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 시장 “공소사실(기부행위) 인정하나 선거운동과 무관”… 당시 출마여부 불확실 / 검찰 “산악회 기부행위 조사 후 이번 사건과 병합할 것”… 2차공판 12월 13일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이천시장으로 당선된 엄태준 시장이 공직선거법(기부행위) 위반혐의에 대한 여주지원 1심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천=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엄태준(민주당, 55) 이천시장에 대한 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이 15일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101호 법정에서 열렸다.
여주지원 형사부(재판장 최호식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10분 재판을 열고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혐의로 기소된 엄 시장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이천시선관위는 지난 5월 18일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혐의로 엄 시장을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고발했고, 검찰은 수사 후 지난 8월 17일 법원에 기소했다. 첫 재판은 10월 4일 예정됐으나 이 날로 기일이 변경됐다.
엄 시장은 6.13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1월 4일 이천의 한 중식당에서 같은 당 지역 당직자 12명에게 17만4천원 상당의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만일 엄 시장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시장 직을 상실하게 되면서 보궐선거가 다시 치러지게 된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후보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은 선거구민과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사람에게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면서, “그럼에도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이천시장으로 당선된 피고인은 2018년 1월 4일 경 이천시에 소재하는 한 중식당에서 선거구민, 혹은 선고구민과 연관이 있는 12명에게 17만 4000원 상당의 음식물을 무상으로 제공하여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기소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엄 시장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 사건 모임의 경위나 참석자에서 알 수 있듯이 피고인이 선거운동을 위해서 이 사건 모임을 가진 게 결코 아니라는 점을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모임 당시 피고인은 더불어민주당 이천시지역위원장이었고, 참석자 12명은 모두 이천시 지역위원회 당원들이었다”면서, “이 사건 모임은 당시 당원들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과 결속을 위한 자리었을 뿐 피고인의 선거출마와 전혀 무관한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제로 피고인은 이 사건 모임에서 본인의 출마와 관련한 어떠한 발언도 없었다”며, “당시에 피고인은 아직 시장출마 여부조차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또 “당시 피고인으로서는 당원들끼리의 식사자리는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예외에 허용되는 정당 활동으로 막연히 생각한 측면도 있었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하고, “경위야 어떻든 공직선거법에 어긋나는 기부행위를 한 것에 대해서는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참작해 시장으로서 봉사하고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검찰은 주요 증거자료로 엄 시장의 식대비 카드결재 내역과 엄 시장이 이 사건 전에 선관위로부터 받은 선거법상 허용되지 않는 사례 등의 공문을 제출했고, 엄 시장 변호인은 이를 모두 인정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첫 공판에 참석하기 전 엄태준 이천시장.
검찰, “별건인 산악회 기부행위 조사가 끝나면 이번 사건과 병합시킬 것”
수사검사, 공판검사와 함께 재판 참석… 향후 재판 추이에 귀추 주목
이어 변호인이 엄 시장에 대한 피고인 심문을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검찰은 엄 시장이 6.13지방선거와 관련하여 또 다른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어 수사가 끝나면 이번 사건과 병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음 재판을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만료일인 12월 13일 이후 열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가 2차 공판을 12월 13일 오후 2시 15분으로 잡으면서, 과연 검찰이 이날까지 추가로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 기소와 함께 병합을 신청하게 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수사검사가 직접 공판에 관여하는 등 철저히 공소를 유지하기로 한 검찰 방침에 따라 이날 재판에는 공판검사와 함께 수사검사가 직접 재판정에 나와 향후 재판 추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엄 시장은 이번 재판 소송대리인으로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임했다. 이날 변호인으로 출석한 조일영(여, 53) 변호사는 고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1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였으며 2013년 태평양에 합류, 현재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지방법원과 인천지방법원,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 등에서 판사와 부장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다.
공판이 끝나고 엄 시장은 “시민들께서 6.13선거에서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행사해서 결과가 나왔는데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게 돼서 죄송하다”면서 “기부행위는 돈으로써 표를 매수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인데 저의 경우에는 지역위원장으로서 읍면동 협의회장들과 식사를 하고 그 비용을 제가 낸 것으로 그때는 제가 출마하기도 전”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엄 시장은 “지역위원장이 당무를 집행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기부행위 제한 규정에 저촉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형식적으로는 출마가 예상되는 사람으로서 밥을 사고 술을 사고 하는 부분이 기부행위 제한규정에 해당되는데, 지역위원장으로서 당무를 수행하는 부분이었으니까 이런 부분이 참작이 되면 아마 선거법 위반이 되느냐 안되느냐 경계선상에 있는 사안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엄 시장은 이어 “다른 1건의 사건에 대해 이미 조사를 받았다.”면서, “제가 관련이 된 건 아닌데 그런 쪽으로 해석하고 조사를 한 것”이라고 자신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작년 대통령 선거 때 모 산악회 행사에 제가 돈을 냈다고 제보를 해서 조사를 한 것 같다. 당시 산악회원들은 대체적으로 그런 사실이 없다고 얘기를 하고 있고, 조사를 하면 실제로 돈을 낸 사람이 나올 것”이라면서,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사실을 다 알고 있을텐데 이렇게 까지 해서 선거 결과를 번복시키려고 하고, 또 표 차이도 적게 나지 않은 부분인데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행정공백이 있을 수 있어서 아쉽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엄 시장은 “그렇게 해서 성공하지도 못하겠지만 그로 인한 시민들 사이의 갈등과 시민들이 정치불신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할지, 정정당당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고 말하고, “어찌되었든 시민 여러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잘 대처하도록 하겠다. 이에 흔들리지 않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면서 취재진과 일문일답하는 엄태준 이천시장.
엄 시장, 사건 초기 ‘식사비 갹출’ 주장 기자회견 열어
한편, 엄 시장은 이천시선관위가 지난 5월 18일 기부행위 혐의로 엄 시장을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고발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전면 부인했었다.
이천선관위는 당시 엄 후보가 참석자들로부터 식사비용을 갹출한 것이라고 진술했으나 조사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으며, 협의회장이 참석자들에게 연락해 선관위 조사 시 식사비용을 갹출한 것이라고 진술토록 입을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자 엄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입을 맞췄다는 선관위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식대를 계산하는 과정에 본인의 신용카드를 모 당원에게 줬고 이 당원이 일괄 계산한 후 그 자리에서 15만원을 걷어준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가는 엄태준 이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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