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옹벽 붕괴 사고로 사상자 발생 후 완공 10개월 지연, 일부 하청업체 원청과 실랑이
경기도 용인시 ‘양지 SLC 물류센터’ 조감도. 사진=시공사 홈페이지
롯데건설과 선경이엔씨는 공동도급을 맡은 시공사이자 원청으로 현재 발주처와 공사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불똥이 뛴 일부 하청업체는 자금난을 겪으며 원청과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공동도급이란 복수의 업체가 도급을 받아 계약을 이행하는 특수한 도급형태로 완공 시점에서 사업분야별로 정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롯데건설과 선경이엔씨는 각각 맡은 분야별로 하청업체와 하도급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이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흙막이와 옹벽이 무너지는 붕괴사고로 사망자 1명과 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옹벽은 물류센터 건축부지와 야산 경계면에 높이 20여 m, 길이 80여 m의 세워져 있었는데 사고 당시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 근무자들은 옹벽 앞에 설치된 철제 가설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는데 근무자 상당수가 건강검진을 위해 현장을 비워 다행히 참사는 면할 수 있었다. 사고가 나자 고용노동부는 물류센터 공사현장에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공사는 몇 달이나 지연됐다.
국토교통부와 용인 물류센터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붕괴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 끝에 올해 1월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무리한 강행으로 발생한 부실공사로 인한 인재로 결론지었다.
국토부와 조사위 측은 “이번 사고가 물류창고 신축을 위해 설치한 높이 25~30m의 흙막이 임시시설을 해체하던 중 흙막이가 붕괴되면서 흙막이와 약 1.5m 이격된 건축물의 콘크리트 외벽이 함께 전도됐다”며 “흙막이를 해체할 때 시공 순서를 지키지 않은 것이 가장 중요한 사고 원인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 과정에서 시공사는 설계도서 및 착공 전 작성해 용인시에 제출한 안전관리계획서를 준수하지 않았다. 감리자는 흙막이 해체 안전성을 확인하지 않는 등 현장 기술 관리가 소홀했고 대규모 토목공사가 진행 중임에도 토목 감리원을 현장에 배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 사고에 대해 업체에 대해 영업정지, 기술자에 대해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과 함께 형사처분까지 추진했다. 경찰은 시공사인 롯데건설과 선경이엔씨 관계자 3명, 감리사 2명, 하청업체 직원 1명 등 관리직급 직원 6명을 과실치사상혐의로 형사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다.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공사가 지연되면서 투입되는 비용도 불어날 수밖에 없었다. 붕괴사고 외에도 선행 공사인 롯데건설이 맡은 대지를 조성하는 토공사나 선경이엔씨가 맡은 구조물의 밑바닥 공사인 기초공사 등도 지연됐고 완공시기는 더욱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당사는 이 공사에서 하청업체가 행한 정한 공사 부분을 점검해 매월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고 하청업체와 마찰은 없다. 공사 지연과 관련해 발주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맞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선경이엔씨 관계자는 “공사지연으로 인해 발주처와 지체보상금을 놓고 협의하고 있다. 연말까지 완공을 맞추기 위해 철야 작업 등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