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원내대표, 당대표직 향해 광폭행보…“당 내서도 자연스런 수순 받아들여”
원내대표 임기 종료가 임박해지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바빠졌다. 대여투쟁에 만전을 기하며 동시에 그의 존재감도 부각된다. 그의 광폭행보 끝에는 당 대표 출마가 있다. 박은숙 기자
김 원내대표는 대여투쟁으로 나름의 존재감을 알렸다고 평가받는다. 지난 5월 ‘드루킹 특검’을 관철하기 위해 11일에 걸쳐 단식투쟁을 벌였다. 물론 단식투쟁 직후 특검을 관철시키지 못해 큰 소득은 없었지만, 단식투쟁과 그 과정에서 한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등 이슈를 만들어내며 투쟁력을 보여줬다. 아울러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에도 서울시청을 찾아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문제에 항의하며 시청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비록 ‘난동’으로 비춰지기도 했지만 나름 야당다웠다는 평가도 받았다.
동시에 김 원내대표는 ‘김앤장’으로 불리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 투톱’의 경질을 요구해왔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제 투톱의 후임 인선을 위한 검증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후임자가 온다 한들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 부총리와 장 정책실장 두 사람을 묶어 경질을 요구했다.
그런데 청와대의 교체가 거의 확실시해진 9일, 김 원내대표는 “무소불위 청와대 간신배들의 압력에 못 이겨 대통령도 뻔히 알면서 경제부총리를 먼저 경질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타깃이 두 사람에서 한 사람으로 좁혀진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김 원내대표가 ‘시간차 공격’을 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신이 줄기차게 외치던 경질이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을 때 더 큰 파급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이처럼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 같은 해석을 차치하고서도 김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경질을 요구한 뒤, 청와대가 이들을 경질했다는 점에서 김 원내대표의 투쟁력에 또 한 번 힘이 실릴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김 원내대표는 정우택 전 원내대표와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들의 신경전은 원내대표직을 바톤 터치를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정 전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를 향해 “본인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포청천처럼 행동한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관련) 잘못하면 김 원내대표 아바타 성격을 하는 비대위원장이 오지 않을까”라고 날카로운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이미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직을 무난하게 수행하고 대여투쟁으로 야당의 야성을 드러낸 김 원내대표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김 원내대표는 정 전 원내대표의 정책 기조를 뒤집었다. 김 원내대표는 2일 ‘2019년도 예산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저출산 극복을 내년도 예산집행의 가장 우선순위로 두자는 것”이라며 새로운 안을 소개했다. 아동수당을 부모 소득과 관계없이 초등학교 6학년까지만 지급하도록 확대하자는 내용이었다. 이는 지난해 정 전 원내대표가 아동수당 예산을 ‘퍼주기 예산’이라고 반대하던 것의 정반대 행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박은숙 기자
이처럼 김 원내대표가 그만의 정치를 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것을 두고 당대표 출마설이 자연스레 제기된다. 한국당 전당대회는 내년 3월 정도에 열릴 예정으로 김 원내대표의 임기가 다음달 11일 종료되면 이때부터 본격 전당대회 준비에 돌입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김 원내대표의 최근 정치행보에 대해 “(복지예산 등에서) 자칫 오락가락하는 행보처럼 보일 수도 있다. 좌우를 넘나드는 큰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광폭행보로 봐야할지 오락가락 행보로 봐야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이는 자기 존재감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 출마 등을 위해) 자기 정치를 강화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김 원내대표의 입장을 묻기 위해 김 원내대표와 측근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지난 9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대표 출마 의사에 대해 “저는 정치적인 미래에 대해서 국민들이나 의원들, 당원들 앞에 전혀 그러한 입장을 가질 여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좀…”이라면서도 “다만, 이제 원내대표를 마치고 나면 저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을텐데, 저는 그 평가를 존중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당 내에서도 김 원내대표의 당대표 출마를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받아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당 내에선 (그가) 당연하게 당대표로 출마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있다. 김 원내대표 측에서 또렷한 이야기가 나온 건 아니지만, 분위기는 이미 그렇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당대표 출마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비대위 성적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전 대표가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김 원내대표는 ‘당 대표 권한대행’의 이름으로 지금의 비대위를 꾸리고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영입했다. 결국 지금의 비대위의 성적표가 곧 김 원내대표의 성과물이나 다름없고 그 성적표에 따라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출범한 지 네 달이 됐고, 앞으로 약 3~4개월의 활동 기한이 남았다. 그러나 비대위가 ‘당협위원장 일괄 사퇴’ 말고는 뚜렷한 성과를 낸 것이 없어서 당 내부에서도 “아직은 좀 더 지켜보자”는 이야기뿐이다. 앞서의 한국당 관계자도 “혁신하겠다고 했으니 그 결과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뭘 내놓은 게 없으니 성적표니 뭐니 얘기하긴 좀 그렇다”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