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업이행서 위반 지적에 시 관계자 자의적 판단 주장
#춘천시 발주 ASF 살처분 돼지 처리용역
춘천시는 지난 3월 ‘가축매몰지 발굴 소멸화 사업’을 공고했다. 2020년 9월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살처분한 돼지 1만 5000두에 대한 소멸화 작업을 위해서였다. 입찰 결과 춘천시는 3순위 업체인 A 사를 사업 수행자로 결정했다. 사업비는 634,513,000원으로 사업은 6월 20일 완료됐다.
그런데 사업을 두고 무성한 뒷말이 이어진다. 춘천시가 사업 수행자 지정 과정에서 A 사에 유리할 수 있는 문항을 삽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춘천시가 공고한 과업이행요청서 1항 나목으로 “연구개발 또는 기타 특수한 목적으로 설치된 시설인 경우 공공기관(지자체 등)으로부터 토지와 시설이 적법함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여야 한다. 이 경우 해당 토지와 시설에서 가축 사체 소멸처리가 가능함을 증빙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이다.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해당 부분이 “특정 업체와 계약을 염두에 둬서 작성한 것.”이라며 춘천시와 A 사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시 관계자 "지침 따라 연구기관서도 처리 가능했다"
춘천시는 지난 10년 동안 가축매몰지 발굴 소멸화 사업’을 총 3회 실시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연구시설에서도 사업수행이 가능하다’라는 조항은 이번 사업 과정에서 처음 적용됐다.
이에 대해 춘천시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부 지침에 따른 것으로 다양한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입찰 참여 업체 중 연구기관 시설을 통한 사체처리 계획을 세운 기업은 A 사 단 한 곳밖에 없어 춘천시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혜를 주장하는 이들은 위 조항 중 “공공기관(지자체 등)으로부터 토지와 시설이 적법함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여야 한다.”라는 부분도 문제로 지적한다.
춘천시가 사업자 선정 이전에 연구기관 이용에 대한 적법성 검토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이천시로부터 연구시설 용도변경 공문을 받았기 때문에 사업자 선정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A 사를 통해 받은 이천시 공문을 사업자 지정에 참고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천시는 ‘농지 타용도 일시사용허가’만 해준 것이라며 "가축 폐사체 처리는 승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천시 주장처럼 춘천시가 적법성 받은 서류는 ‘농지 타용도 일시사용변경허가서’였으며, 허가받은 주체도 A 사가 아닌 교육기관이었다.
A 사는 입찰을 위해 이천시의 ‘농지 타용도 일시사용허가서’와 교육기관과 맺은 사용계약서를 춘천시에 제출했고, 춘천시는 이를 적법성을 입증하는 서류로 판단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일부분 자의적 판단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이천시에 연구시설 사용에 대해 문의 했고, 사용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사업 수행자 결정에 참고했다”라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과 달리 이천시는 연구시설을 통한 동물 사체 처리작업이 진행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춘천시와 이천시가 서로 다른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진실게임 양상, 사실 여부 따라 두 기관 중 한 곳 치명타
해당 사안은 두 지자체 간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당장 곤혹스러운 곳은 이천시다. 지난 6월 열린 이천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서학원 시의원이 연구시설이 폐사체 처리시설로 사용된 사실을 지적하며 해당 공무원들을 질타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제244회 정례회’ 5분 자유 발언을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매몰된 돼지 사체 1만 5000두의 춘천시로부터 이송 문제와 공문도 없이 처리장소를 이천시로 지정한 부분을 들어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을 했다.
서 의원은 “시유지를 연구목적으로 무상으로 임대 후 사기업의 영리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하는 절차도 미흡했다”라고 질책하고 “시유지에 대한 규정을 위반한 영리행위가 발생하고 있는지 현장 전수조사를 통해 향후 위반사항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천시는 서 의원 지적에 따라 부발읍에 있는 연구시설 사용에 대한 점검 및 조사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이천시 조사에 따라 두 기관 중 한 곳은 거짓말 논란과 함께 처벌 가능성이 제기된다.
본지도 춘천시와 이천시를 상대로 ‘가축매몰지 발굴 소멸화 사업’에 대한 취재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이천시로부터 사용 연장을 받은 교육기관과 A 사에 대한 취재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최남일 강원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