫고 대거 매물로 나오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인들은 교회 매물이 늘어난 만큼 부적절한 거래행태도 빈번하게 관측된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교회 부동산업자는 교회 건물을 짓거나 매입한 뒤 이를 더 비싸게 팔아 차익을 챙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앞서의 신동식 목사는 “프리미엄 가격을 붙여 더 비싸게 팔거나, 자기네들끼리 교회를 매입·매각하면서 매매가를 띄우고 이를 다른 교회 법인에 팔아 수익을 챙기는 브로커들도 존재한다”며 “이때 교회 부동산 중개 사이트는 이들 거래 수단으로 전락한다”고 지적했다.
교회 부동산 전문 중개 사이트 ‘기독정보넷’에 올라온 교회 임대‧매매 매물.
교회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담임목사 등이 ‘권리금’ 명목으로 교회 후임자로부터 수익을 챙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인 최호윤 회계사는 “전임자가 개인 사채나 교회 대출금 등을 정리하기 위해 후임자에게 퇴직금을 요구, 이를 들어줄 사람에게 교회를 넘기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두 사람 사이의 뒷거래는 교회의 주요 안건을 결정하는 교인 총회나 당회를 거치지 않고 암묵적으로 행해진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기존 교인 수에 따라 권리금을 높이거나 매매가를 달리 책정하기도 한다. 앞서의 부동산 중개업자는 “신자 수가 곧 헌금, 특히 십일조로 연결되다 보니 신자 수에 따라 매매가를 달리 책정하기도 한다”며 “가령 신자 수 1명을 5만 원으로 계산해 이를 매매가에 포함시키거나 권리금으로 둔갑시킨다”고 귀띔했다. 실제 교회 부동산 매매 중개 사이트에 올라온 일부 광고글은 ‘주일 예배 인원은 보통 50~120명, 교인 등록 수 기준으로는 150명 정도 됩니다’ ‘기존 교인들 중엔 신앙생활 열심히 하는 분도 있다’ ‘원하시면 일부 교인 당분간 출석 협력 할 수 있다’는 등의 설명을 포함하고 있다.
종교 시민사회단체는 교회의 잘못된 운영구조가 이러한 부적절 거래행위 등을 불러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집중 종교투명성센터 사무총장은 “본래 교회는 공익법인으로 교회의 주인은 목사가 아닌 교인이다. 따라서 교인들의 모임인 당회라는 조직 등을 통해 목사를 초대하고 교회의 정책을 결정하는 게 맞다. 목사가 직접 교회를 설립했다 해도 이는 변함이 없다”라며 “그런데 교회의 특성상 헌금을 내는 교인이 ‘을’의 입장이 되면서 목사에게 의지, 목사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당회까지 쥐락펴락하는 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런 주객전도로 인해 각종 비리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교회도 일반 공익법인처럼 회계, 의사결정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론된다. 현행법상 종교단체는 회계기준, 기부금 활용실적, 결산서류 공개와 외부회계감사 등의 의무를 지지 않고 있다. 앞서의 김집중 사무총장은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단체에도 일부 법률은 똑같이 적용하고 예외 사안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