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통령이 섹스의 화신인 듯 침실 벽면이 온통 거울이라는 온갖 말들이 떠돌았었다. 그에 대한 확인인 것 같았다.
“인테리어를 했다기보다는 전임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사용하던 침대의 위치를 바꿨는데 그에 따라 가구를 조금 옮겨야 했고 그 과정에서 문짝이 잘 맞지 않아 초칠 같은 간단한 작업을 했습니다. 깜빡거리는 전등도 새것으로 갈아 끼웠습니다.”
초칠을 했다는 건 요즈음 세대에게는 낯선 말이다. 우리 세대는 교실바닥이 부드러워지라고 초칠을 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물을 아끼기 위해 수세식 변기의 물통에 벽돌을 한 장 넣어두었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은 알전구에 양말을 끼워 구멍 난 부분을 기웠었다. 가난했던 시절 대통령이 실천한 검소한 모습이었다.
“대통령의 옷값을 모두 최순실이 냈습니까?”
“아닙니다. 옷값은 현금으로 제가 직접 주었습니다. 의상은 해외 순방시에 참석하는 만찬이나 포럼 등 공식행사에 필요해서 만든 겁니다. 옷의 제작비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청와대에서 비선 진료를 받았다면서요?”
한동안 선정적인 보도로 연기가 나곤 했다. 대통령이 프로포폴을 맞고 환각상태에 있었다느니 하는 얘기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답은 이랬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아파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2006년 테러를 당해서 다친 얼굴을 치료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에 들어온 후에도 그 때 치료를 하던 의사들의 도움을 받은 겁니다. 그 치료비 역시 제 월급으로 지급했습니다.”
제기된 의혹과 전혀 다르다. 한동안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소문이 퍼졌었다. 정유라의 승마 특례입학이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정유라를 압니까?”
검사의 확인 작업이었다.
“정유라는 아주 어렸을 때 만나보고 그 이후에는 본 사실도 없습니다. 저는 정유라의 이름도 정유연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있고 나서 정유연이 정유라로 이름을 바꾼 것을 알게 됐습니다.”
“최순실이 정유라를 부탁했습니까?”
“저는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는 그런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최순실과 정유연과 저와의 관계를 소설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최순실은 감히 부탁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겁니다. 들어주지 않는 제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대통령을 하면서 개인적 이득을 챙기려고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국익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최순실이 이권에 개입하는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촛불혁명의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도살되고 사법부에서 사실상의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최순실의 됨됨이를 알아보지 못한 것도 이런 불행한 사태를 부른 원인 중의 하나다.
엄상익 변호사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