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선생님 내일은 아나운서
얼마 전 등록한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듣고 또 집에서 혼자 발성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 매일 신문과 방송 뉴스를 보면서 모니터를 하는 것도 필수. 최근에는 학교 시험도 겹쳐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다.
취업 준비생으로 보내야 하는 시간 외에도 함씨는 매일 저녁 학원에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취업하기 전에 잠시 하는 아르바이트라면 차라리 공부에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함씨는 학생들을 가르친 지 벌써 5년째가 되는 베테랑급 선생님이다.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외국계 은행의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간 홍콩에서 중·고등학교 기간 중 5년을 보냈기에 영어라는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했던 것. 게다가 아이들의 얼굴이 눈앞에 떠올라 쉽게 그만둘 수 없다고 한다.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영어강사 일을 계속하길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함씨는 “기왕 뜻을 품었으니 일단 도전은 해봐야죠”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렇지만 아나운서 경쟁률이 너무 높아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 수만 명의 지원자 가운데 아나운서가 되는 사람은 열 명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력과 미모뿐만 아니라 ‘운’이 따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한다.
함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한 방송국 아나운서 공채에서 치른 카메라 테스트에 대해 설명을 곁들였다. 카메라 테스트를 위해 지원자들은 보통 새벽부터 일어나 미용실에서 화장과 머리손질을 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잘 아는 미용실에 미리 아침 일찍 나와달라고 부탁해놓는다는 것. 카메라 테스트를 받으러온 2만여 명의 지원자들이 모두들 멋지게 차리고 온 모습은 장관 아닌 장관이었다고 한다.
대학 생활 내내 일을 해서 그런지 함씨는 자유롭게 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학교를 졸업할 나이에 벌써 5년차 강사라는 경력을 쌓을 정도로 부지런하게 살아온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단다.
“대학교 들어와서 용돈이란 걸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성실과 책임감이란 덕목을 또래보다 먼저 깨친 함씨. 이 정도라면 이미 예비 아나운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