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받은 인사들 고사, 처남 대장동 변호사 뒷말…부인 2012년 저서 속 ‘비서실장 덕목’ 뒤늦게 화제

임 비서실장은 2025년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세청장으로 발탁됐다. 국세청 서열 2위로 공직을 떠난 뒤 3년 만에 국세청 수장 신분으로 돌아왔다. 임 비서실장은 국세청장으로 재임하던 시기 세무 행정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성형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업무지원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납세자가 세무조사 시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세무조사 프로세스 전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최근 임 비서실장은 ‘선박왕’ 권혁 시도그룹 회장의 체납액 약 3938억 원을 추징해 이재명 대통령의 칭찬을 받기도 했다. 임 비서실장은 10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액체납 특별대응 TF(전담팀)’ 활동 결과 브리핑을 통해 “권 회장이 체납액 전액을 완납할 예정이며 현금 1000억 원을 우선 납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10월 9일 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장기 고액 체납자’ 권 회장의 백기를 이끌어 낸 임 비서실장 공로를 치하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공직자들이 나라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고 했다. 칭찬 닷새 만에 임 비서실장은 청와대행 티켓을 발급받았다.

여야 반응은 엇갈린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임 비서실장 발탁과 관련해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민생의 변화를 만들어내며 대통령을 든든히 보좌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조세 전문가’가 국정 전반을 관할할 수 있는지에 물음표를 달았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치·경제·외교·부동산·치안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종합적 이해가 요구되는 자리인데, 임 청장(비서실장)은 국회의원 1년을 제외하고 일평생을 세무분야에서 보냈다”면서 “이 엄중한 시국에 국세청장을 비서실장으로 영전시킨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0월 15일 일요신문 유튜브 채널 ‘신용산객잔’에 출연해 “국정 전반을 살피는 국정2인자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면서 “한성숙 국무총리, 김민석 대표와 고위당정청 회의를 하는데 거기서 말발이 먹힐까”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 비서실장을 발탁하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만 않았다. 9월 21일 강훈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 3주가 넘는 시간 동안 후임자 물색은 난항을 겪었다. 여권에선 현역 의원이 신임 비서실장으로 발탁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특정 의원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친문계 거물급 인사들, 이른바 경기·성남 라인 핵심 인사들도 오르내렸다.
그러나 제안받은 인사들이 비서실장직을 고사하며, 이 대통령 장고가 더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이 현역 의원 차출에 난색을 표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인선이 길어지자 정가에선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를 둘러싼 여권 내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고개를 들었다. 이 대통령 핵심 측근 그룹인 경기·성남 라인이 특정 인사를 신임 비서실장으로 선임하는 데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결국, 임 비서실장이 대통령 비서실 컨트롤타워로 낙점받았다.

한 의원은 “분명한 사실이니 본인도 부인 못할 것”이라면서 “전 정권에서 중용되길 바라고 뛰었던 사람이 다음 정권에서도 뛰고 중용되는 것 자체는 비난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누구와 가깝냐, 전 정권에 대해 어떤 입장이었냐’는 시대착오적 사상검증이 인사의 최우선인 이재명 민주당 정권의 청와대 비서실장을 (이런 인사가) 맡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비서실장 처남이 이재명 대통령 대장동 사건 변호인이었던 이승엽 변호사라는 점도 회자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 이 변호사는 헌법재판관 후보자 물망에 오르며 잡음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여기에 임 비서실장 부인은 이경은 주 휴스턴 대한민국 총영사다. 이 총영사는 이승엽 변호사 누나로 1995년 행정고시를 합격해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홍보행정관을 지낸 이력이 있다. 이 총영사는 비외교관 출신으로 총영사로 지명돼 현지서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이 총영사 역시 ‘보은성 인사’라는 눈총을 받은 바 있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임 청장(비서실장)이 국세청장이 될 때부터 ‘보은 인사’라는 의혹이 나왔다”면서 “이쯤 되면 이재명 정부 국정 철학이 사법 리스크 해소가 아닌가 할 만큼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SNS를 통해 “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대장동 패밀리’가 사법·외교·국세 영역에 이어 청와대까지 접수했다”면서 “완전히 잘못된 비서실장 인선”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공교롭게도 임 비서실장 부인인 이 총영사는 2012년 자신의 저서 ‘대통령의 성공, 취임 전에 결정된다’를 통해 대통령 비서실장이 갖춰야 할 덕목을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저서에서 이 총영사는 ‘참모들 중 최고의 머리’ ‘터프함’ ‘전문성’ ‘참모 조율 능력’ 등을 대통령 비서실장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았다.
저서에 따르면, 이 총영사는 “‘국정의 뇌이자 중추신경조직’인 대통령 비서실을 책임지는 비서실장은 대통령 선거 이전에 극비리에 점찍어져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총영사의 저서 내용은 최근 우여곡절 끝에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임 비서실장 상황과 오버랩되며 묘한 해석들을 낳는다.
이재명 정부 세제개편안과 맞물린 ‘조세통’ 인선에 대한 물음표도 달린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게 한 트리거를 당긴 사건이 세제개편안 발표였다”면서 “이재명 정부 조세 정책이 그만큼 국민들에게 반감을 샀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조세 정책 책임자였던 임광현 비서실장이 민생·경제 분야에서 분출하고 있는 중도층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적임자인지엔 의문이 남는다”면서 “사실상 ‘가던 길 가겠다’는 의지가 이번 인사를 통해서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