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기반 시너지 기대… 기존 사업자와 ‘치킨게임’ 우려도
통신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LG유플러스를 이동통신망 임차 1순위 사업자로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이나 KT와 비교해 가입자가 적은 LG유플러스 이동통신망에서 트래픽 초과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알뜰폰 사업자는 기간통신 사업자로부터 회선 사용 요금을 할인 가격으로 받아 통신 서비스 사업을 진행한다. 따라서 이동통신망 트래픽 초과 여부는 주요 고려 사항 중 하나다.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LG유플러스의 자회사 미디어로그 가입자가 40만 명 수준인 것도 장점이다. 알뜰폰 업계에 진출한 SK텔레콤 자회사와 KT 자회사의 가입자는 각각 80만 명, 71만 명가량이다.
조수용 카카오 대표가 카카오가 카카오의 사업영역, 핵심가치, 미래비젼 등을 밝히고 있다. 카카오는 커머스, 게임, 핀테크, 모빌리티를 넘어 이동통신 사업 진출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종현 기자
그러나 현재 알뜰폰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알뜰폰은 2011년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이동통신 3사 통신요금보다 30%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인기를 누렸지만, 올해 들어 성장이 둔화했고 가입자 이탈은 빨라지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가 별도 집계된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14.9%씩 증가했던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난 9월 792만 8777명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2%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알뜰폰 사용자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로 이동한 숫자는 2만 2636명으로 전월보다 21.6% 늘었다.
알뜰폰 업계에선 성장 둔화와 가입자 이탈의 원인으로 선택약정할인율 확대, 저소득층 추가 요금감면, 보편요금제 도입 추진 등 지난해부터 시작한 이동통신 요금 인하 정책의 추진을 꼽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 3사는 지난 5월 말 KT를 시작으로 월 3만 3000원에 데이터 1~1.3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잇달아 내놨다. 여기에 25% 선택 약정 할인을 적용하면 월 이용료는 2만 4000원대로 사실상 알뜰폰 요금보다 저렴하다.
특히 이동통신 3사는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도 정작 알뜰폰 사업자에 도매를 제공하지 않아 가격 역전 현상을 일으켰다. 알뜰폰은 도매제공을 받지 못하면 요금제를 출시할 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통한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요구를 받을 때마다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내걸고 있지만, 저가요금제 도매 미제공도 막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알뜰폰 매장. 고성준 기자
국내 알뜰폰 시장은 이동통신 3사의 영향력 탓에 유통기업의 무덤으로 불린다. 2013년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이마트는 지난 4월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홈플러스는 2016년 말부터 1년여간 신규 가입자 없이 운영하다 지난해 11월 문을 닫았다. 심지어 지난 9월 국내 대표 중소 알뜰폰 사업자였던 이지모바일은 파산신청했다.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알뜰폰 시장 진출을 타진하다 이동통신사가 LTE망 대여 시 원가에 이윤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50 대 50으로 나눠 갖는다는 점을 확인하고 시장 진출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들의 누적적자는 33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카카오는 알뜰폰 사업자가 고수해 온 가격 경쟁력 기반의 양적 성장 대신 특색 있는 서비스를 통한 질적 성장을 이룬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알뜰폰은 멤버십 등 추가 혜택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이미 통신 서비스로 묶어낼 수 있는 사업을 확장해 둔 상태다. 지난 9월 12일에는 배달앱 시장에 본격 진출할 뜻을 밝혔으며 지난 9월 20일에는 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부문을 분할해 신설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모두 자체브랜드 통신 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문이다. 또 카카오가 국내 68개 계열사를 통해 진행하는 사업은 대부분 모바일 기반 서비스다.
일부 전문가는 카카오가 알뜰폰 시장의 확대에 기여하기보다 기존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구축한 가입자를 빼오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알뜰폰 업계는 적자를 지면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는 SK텔링크, KT엠모바일, 미디어로그, 이상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국내 등록된 알뜰폰 사업자 44개 중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가 보유한 가입자 점유율은 24%에 달한다. 이에 대해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저가요금제 도매제공을 강제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 이동통신 3사보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입을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면서 “800만 명 가입자를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지는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카카오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중증 독과점 상태’에 빠진 국내 통신 시장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하창직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사무국장은 “카카오의 진출이 도매 대금 협상에서 항상 열세에 서는 알뜰폰 사업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면 좋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 관계자는 “어린이용 알뜰폰인 ‘카카오키즈폰’을 카카오키즈의 자회사에서 판매하는 것 외 본격적인 알뜰폰 시장 진출과 관련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