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피 흘리는데 ‘약값 비싸다’며 투덜…평소 참새 잡는데 이용할 정도로 위력 강해
피해자가 치료받을 당시 상처 부위 사진.
해당 BB탄총은 일반 장난감 총과는 위력이 달랐다. 총을 맞은 여직원 이마에선 손을 흥건하게 적실 정도로 피가 흘렀고 전치 4주의 진단이 나왔다.
사건은 지난 10월 12일 발생했다. 피해자가 점심식사를 위해 일어난 순간 가해자인 회사 대표가 자신을 총으로 겨누고 있었다. 가해자는 이미 여러 정의 BB탄총을 가지고 있었고, 평소 참새 등을 잡는 데 이용할 정도로 위력이 강했다.
이날 피해자를 겨눈 총은 40만 원대 외제 BB탄총으로 가해자가 전날 새로 구입한 것이었다. BB탄총의 생김새도 일반 장난감 총과는 달리 위협적이었기 때문에 피해자는 순간 공포에 질려 쏘지 말라는 뜻으로 두 손을 들었다.
그러나 가해자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피해자 이마에 총알이 명중했다. 피해자는 잠시 균형을 잃을 정도의 충격을 받았고 총을 맞은 부위에선 피가 계속 흘렀다. 이마에 명중한 BB탄 총알은 조각나 버렸다.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연고 등을 사다주었지만 “약이 되게 비싸다”며 오히려 생색을 냈다. 피해자는 “자기가 상해를 입혀놓고 약이 비싸고 싸고는 문제가 아니지 않나. 그런 말을 듣고 너무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가해자가 총을 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가해자는 ‘장난이었다’고 했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새로 산 총을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피해자에 따르면 가해자는 원래 사무실에서 벽이나 과녁 등에 자주 총을 쐈다.
사건이 발생한 후 가해자는 모임이 있다며 자리를 비웠다. 최소 2명이 사무실에서 대기해야 하는 회사 특성상 피해자는 병원 진료도 받지 못하고 계속 근무할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는 퇴근 이후에야 근처 병원에서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다. 얼마 후에는 불안장애 증상이 생겨 2박3일간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도 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피해자는 지인에게 불쾌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 피해자가 입원한 것을 두고 가해자가 ‘엄살떨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원만하게 합의를 하려고 했던 피해자는 결국 지난 11월 14일 가해자를 고소했다.
피해자는 “사건 이후 만성적인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고개가 뒤로 젖혀질 정도로 충격이 가해져 목 부위도 계속 아팠다. 그런데도 가해자는 별 일 아니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가해자가 사건 이후 한 번도 제대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문병을 와서 우리 남편을 만났는데 대화하는 내내 팔짱을 끼고 있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남편이 ‘그게 사과하러 온 사람의 태도냐’고 항의했더니 ‘그럼 무릎이라도 꿇어야 하느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고소를 결심한 계기는 더 있었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사건 당일 갑자기 모임이 있다고 나가서 병원 치료도 받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모임이 아니라 새로 산 총으로 참새를 잡으러 갔다고 하더라. 저는 병원에도 못 가고 근무를 했는데 그 시간에 참새를 잡으러 간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자는 “사건 직후 가해자가 병원에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을 하긴 했다. (최소 2명이 사무실에서 대기해야 하는 회사 특성 상) 어쩔 수 없이 괜찮다고 했다. 나중에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한 것을 문제 삼자 가해자가 하는 말이 ‘괜찮다는 사람을 억지로 병원에 끌고 갔어야 하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피해자 변호인 측은 이번 사건을 직장 내에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가한 갑질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변호인 측은 “평소 BB탄총으로 참새를 잡았다는 증언으로 미뤄볼 때 가해자는 해당 BB탄총이 사람에게도 상당한 상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이유도 없이 총을 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고소를 당하자 가해자 측은 진술을 조금씩 바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총을 쏜 것은 ‘장난’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조준하고 쏜 것이 아니라 ‘실수’였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나를 조준하지 않았다면 내가 왜 놀라서 두 손을 번쩍 들었겠나. 제대로 된 사과는 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이 사건 당시 사용했던 BB탄총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가해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총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대신 가해자는 사건 당시 사용한 BB탄총이라며 사진을 공개했는데 피해자는 당시 사용했던 총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해자가 공개한 BB탄총 사진.
피해자는 “사진 속의 총은 사건 당시 사용했던 총과는 생김새가 분명하게 달랐다. 당시 사용했던 총을 감추는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사건 당시 사용했던 BB탄총이 불법개조된 총이거나 불법적인 경로로 수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피해자는 “그나마 눈을 안 맞아서 다행이라고 했더니 가해자가 ‘눈도 안 맞았는데 그런 말을 왜 하느냐’며 따지더라. 가해자가 말로는 미안하다고 하는데 그런 태도가 정말 불쾌하다. 총도 바꾸고 나를 조준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하면서 하는 사과를 진심어린 사과라고 볼 수 있겠느냐”고 했다.
피해자는 “우리는 보상금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가해자가 먼저 얼마를 원하느냐고 반복적으로 물어봤다. 그래서 금액을 이야기했더니 주변에 우리가 돈을 달라고 협박했다고 말을 하고 다녔다. 가해자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가해자는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한 후 답변을 거부했다. 정확히 피해자의 주장 중 어떤 내용이 거짓이냐고 물었지만 더 이상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답변을 거부할 경우 피해자의 주장만 기사에 반영돼 불리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끝까지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