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대신 맛봐주는 남자 ‘맛상무’ 김영길 씨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했죠”
고성준 기자 = 4일 오전 대전광역시 유성구 사무실에서 유튜버 ‘맛상무’로 알려진 김영길씨가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있다. 2018.12.4
맛상무 김영길 씨를 만난 곳은 대전의 제법 규모 있는 중견업체의 회의실이었다. 김 씨는 식품제조 및 유통을 본업으로 하는 해당 기업에서 15년째 일하고 있다. 김 씨는 그곳에서 ‘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기자를 반갑게 맞아준 그는 동네에서 쉽게 볼법한 40대 아저씨 그 자체였다. 방송 초창기 ‘두목’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어두웠다는 김 씨는 “그나마 안검하수와 제모 시술을 받고 지금의 외모로 업그레이드 됐다”고 수줍게 얘기했다.
김 씨는 2017년 1월 처음 계정을 개설해 ‘맛 리뷰’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그의 콘텐츠는 놀라운 결과를 냈다. 1년 만에 10만 구독자를 기록하더니, 2년이 채 안된 현재, 구독자 32만 명에 6300만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부턴 CJ E&M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온라인 콘텐츠 네트워크 ‘DIA TV’의 크리에이터 그룹 멤버가 됐다.
40대 아재 김 씨는 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을까. 답은 뜻밖이었다.
“그냥 취미 반, 회사 동료 권유 반이었다. 음식은 하루에 세 번은 먹지 않나. 그냥 내가 먹고 느낀 점을 담담하게 영상에 담아보고 싶었다. 솔직히 나도 이렇게 잘 될지는 몰랐다. 요즘 친구들은 유튜브에 들어오기 전에 많이 보고, 연구하고, 기획한다. 난 그런 과정도 거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들어왔다. 경쟁을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런 선무당이 사람을 잡았다. 그의 ‘맛 리뷰’는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유명식당도 그 대상이지만, 누구나 쉽게 접하는 편의점 식품이나 도시락도 리뷰 대상이었다. 심지어 식자재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고급 계란과 보통 계란 등 식자재 비교 리뷰도 인기를 끌었다. 재밌는 건 그 영상 안에 인기 유튜버들이 이슈를 끌 목적으로 흔히 쓰는 막말이나 과장된 행동이 없다는 거다. 순수하게 콘텐츠 하나로 일군 성과기였다.
“물론 내 나름의 콘텐츠 기준은 있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 그리고 꼭 알아야 할 것들이다. 여기에 작은 식당들 보단 대기업 제품을 엄격하게 비판한다. 대기업은 제품을 내놓는데 까지 자본을 토대로 한 개발연구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을 거쳤음에도 아쉬울 때면, 솔직하게 깐다. 많은 유튜버들이 협찬을 받고 할 말을 못하지만, 그게 잘못되면 어설픈 광고밖에 안되더라. 협찬을 받더라도 ‘솔직한 리뷰’를 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게 보는 것 같다.”
실제 그의 영상을 보면 유명회사들의 제품 리뷰가 곧잘 나온다. ‘이거 혹시 협찬 아냐’라는 의심이 들때쯤이면, 그야말로 신랄한 비판이 전개된다. 그의 영상에는 광고도 별로 없다. ‘보는 사람이 불편할까봐’라고. 몸담고 있는 회사의 이름이 노출되지도 않는다. 홍보나 상업성은 최대한 절제한다는 방향이다. 지난해 겨우 방송 제작을 도와줄 PD 한 명을 두고도 손해를 보지 않게 된단다.
그의 식품업계 15년 경력은 그가 콘텐츠를 만드는데 든든한 밑천이 된다. 김 씨는 “그 동안 직접 식품들을 기획해보고 만들어왔다.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도 “하지만 난 평범한 사람의 입맛이다. 절대 미각이 아니다. 딱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리뷰 한다. 내 선입견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또한 난 백종원 대표처럼 요식업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설픈 아는 체는 안한다. 사람들이 금방 알아차린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김 씨는 유튜버들 중에서는 환갑에 해당하는 40대다. 2030 젊은 세대들이 주축인 이업계에서 그는 늦은 나이에 ‘인생 이모작’을 개척한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그에겐 중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 제안도 곧잘 온다고.
김 씨는 “첫 댓글이 ‘무슨 아재가 이런 걸 하느냐’는 욕이었다. 내가 할 게 아닌가. 주책인가. 많은 생각이 들더라”라며 “그나마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해서 내 나이와 거기서 비롯된 부족함을 의식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거다. 알고 시작했으며 겁나서 못했을 거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줘서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고성준 기자=‘맛상무’ 김영길 씨는 다른 유튜버들보다 한참 늦은 40대의 나이에 유튜브 계정을 열었다. 그의 첫 댓글은 그의 나이에 관한 욕이었다.
그의 나이가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되는 장면도 꽤 많다. 나이 지긋한 주인장이 운영하는 ‘노포’ 리뷰가 그것이다. 노포와 함께 세월을 살아온 고령의 주인장은 40대 중반의 아들뻘 김 씨와 두런두런 속 깊은 얘기를 나눈다. 그런 장면은 다른 콘텐츠에선 쉽게 접할 수 없다.
“아버지가 15년째 병상 투병 중이다. 내가 나이가 있다 보니, 어머니도 고령이시다. 누구는 감성팔이라 욕도 하지만 사실 그런 장면들은 연출이 아니다. 내가 40대이기에 더 와 닿고, 묻어나오는 감성과 표정들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영상들은 최대한 담담하고 감정을 누르려고 노력한다.”
스타 유튜버가 된 지금 김 씨는 2년 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고민도 있다. 김 씨는 “이제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신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아빠가 ‘맛상무’라 소개할 정도로 좋아하고, 집사람도 많이 도와준다”라며 “그렇기에 더 조심하려고도 한다. 얼마 전 개그맨 이봉원씨 가게나 백종원 대표의 방송에 나온 식당의 리뷰를 하다 호되게 혼난 적도 있다. 많이 배웠고 느꼈다. 말 한마디가 참 예민하더라”고 덧붙였다.
내년 1월이면, 맛상무 채널이 오픈한지 2년이 된다. 예상치 못한 성과였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는 그는 덤덤히 앞으로의 계획을 털어놨다.
“지역의 한 제과업체와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초코파이를 판매하고 개당 2000원씩 좋은 곳에 후원하기로 했다. 저는 그 후원을 위해서 무료로 제품을 홍보해준다. 기회가 되면 ‘맛상무’의 이름을 걸고 좋은 식품도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 또 요즘 영어공부도 좀 하려한다. 얼마 전에도 여행사로부터 해외 식당 리뷰 제안이 왔지만 거절했다. 누구나 다 하는 건 하고싶지 않았다. 그 보단 해외 골목골목의 숨겨진 노포에 들어가 그곳의 사람냄새 나는 일상을 담고 싶다.”
대전=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