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피의자 회사에 어머니와 이종사촌 재직, 금품수수 의혹까지 제기됐지만 ‘견책’ 그쳐 …이용주 “전혀 사실무근”
이용주 의원. 사진=이종현 기자
지난 2008년 3월 법무부 공고에 따르면 광주지방검찰청 검사였던 이 의원은 K 씨 회사에서 경리로 일하고 있던 이종사촌 P 씨가 회사 돈을 횡령했다는 의심을 받자, 2006년 12월 P 씨와 K 씨를 차례로 만나 ‘사건화 하지 말라’고 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P 씨가 횡령한 것으로 의심되는 돈은 수십억 원에 달했다. K 씨는 여수에서 모텔, 찜질방, 아파트분양회사 등 사업체를 운영하다 부도상태의 폐기물처리업체를 지난 2004년 인수해 연 100억대 매출의 알짜회사로 키웠다.
K 씨는 큰 수익을 내는데도 회사에 돈이 없다는 직원들의 말에 자체 감사에 착수해 돈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고, 경리였던 P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법무부는 이 의원이 과거 K 씨를 폭력행위 등 사건으로 직접 구속 지휘를 한 바가 있어 K 씨와의 교류가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하게 처신함으로써 검사로서의 위신을 손상했다고 공고했다.
이 의원이 과거 K 씨를 구속 지휘 했었던 만큼 K 씨로서는 이 의원의 합의 종용이 부당한 압력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사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지난 2007년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이 의원이 K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이 담겨있는 비자금 장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금품 말고도 K 씨로부터 고가의 돌침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K 씨 회사에는 P 씨뿐만 아니라 이 의원의 어머니가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자신이 구속 지휘했던 피의자 회사에 이종사촌과 어머니가 재직하고 있었던 것은 그 자체만으로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 씨의 회사는 당시 직원 30명 규모의 중소기업이었다.
그럼에도 견책으로 징계절차를 마무리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이 사건으로 견책 징계를 받고도 다음해에 부장검사로 승진했다.
한편 수사과정에서 P 씨의 횡령혐의는 밝혀지지 않았고, 오히려 K 씨가 지난 2007년 특경가법 위반, 조세범처벌법 위반,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됐는데 이 의원의 동생이 K 씨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2007년 해당 사건을 올해 선정한 ‘억울한 피의자의 누명을 벗겨준 사건’ 중 하나라며 ‘회사 돈 착복하고 경리에게 덤터기 씌운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K 씨의 구속과 법무부의 이 의원 징계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사건은 지난 2012년 재점화됐다. 현직 경찰관이 우체국 금고털이를 했다가 구속돼 화제가 됐는데 P 씨가 알고 지내던 박 아무개 경위가 해당 경찰관과 특수 관계였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경찰관과 함께 금고털이를 한 공범은 박 경위가 K 씨에게 운전사 겸 경호원으로 소개시켜줬던 인물이었다.
박 경위는 지난 2012년 7월 불법 사채업으로 이자 4000여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됐다. 박 경위가 구속되자 K 씨는 지난 2012년 8월 박 경위와 P 씨가 짜고 회사 돈 수십억 원을 횡령했다며 재수사를 요구하는 진정을 냈다.
K 씨는 자신에 대한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자신의 운전사인 금고털이 공범이 과거에도 금고털이 등의 사건을 저질렀던 인물이라고 주장했으나 수사기관은 공범을 수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은 검거된 후 지난 2005년 6월 여수시 미평동 은행 현금지급기를 비슷한 수법으로 털어 현금 879만 원을 훔쳤다고 자백해 논란이 됐다. 당시 수사기관이 K 씨의 주장을 무시해 사건을 키웠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수경찰서는 지난 2013년 P 씨를 비롯해 회사관계자들이 K 씨 회사 돈을 횡령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재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경찰은 재수사 과정에서 P 씨와 박 경위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수십억 원의 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일부 밝혀내기도 했다. 경찰은 P 씨의 거래내역을 정밀조사하기 위해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3차례나 검찰에서 기각돼 또 다시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지나간 사건을 재수사할 필요 없다는 사유 등으로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과거 검찰이 덮었던 사건을 경찰이 밝혀내면 곤란해질까봐 영장을 기각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용주 의원은 기자와 직접 만나 당시 사건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우선 비자금 장부에 대해서는 “내가 K 씨 사건을 구속 지휘할 때는 몰랐는데, K 씨와 어머니가 오래 전부터 매우 친한 사이였다고 하더라. 어머니가 건강이 안 좋아 병원을 자주 다녔는데 K 씨가 모시고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2005년 내가 미국 유학을 가기 전에 감사인사를 하려고 찾아갔더니 대뜸 여비로 쓰라고 돈 봉투를 내밀었다. 우리 어머니를 챙겨주셨는데 제가 돈을 드리면 드렸지 받을 수 없다고 단번에 거절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나한테 돈을 주려고 100만 원가량을 환전한 내역이 장부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비자금 장부라고 하는데 그 100만 원 외에는 어떤 금품거래 내역도 나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고가의 돌침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내가 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 어머니가 받았다. 내가 K 씨 구속 지휘를 한 것이 2000년경인데 훨씬 이전에 받았다. K 씨가 어머니와 친했기 때문에 준 단순 선물”이라고 해명했다.
어머니와 이종사촌이 K 씨 회사에 재직한 것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어머니는 그 회사에 이름만 올렸다. 이사로 재직하면서 급여는 물론이고 어떤 금전적 보상도 받지 않았다. 회사에 나간 적도 없고 경영에 관여한 적도 없다. 회사를 만드는데 이사로 이름을 올려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름만 빌려준 것이다. 이종사촌은 우리 어머니가 부탁해 경리로 채용됐다. 내가 이종사촌 일자리를 구해줄 것도 아닌데 그만두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두 사람이 재직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K 씨와 P 씨의 합의를 종용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K 씨와 P 씨를 만나 합의를 종용했다고 하는데 억울하다. 난 그 사건에 개입할 생각이 없었는데 두 사람이 각각 나를 찾아와서 중재를 해달라고 했다. 나는 사건화하면 둘 다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잘 끝내라고 권고를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10년이 지난 사건이지만 지금처럼 나중에라도 문제가 될까봐 당시 자료도 다 가지고 있다. 비록 견책이지만 행정소송을 통해 결백을 밝히는 방안도 검토했을 정도로 억울하다. 당시 징계를 지금도 인정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