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찬 학부모의 목소리 가득찬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
세미나 전경
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와 정시확대추진학부모모임이 주최한 ‘대한민국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 제1차 세미나’가 열렸다. 바른미래당 박주현 의원과 이준석 최고위원, 안선회 중부대 교수를 비롯 학부모, 교사 등 60여 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준석 최고위원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너희도 공부만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어’라고 말하자 ‘아저씨 요즘은 그런 세상이 아니예요’라는 답을 듣고 깜짝 놀랐다. 서러웠다. 내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것 같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다양한 분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아이에게 좋은 기회를 주는 게 나쁜 게 아니다. 그 환경이 있다면 말이다. 허나 지금은 지금은 돈 있는 아이들만 경험을 만들어서 할 수 있는 환경이다. 공평하지 않은 환경에서 이상한 경쟁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하버드대학교는 입학사정관제를 30년씩 그 분야에 있었던 전문가가 다루지만 한국에서는 비전문가가 고무줄 같은 잣대로 운영한다. 정시를 확대해서 공정성 확보하는 게 공정한 입시로 다가가는 것이다. 정시를 확대하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 대한민국을 좀 더 공정하게 바꾸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현장을 찾은 박주현 의원.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박 의원은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박주현 의원이 단상에 올라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자 학부모의 연이은 환호가 터져나왔다. 박 의원은 자신도 아이 2명을 키운 학부모라며 자신이 실제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을 하며 겪었던 어려움을 이어갔다. 그는 “학교운영위원회라는 게 처음 생겼을 때 ‘정말 좋구나. 학교 개혁이 이뤄지겠구나’ 하며 엄청 좋았다. 자원해서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첫 운영위원 소집날 충격을 받았다. 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를 싫어했던 까닭이다. 점잖게 이야기해도 나를 ‘묵사발’로 만들었다”며 “6년 운영위원으로 일했는데 스트레스로 1년만에 위가 다 상했다. 무슨 말만 하면 ‘네 아이 이익보려고 그러는 거지’라는 말을 들었다. ‘당신이 교육학 박사야?’라는 말을 듣고 열이 받아 지금 핀란드에서 교육학 박사 과정 밟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다양한 분야에서 각각의 경쟁을 하는 상황이 된다면 입학사정관제 등 뭐든 할 수 있다. 핵심은 공정성이다. 공정성 빼고는 논할 수 없는 게 학종 전형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그런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게 학종의 현실”이라며 “최소 5% 대학에 대해서는 90% 정시를 해야 한다. 그게 현재 공정성을 지키는 일이다. 교육공정성을 만들어 가자”고 덧붙였다. 학부모의 환호가 쏟아졌다. 박 의원은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나 더 걸린 이 행사를 끝까지 함께 했다.
숙명여고 비리 폭로에 한 축을 담당한 조인경 아시아경제 기자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취재했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는 “이 사건이 한 교사의 일탈로 귀결되고 있다. 전수조사 해달라는 학부모가 많다. 허나 교육청은 의지가 없어 보인다. 사학법 개정까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교육청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문제“라고 했다.
숙명여고 재학생의 엄마 2명도 학교와 교육청을 향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한 학부모는 “학교 이야기가 언론에 나온 뒤 교사가 계속 학교 옹호하는 소리를 수십 분 할애해서 했다더라. 자신이 좋아하던 선생님까지 그런 소리를 해대니 아이가 ‘학교를 그만 두겠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처음 민원을 제기하자 교육청은 구두로 종결했다. 제보하려면 학생 이름 등 개인정보도 넣으라고 하는 게 교육청의 현실이다. 청와대 민원이 올라가니 그제야 움직였다. 허나 처음부터 끝까지 교육청은 학교 편이었다. 특별감사 진행 중에도 학부모 집단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같았다. 학교라는 곳이 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숙명여고 학생의 학부모는 “교무부장과 쌍둥이 셋을 자른 건 꼬리 자르기다. 은폐하려던 학교와 교육청, 의혹제기 한 번 안 했던 담임 등 모두가 공범이다. 비교과점수까지 몰아준 게 바로 학교 교사다. 담임은 자기가 담당인 대회 상까지 몰아줬다. 나중에 내부고발자 색출하겠다던 게 학교였다. 이 사건은 ‘비리종합선물세트’였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바른미래당만 자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안 왔다. 강신정 성남시고등운영협의회장은 “그들은 늘 누가 국민을 대변한다고 감히 말하느냐. 현장에 이 사람들은 왜 없냐. 현장의 목소리 안 듣나.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며 “학부모는 전사다. 투표 때 보자”고 외쳤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