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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
특히 이들은 계열사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보유중이던 수백억원대의 다른 계열사 주식을 사고팔아 남긴 차익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대주주의 재산 불리기에 계열사가 동원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현재 수입원이 없는 데다 미국에 유학중이어서 어떻게 계열사의 지분을 대량 취득할 수 있었는지, 또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둬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게 됐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김 회장의 장녀인 주원씨와 장남 남호씨는 지난 5월에서 7월 사이에 장내에서 동부제강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김 회장의 장녀 주원씨의 경우 지난 6월28일부터 7월18일까지 20일 동안 장내에서 동부제강 주식 29만9천1백10주(전체 지분의 1.31%)를 9억5천만원을 들여 매입했다.
또 장남 남호씨는 이보다 한 달 앞선 지난 5월22일부터 6월12일까지 20일간 13억8천만원을 들여 동부제강 주식 47만3천30주(전체 지분의 2.08%)를 사들였다.뿐만 아니라 지난 6월20일 남호씨는 계열사인 동부상호금고가 보유하고 있던 동부화재 주식 1백60만 주(2.26%)를 48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남호씨는 동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동부화재의 지분을 총 14.06% 보유해 부친인 김준기 회장(15.06%소유)에 이어 이 회사의 2대 주주가 됐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측은 “최근 동부제강과 동부화재의 주가가 크게 하락함에 따라 주원, 남호씨 남매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들 회사의 주식을 대량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룹측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증권 전문가들은 주원씨와 남호씨가 올 들어 계열사 주식을 대량 매입한 배경과 80억원대에 이르는 주식매입 자금의 출처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내고 있다.항간에 제기된 ‘2세 체제에 대비한 준비작업’이라는 추측에 대해 그룹측은 “남호씨의 경우 유학중이기 때문에 경영에 참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눈초리.
문제는 뚜렷한 직업이 없는 유학생 신분인 이들이 어떻게 수백억원대의 주식을 보유하게 됐고, 올 들어 80억원대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었느냐는 부분.
동부그룹측은 남호씨의 주식 투자자금 출처와 관련해서는 “예전에 증여받은 계열사 주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얻은 이익으로 재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부그룹측은 남호씨가 최근에 매입한 동부제강, 동부화재 주식매입을 위해 어떤 계열사 주식을 얼마에, 어느 정도 팔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증권 전문가들은 “설사 주식투자로 남긴 시세를 재투자하는 형태를 띠고 있더라도 대주주의 주식처분 및 매입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공시, 또는 고지의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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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동부화재 본사가 입주 해있는 동부금융센터 | ||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남호씨는 지난 95년 부친 김준기 회장으로부터 한국자동차보험 주식 88만1천9백여 주와 동부증권 71만 주, 동부화재 88만 주를 받았고, 이듬해에는 동부건설 77만 주를 증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주식의 시가총액은 당시 2백5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그룹측은 “당시 김 회장은 남호씨에게 계열사 주식을 넘긴 뒤 지난 96년에 한국자보 20억원대, 동부건설 42억원대 등 1백억원대의 증여세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95년 당시 이 증여를 두고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뒷말이 많았다. 남호씨가 한국자보의 주식을 증여받은 시점에 이 회사의 주식값은 주당 6천6백원이었으나, 증여가 끝난 직후부터 연일 폭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폭등을 거듭하던 한국자보의 주가는 불과 4개월 만에 주당 2만원대로 무려 3배 이상 뛰어올랐고, 남호씨는 한국자보가 자사주펀드를 설정한 뒤에 곧장 17만2천여 주를 매입 가격의 4배가 넘는 2만원대에 팔아 치워 증여 후 4개월 만에 23억3천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던 것이다.
당시 동부그룹측은 “남호씨가 증여세를 물기 위해 불가피하게 주식을 팔았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증권가에서는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당시 증권시장을 감독하던 증권감독원 관계자들도 “자사주펀드 제도는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회삿돈으로 자사 주식을 매입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인데, 이를 악용해 대주주가 비싼 값에 주식을 파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동부그룹을 비난했다.
당시 남호씨는 내부자거래나 시세조종 등의 의혹은 받았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정상적인 주식투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후 남호씨의 존재는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수면 아래로 잠복했지만, 동부그룹 계열사에 대한 그의 지배력은 빠르게 강화되기 시작했다.
2002년 7월 말 현재 남호씨가 보유중인 계열사 주식의 시가총액은 5백70억원대. 현재 남호씨는 동부증권(전체 지분의 6.8%), 동부건설(3.5%), 동부화재(14.06%) 등의 개인 대주주다. 또 동부정밀화학(0.1%), 동부한농화학(1.4%)에 이어 동부제강(2.08%) 등의 지분도 대량 보유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는 재벌사들이 일정 금액의 시드머니를 이용해, 긴 시간에 걸쳐 그룹 계열사 지분을 차츰차츰 장악하는 경영이양작업의 전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