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증거에도 경찰 수사 1년째 제자리…그 사이 증인 회유 의혹도
송 아무개 씨가 작성한 지출내역서. 군청 직원 술접대비로 185만 원을 사용하고, 아가씨팁으로 30만 원을 사용한 내역.
이번 사건은 한 골재판매업자가 지난 2012년 단양군 사방댐 공사에 굴림돌(광산 폐석)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건설현장 인근 하천에 있는 자연석(꽃화석) 약 200톤을 무단 절취해 납품했다는 의혹이 뒤늦게 제기돼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도로변 공사 굴림돌을 사용하기로 했던 최초의 설계도면이 가격이 비싼 자연석으로 설계 변경된 것도 이상한 정황이다. 담당 공무원이 편의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같은 의혹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해당 골재판매업자 회사에 근무했던 송 씨가 작성한 지출내역서가 발견됐다.
송 씨가 매달 작성한 지출내역서에는 단양군청 공무원들에게 식사접대, 골프비 대납, 회식비 지원, 술 접대 등의 로비를 한 정황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경찰에 제출된 기록은 송 씨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매달 작성한 내역이다. 2016년 10월에 작성된 한 지출내역서를 살펴보면 총 21건의 지출내역이 있는데 이 중 11건이 공무원과 관련한 지출이었다. 주로 군청 직원과 식사나 스크린골프 등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2016년 10월 13일에는 군청 직원 A 씨 등에게 술 접대비로 185만 원을 사용했다는 내용도 있다. 지출비용으로 볼 때 일반적인 술집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군청 직원 A 씨의 이름과 아가씨팁 30만 원이라는 지출내역도 있었다. 제보자는 “송 씨가 최초에는 아가씨팁 30만 원이 성매매 비용이었다고 진술했다가 나중에 진술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명절에는 공무원들에게 10만~30만 원에 달하는 선물을 돌리기도 했다. 군청 직원들 회식에 30만 원을 찬조했다는 내역도 있었다. 지출내역서에 따르면 송 씨는 군청 직원들과 스크린골프를 하면서 10만~30만 원가량을 사용했고, 일부 군청 직원들은 송 씨와 2~3일에 한 번꼴로 만나 식사를 했다.
비록 건당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군청 직원들이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건설업자와 지속적으로 만나며 접대를 받아온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 씨가 이런 식으로 매달 지출한 돈은 100만~300만 원가량이었다. 건당 액수가 크지 않다고 해도 연간 접대비로 따지면 금액이 결코 적지 않다. 현재 확보된 기록은 송 씨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작성한 내역이다. 송 씨가 더 오래 전부터 공무원들을 관리해왔을 가능성도 크다.
송 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군청직원 A 씨는 “송 씨와 식사를 한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접대를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송 씨가 지출내역서에 그런 식으로 돈을 썼다고 적고 실제로는 카드깡을 해서 돈을 빼돌린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곧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 씨가 근무했던 골재판매업체 대표는 “그런(공무원 접대) 사실이 없다”고 짧게 답하고 더 이상의 답변은 거부했다. 해당 지출내역서를 작성한 당사자인 송 씨는 “그건 내가 허위로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위로 작성한 이유에 대해서는 “내 개인적인 생활비 때문에 조정을 하기 위해 허위로 작성했다. 지출내역서에 언급된 분들에게 오히려 미안하다”고 주장했다.
송 씨는 ‘카드로 사용한 내역들이 대부분인데 어떻게 허위로 작성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거기까지는 제가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답변하지 않겠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답변을 거부했다.
제보자는 “카드깡은 일반적으로 단골 업소를 정해놓고 하는 것인데 송 씨가 사용한 법인카드 내역을 보면 여러 업체에서 다양하게 사용했다. 송 씨가 작성한 지출내역서와 법인카드 사용내역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허위로 작성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제보자는 “경찰이 이 사건 수사를 시작한 것이 지난 2017년인데 증거가 비교적 확실함에도 수사 진행이 매우 더디다. 수사가 지연되는 동안 송 씨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회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송 씨가 그런 식(카드깡을 해 개인적으로 착복)의 주장을 한다면 증거가 인멸되기 전에 카드가 사용된 업소들을 방문해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데 수사 진행 상황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충북지방경찰청 담당 수사관은 “수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출내역서에서 이름이 나온 공무원들을 직접 조사하긴 했느냐는 질문에는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관련 공무원들은 현재까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정상 근무하고 있었다. 단양군청 측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자체 감사도 벌이지 않았다. 단양군청 측은 “일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