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시설 원장, 직원들 몰래 채굴기 가동 의혹...내부 관계자들 “채굴기 가동 때문에 에어컨 사용도 제한” 주장
충북 청주의 한 아동복지시설 원장이 직원들 몰래 시설 내 채굴기를 설치해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주시는 결국 이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12월 6일 청주시는 청주 흥덕경찰서에 A 시설 원장의 시설 내 가상화폐 채굴기 운영 혐의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A 시설) 원장이 가상화폐 채굴기를 시설 내에서 운영했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달 현장 점검을 나갔지만, 그 자리에서 채굴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며 “하지만 (채굴기가 가동되고 있는) 동영상 자료를 받았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사안이기에 법무팀과 상의 끝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A 시설 내부 관계자가 촬영했다는 동영상에는 그래픽카드 6개가 장착된 가상화폐 채굴기 2대가 기계음을 내며 작동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한 가상화폐 채굴업체 관계자는 “그래픽카드 6개가 붙은 가상화폐 채굴기는 이더리움 채굴기”라고 설명했다.
사건 관계자에 따르면 가상화폐 채굴기는 지난 7월로 처음 원장실에서 발견됐다. 원장실의 에어컨 실외기가 밤낮으로 가동되고 있어 이를 끄기 위해 원장실 안으로 들어갔더니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가 작동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해당 기계는 가상화폐 채굴기였고, 이후 원장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채굴기를 교육관으로 옮기고 문을 잠가 출입을 통제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A 시설은 청주시에서 운영을 지원하는 아동복지시설로 청주시는 이곳에 운영비, 인건비, 생계비, 참고서구매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전기세 역시 운영비에 포함돼 시에서 지원받고 있다.
사진은 A 시설 관계자가 촬영한 가상화폐 채굴기 영상 캡처.
청주시는 9월을 제외하고 올해 A 시설의 전력사용량은 작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주시 관계자는 “한국전력에 요청해 A 시설의 2년 치 전력사용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는데 올해 9월은 확실히 지난해보다 전력사용량이 많다. 하지만 6, 7, 8월은 큰 차이가 없었다”며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시설들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9월에 전력사용량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A 시설의 정확한 전력사용량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와 지난해 A 시설의 전력사용량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HCN 충북방송’이 입수한 한국전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과 10월 A 시설의 전력사용량은 각각 5755kw, 3620kw로 올해 8635kw(9월), 5782kw(10월)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올해 극심한 폭염 속 가상화폐 채굴기가 가동되는 동안 정작 교직원과 원생들의 에어컨 사용은 제한되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A 시설의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올해 폭염 속에도 보통 에어컨을 3시간 이내로만 틀 수 있었다. 정말 무더운 날에만 원장의 허락을 받고 한두 시간 정도 더 가동할 수 있었다”며 “현 원장을 포함해 3대째 이 시설의 원장을 맡고 있다. 과거 노조에서 문제를 제기해 전 원장이 벌금형을 받고 직위에서 내려오게 됐고 현재는 전 원장의 아들이 원장을 맡고 있다. 교직원들이 바라는 건 이들이 물러나고 시설이 정상화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아직 의혹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한다. 앞의 관계자는 “제보된 동영상과 사진에는 공간 일부만 나오기 때문에 그곳이 원장실과 교육관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앞의 인사는 “동영상에는 채굴기 근처에 사진이 붙은 패널이 나오는데 시설 근무자들 조직도”라며 “학생들 일부도 외부에 시설이 안 좋게 비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이 시설이 지역사회에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A시설 원장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다만 A 시설 원장은 청주시를 통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확인된다. 청주흥덕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수사 의뢰가 온 지 얼마 안 돼 본격적인 조사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청주시에서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후 차례로 관련자를 소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