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혈통’이 능력 좌우한다
엑톤파크의 자마들은 다른 혈통에 비해 평균 체격이 작은 편이다. 사진은 대표자마 트리플나인. 사진=한국마사회
엑톤파크의 자마들은 평균 468kg의 마체중을 보였다. 530kg 이상의 덩치가 큰 자마들을 많이 배출하긴 했지만 체구가 작은 말도 그에 못지 않게 많아 다른 혈통에 비해 평균적인 체격조건은 한참 못미친다. 특히 라이벌인 메니피에 비하면 그 차이는 상당하다(아래 기사 참조). 그리고 체격이 왜소한 말들은 네버신비포(436kg) 한 마리만 제외하고는 모두 1군 진출에는 실패했다. 2군까지 범위를 넓혀봐도 몇 두 되지 않을 만큼 체격이 작은 말들은 경주력이 좋지 않았다. 체격이 큰 말일수록 경주력도 좋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엑톤파크의 자마들이 체격이 크지 않고 생김새가 좋지 않다는 의견은 도입 당시부터 혈통 전문가들이 제기한 사안이다. 엑톤파크 자신이 체구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체형도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자마들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입 초기부터 제기된 전문가들의 의견과 실제 통계를 살펴볼때 엑톤파크 자마들의 능력은 모계 혈통이 좌우하는 것 같다. 훌륭한 짝을 만나야 좋은 자마들을 배출한다는 것이다.
엑톤파크와 가장 환상적인 궁합을 보이는 씨암말은 Pleasant colony계열의 씨암말이었다. 이 계열의 씨암말과 짝지어 태어난 자마들은 필자가 갖고 있는 DB상으로는 모두 7두가 있는데 복승률 40%, 연승률 50% 이상을 보일 만큼 뛰어난 활약을 했다. 이 중 3두는 1군까지 진출했다. 질주습성은 대체로 선입형이었다. 평균 마체중도 497kg을 보일 만큼 대부분 좋은 체격을 타고 났다.
최근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대통령배를 거머쥔 트리플나인이 대표적인 자마다. 그 외에도 이 계열의 자마로는 노벨신화, 블랙사파이어, 노던파크 등이 있는데 대부분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현역시절 상당한 활약을 했던 말들이다.
Deputy minister계와의 궁합도 주목할 만하다. 모두 9두가 복승률 39%, 연승률 53%의 성적을 올렸고, 이 중 1두가 1군까지 진출했다. 질주습성은 선행부터 선입, 중간, 후미추입까지 고른 성향을 보였다. 자마들의 평균 마체중은 470kg이었다. 대표 자마는 복승률 87.5%로 꾸준히 활약하며 단기간에 1군까지 진출한 가온챔프다.
반면 최악의 궁합은 El prado계의 씨암말이었다. 표본이 5두에 불과해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겠지만 이 계열의 마필 중에서 1군에 진출한 말은 한 마리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복승률과 연승률도 각각 7%, 20% 정도에 그쳤다. 평균 마체중도 430kg에 불과했다. 앞서의 엑톤파크의 자마들은 체격과 성적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데이터와도 일치하는 셈이다.
엑톤파크 자마들의 질주습성은 추입형이 많았다. 입상한 비율을 보면 선행이 17%, 선입이 25%, 중간 추입이 14%, 후미 추입이 42%였다. 통계상으로 보면 선행보다는 추입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물론 이는 전체적인 통계일 뿐이라 개별 자마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어떤 씨암말을 만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질주습성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엑톤파크와 댄지그 계열의 암말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마들은 대부분 선행으로 입상하곤 했다(81%). 새들러스웰즈(Sadler‘s wells)계의 씨암말과 교배해 태어난 자마들도 66%의 선행 입상을 보였다.
이상으로 볼 때 지난 11월 초에 일어난 씨수말 엑톤파크의 ‘조용한 쿠데타’는 우연히 일어난 반짝 선전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자마들 숫자에서도 메니피와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따라잡고 있고, 최근 마주들도 엑톤파크 자마들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엑톤파크의 롱런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나이가 들어 수태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고, 씨수말로도 전성기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병주 경마전문가