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타깃 오디션 프로 잇따라 새로 등장…‘발굴할 원석 더 있을까’ 우려도
사진 출처 = MBC ‘언더나인틴’ 공식 홈페이지
# 10대·팬·보석함, 오디션 프로의 새로운 키워드
11월 3일 첫 삽을 뜬 MBC ‘언더나인틴’(under nineteen).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프로그램은 19세 이하, 즉 10대에 초점을 맞춘다. Mnet ‘고등래퍼’와 같이 학창시절부터 일찌감치 연예계 진출에 눈을 뜬 ‘젊은 피’를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언더나인틴’은 이미 162: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생존한 57명에 초점을 맞춘다. 가장 어린 참가자는 12세, 즉 초등학생이다. 이 안에서 고등학생들은 이미 ‘노땅’에 속한다. 보통 15세 안팎의 중학생들이 주축이다. 이들은 데뷔조인 최종 9명에 들기 위해 보컬을 비롯해 랩, 퍼포먼스 등 여러 파트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노래도 랩도 잘하고, 춤도 잘 출 필요는 없다. 그룹의 특성상 자신이 맡는 주요 파트가 있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언더나인틴’을 시청하는 대중과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하면 된다. 보컬 분야는 걸그룹 EXID 솔지와 R&B 가수 크러쉬, 퍼포먼스는 보이그룹 슈퍼주니어 은혁과 안무가 황상훈, 랩은 힙합듀오 다이나믹듀오가 각각 멘토로 나선다.
11월 24일에는 SBS ‘더 팬’이 출격한다. ‘슈퍼스타K’의 성공 후 지상파 3사가 앞 다투어 선보인 오디션 프로그램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K팝 스타’를 연출한 박성훈 PD와 ‘판타스틱 듀오’를 배출한 김영욱 PD가 손잡고 선보이는 야심작이다. 이들이 내세운 차별화 전략은 ‘팬’(fan)이다. 최근 글로벌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탄소년단을 지탱하는 공식 팬클럽 아미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 이제 팬덤은 아이돌 그룹의 뿌리이자 후원자라 할 만하다. ‘더 팬’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다. 이미 가요계에서 인정받은 스타들이 “가능성 있다”고 추천한 예비 스타들이 각자의 역량을 뽐내며 프로그램을 통해 팬덤을 구축하고, 그들 지지를 통해 우승자가 결정된다. 15명의 루키는 스타들의 추천을 받아서 경연을 치러가지만 생방송 무대에 서는 톱5는 결국 시청자들, 즉 팬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팬덤을 구축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기준 오디션 프로그램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문자 투표를 진행했던 것과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수 보아와 이상민, 프로듀서 유희열, 작사가 김이나 등이 ‘팬 마스터’로 나서 경연을 치르는 루키들을 지원한다.
사진= SBS ‘더 팬’ 티처 영상 캡처
YG엔터테인먼트도 16일 신인 남자그룹을 선발하는 과정을 담은 오디션 프로그램 ‘YG보석함’을 선보인다. YG는 3대 기획사라 불리는 SM, JYP에 비해 신인 그룹 데뷔가 더디기로 유명하다. 재능이 출중한 연습생들이 있지만 빨리 데뷔시키기보다는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가 자신의 보석함에 넣고 혼자서 감상한다는 비판 때문에 ‘YG보석함’이라 불렸는데, 이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양지로 이끌어내는 기지를 발휘한 셈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10대 YG 소속 남자 연습생 29명 출연한다. 그들은 방송을 통해 기량을 검증받고 시청자들의 평가와 선택을 통해 데뷔조에 다가간다. YG는 대표 그룹인 빅뱅뿐만 아니라 위너와 아이콘 모두 자사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팬덤을 구축하며 데뷔하는 방식을 택했다. 결국 ‘YG보석함’을 론칭한 것은 YG가 가장 잘하는 데뷔 방식을 택한 셈이다.
# 오디션 3.0시대, 과연 통할까?
연령에 상관없이 일반인 전원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와 ‘K팝스타’가 1세대, 데뷔 전인 각 기획사 소속 연습생 혹은 재활이 필요한 기성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대상으로 했던 ‘프로듀스 101’ 시리즈가 2세대였다면,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은 3.0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프로듀스 101’의 성공 이후 이를 벤치마킹했던 KBS 2TV ‘더 유닛’과 JTBC ‘믹스나인’이 이미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제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받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다시 방송가의 주류 트렌드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오간다.
오디션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신선하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나올 사람은 다 나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새로운 원석을 발굴하기도 쉽지 않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엑소, 워너원 등 수준 높은 아이돌 그룹을 경험한 대중에게 웬만한 실력을 갖춘 신인의 무대는 성에 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YG 보석함’ 티저 영상 캡처
이를 위해 각 방송사들은 타깃층을 분명히 하고 있다. ‘언더나인틴’은 철저하게 10대에 초점을 맞춘다. 출연자들도 10대지만 그들을 지지하는 팬들 역시 10대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대리만족을 주는 셈이다. 팬덤을 등에 업겠다는 ‘더 팬’ 역시 이와 비슷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YG보석함’에 참여하는 YG 소속 연습생 역시 대다수 10대다. 이는 10대 출연자들에게 초점을 맞췄던 ‘고등래퍼’의 성공에서 알 수 있듯, 불특정 다수를 겨냥하기보다는 특정 계층과 눈높이를 견주는 ‘맞춤형 콘텐츠’의 성공 확률이 더 높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한 지상파 예능국 PD는 “지금의 10대들은 TV보다는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을 콘텐츠 앞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들의 생각과 요구를 이해하고 원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최근 새롭게 론칭된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오디션 3.0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