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입시 학원 특강비 수백만원 호가하지만 교습비 공개 의무는 ‘뒷전’...서울교육청은 ‘수수방관’
미술학원 실기 준비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수능이 끝난 이후 미대 지망을 원하는 수험생들은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한다. 수능 성적이 좋아도 실기 능력이 부족하면 입시에 실패할 수 있다. 미대입시 학원들은 수능 직후부터 각 대학의 전형 시작되는 1월까지 ‘정시특강’ 강좌를 개설한다. 수험생들이 고등학교 3년 동안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실기를 준비하는 이유다.
문제는 정시특강 비용에 대한 수험생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2018년 11월 18일 한 고3 수험생은 ‘수만휘(대학 입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미술 정시특강비가 너무 부당해서 그만두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2년 동안 다닌 학원에서 최근 정시특강비가 두 달에 600만 원이라는 소식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다. 학원 실장에게 ‘부모님과 얘기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더니, 실장이 책상을 살짝 탁 치면서 ‘너 미쳤어? 교육은 빚져서라도 하는 거야. 네가 니 부모라면 600만원 빚져서 못 대줄 것 같아’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A 씨는 결국 정시특강을 수강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미술학원들은 11월 말에서 2월 초까지 특강비 명목으로 수험생들에게 고액의 수강료를 요구한다. 서울 지역의 정시 특강비는 600만 원 내외다. 수험생들이 몰리는 홍대나 강남 지역의 특강비는 700만 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홍대의 입시 학원의 한 관계자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진행된다. 약 두 달 동안,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수업을 한다. 보통 600만 원 안팎이다”고 전했다.
다른 학원 관계자는 “미대 입시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리 비싼 편이 아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방에서 서울 유명 미술학원에 다니는 수험생들은 수 백 만원 수준의 정시특강 비용에 생활비까지 부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만휘’에서 수험생들이 ‘정시특강 비용’ 호소한 내용의 글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고3 수험생은 ‘수만휘’에 “지방 학원인데도 정시특강비가 500만 원이다. 이미 수시특강 비용으로 500만 원을 냈다. 거의 1000만 원이라서 부모님이랑 엄청 싸웠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정시특강 비용 제한을 요청하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에 대한 추천 수는 11월 28일 현재 약 3000명이 넘어섰다. 청원자 A 씨는 “정시특강 비용은 3~4달의 정시 기간 동안 최소 400만원에서 최대 800만 원 이상”이라며 “이 돈은 한 학기 등록금이다. 원래 예체능 계열은 돈이 많이 든다고 하지만 원래 돈이 많이 든다는 논리가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미술 학원 실기 준비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미대 입시 학원 측의 입장은 수험생들과 다르다. 서울 유명 입시학원 관계자는 “청와대 청원 내용을 알고 있다. 학원비가 비싼 점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하루에 아침부터 밤까지 10시간 이상 수업을 듣는다. 장시간 동안 미대 입시에 대한 모든 것을 가르쳐준다. 비싼 만큼 값어치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술계 일각에서는 정시특강 비용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화가 B 씨는 “대학입시가 실기 위주이기 때문에 미술학원에서는 정시특강을 할 수 밖에 없다”며 “학생들의 실력이 많이 늘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10시간 이상 진행하는 수업에서 학생들은 일부만 들을 수 없다. 미술학원이 가격을 올려도, 꼭 들어야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선 속수무책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미술학원의 정시특강 비용 책정은 어떻게 이뤄질까. 학원의 교습비 책정은 지역교육지원청 별 교습비등조정위원회에서 지역 별 땅값이나 임대료, 교육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 각 지역의 교육지원청은 자체적인 분당교습비를 기준으로 학원의 교습비에 대한 조정명령을 내리고 있다.
서울 지역 미술학원의 교습비 ‘분당단가’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강남 지역 206원을 포함해 미술학의 분당 단가는 200원 안팎이다. 하루 10시간 수업을 한다고 가정하면 12만 원, 두 달에 약 7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은 “정시특강 비용에 대해 조정명령같은 ‘철퇴’를 내리기에 쉽지 않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미술학원 교습비가 비싸 보이지만 오히려 분당단가보다는 낮게 측정됐다”며 “서울 지역의 분당단가는 2012년도에 측정됐다. 물가 인건비도 올라서 매년 학원 측의 인상요구를 받지만 분당단가를 인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술 학원 대부분이 교습비 공개에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서울시 교육청은 2016년부터 교습비 외부표시제도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서울의 유명 미술학원들은 온라인 상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서 정시특강 비용에 대해 수험생들에게 공지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잘못된 부분“이라며 ”수강료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미술학원들이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정시특강을 홍보할 때는 수험생들에게 수강료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